[칼럼] 차분한, 치밀한 시장 접근 – BYD T4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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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가 소비자를 상대로 첫 선을 보인 제품인 1톤 트럭 T4K는 세심한 준비가 돋보였다.

일단 제품에서도 섬세한 준비가 드러난다. 먼저 수입차가 가질 수 있는 핸디캡을 해결하였다. SK 계열사인 티맵 모빌리티의 티맵 EV 전용 내비게이션과 누구 오토(NUGU AUTO)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를 탑재하여 수입차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시장 토착형 기능의 단점을 극복한 것. 또한 국산 경쟁 모델에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V2L 기능을 탑재하는 허를 찔러 최대 보조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둘째, 가장 승용차같은 운전 공간을 갖춘 1톤 트럭이었다. LCD 클러스터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스마트 키, 다이얼식 기어 노브, 열선 스티어링 휠 등 편의 장비는 물론 실내 디자인도 트럭의 분위기를 최대한 지웠다. 

후발 수입차의 최대 단점인 네트워크도 발상의 전환으로 최대한 보완하였다. 부족한 세일즈 네트워크는 카카오T 모바일 앱을 통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커버하였다. 서비스 네트워크도 수입사인 GS 글로벌과 계약을 맺은 유관사인 GS 오토오아시스 등의 협력사를 통하여 정비망을 신속하게 갖추었고 대형 고객사에게는 출장 순회정비 서비스도 도입한다. 물론 이들은 신속한 대응을 위한 정책이다. 이미 선정된 신아주 e트럭과 G&B CV와 같은 정규 딜러들은 3S 사업장을 갖추며 본격적인 딜러 네트워크 구축의 첫 발을 내딛는다. (3S = 세일즈, 서비스, 스페어 파츠) 

여기까지도 상당히 많이 준비했다는 긍정적인 인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필자가 BYD의 한국 시장 진출이 매우 차분하고 치밀하다고 느낀 것은 이제부터다.
첫번째는 서두르지 않는 BYD 브랜드의 점진적 진출 전략이다.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은 중국 제품이지만 고가의 제품에는 아직도 벽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B치 중국 이민자들이 한 세기에 걸쳐 해외 사회에 뿌리를 내렸듯이  BYD도 우리 나라 시장에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접근하는 전략을 선택하였다. 

BYD 코리아는 2016년에 설립되었다. 6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우리 눈에 BYD의 제품들이 아직도 잘 띄지 않는다. 그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전략 때문이다. BYD는 한국 시장의 첫 출발을 B2B 고객들을 대상으로 선택한 것이다. 첫 모델은 전기 지게차였다.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사업장 안에서 사용되는 지게차와 같은 B2B용 제품은 막연한 대중들의 거부감에 노출될 우려가 없었다. 즉, 보다 객관적일 수 있는 사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와 신뢰를 쌓는 것으로 BYD에 대한 이미지를 탄탄하게 쌓아가자는 것이었다. 

그 다음 단계로 2020년 전기 버스가 도입된다. 전기 버스는 고객은 버스 회사 (정확하게는 공공 자본이 투입된 준공영기업)이지만 일반 대중들이 사용하는 교통 수단이다. 즉, 여전히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하지만 제품을 구입한다는 부담이 없는 단순 사용자는 일반 대중이다. 따라서 1단계에서 쌓은 B2B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일반 대중들에게 제품을 서서히 노출시켜서 대중들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단계인 것이다. 게다가 공공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글 아래에서 자세한 내용을 다루기로 한다.) 

그리고 이번 T4K 1톤 전기 트럭의 출시가 3단계라고 할 수 있다. 1톤 트럭은 기업과 더불어 개인 사업자들이 핵심 고객인  제품이다. 그러나 여전히 감성적인 부분보다는 제품의 신뢰도와 경제성 등 이성적인 부분이 더 중요한 시장이다. 즉, 앞의 두 단계에서 쌓인 B2B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여전히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최초의 B2C 시장인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당연히 일반 소비자용 승용차 시장이다. 

BYD의 치밀한 전략이 인상적이었던 두 번째 포인트는 국내 기업과의 치밀한 협업 체계다. 물론 여기에는 앞서 살펴 본 내비게이션이나 온라인 세일즈 플랫폼과 같은 외산 브랜드의 국내 시장 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목적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 혹은 거부감을 불식시키는 데에 국내 파트너의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SK는 국내 3위의 거대기업이며 특히 통신과 2차전지 등 미래 먹거리에서 앞서가고 있는 회사다. 카카오는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갖지 못한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BYD의 열린 마인드를 상징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수입사인 GS 글로벌은 GS그룹의 이미지와 우리 나라 굴지의 종합 무역 상사로서의 안정감 등 이전에 국내 시장 진출에 실패했던 중국 기업의 파트너들과는 엄연한 체급 차이로 안정감을 준다. 이렇듯 BYD의 T4K 프로젝트는 BYD 브랜드의 안착을 위하여 국내 기업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남았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이므로 아직은 논리적 추론의 영역이다. 그것은 BYD 코리아의 사업 영역이다. BYD 버스와 트럭의 공식 수입권은 GS 글로벌에게 있다. 하지만 BYD 승용차와 배터리의 수입권은 BYD 코리아에게 유보되어 있는 상태다. 즉, 최종 단계인 승용차 수입에는 BYD가 직접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물론 이 단계에서 BYD 코리아와 GS 글로벌의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시장에서의 역할은 충분히 넓고 많기 때문이다. 감정 싸움으로 시장을 그르칠 정도의 수준의 회사들도 결코 아니다.

아, 그리고 앞서 버스를 이야기하면서 공공 입찰 시장 이야기를 했었다. T4K 전시회에는 두 가지 특장차가 더 전시되어 있었다. 하나는 전기차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냉동탑차였다. 이것은 동력의 전환이 필요 없이 전기 컴프레서를 사용하는 고효율 시스템으로, 그리고 소음 없는 주행으로 국내 새벽 식료품 배송과 같은 도심형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시장에 특화된 제품이다. 그리고 두번째가 바로 공공 입찰 특화 모델인 제설차였다. ‘공해를 발생하지 않는 전기 제설차’가 딱 어울리는 최적의 장면이 쉽게 떠오른다. 강원도 국립공원지역, 제주도 청정지역 등이 그 첫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이렇듯 BYD의 T4K 1톤 전기 트럭의 시장 진출이 시사하는 면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그리고 치밀했다. 
괜히 세계 1위를 다투는 전기차 기업이 아니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부록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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