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왜 사”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꺼리는 놀라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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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재희 에디터

국내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마다 신차 가격이 올라가는 ‘카플레이션’ 현상과 더불어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차량 구매의향 지수를 나타내는 VPI 지수가 8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발표한 자동차 구매 의향 지수(VPI) 조사에 따르면, 2023년 3월 한국 내 VPI 지수는 69.8로, 전년 동월 대비 26.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VPI 지수는 6개월 내 차량 구매 의향을 나타낸 소비자 비율을 지수화한 지표이며 100을 기준으로 이를 넘어서면 구매 의향이 증가한다는 의미이고, 반대면 구매 의향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VPI 지수는 지난해 8월 86.8을 기록한 이래 8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자동차 구매 시 직접적인 요인으로 국내 소비자의 24%가 ‘신차에 탑재된 최신 기능과 성능을 원한다’고 답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현재 보유 중인 차량의 유지비와 수리비 부담이 크다’(19%), ‘타사 혹은 다른 모델의 차량을 원한다’(16%)는 응답이 뒤따랐다. 

딜로이트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품의 고급화, 전동화 전환에 따른 신차 가격 상승이 이처럼 VPI 지수가 계속 저조한 데 주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신차 차량용 반도체 규모가 증가하면서, 주요 원자재 가격은 지난 2년 사이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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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구조의 변화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승용차 가격은 2021년 대비 상승했다. 올해 3월 공시된 현대차와 기아가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승용차 가격은 2021년 대당 4,758만원에서 2022년 5,031만 원으로, 기아의 승용차 가격은 같은 기간 대당 3,365만 원에서 3,431만 원으로 각각 올랐다.         

전반적으로 차량의 고급화 및 전동화가 이루어지고 첨단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신차 가격이 올라가는 것까진 이해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가격이 올랐음에도 품질 이슈가 계속해서 터진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량 가격이 올랐는데, 오히려 품질이 더 낮아지면서 제조사에 대한 신뢰 하락이 신차 구매를 꺼리는 현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출시한 ‘디 올 뉴 그랜저’는 리콜과  무상수리 이슈가 반복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1일 현대차는 그랜저 하이브리드 1만 4천여 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고, 하루 앞서서는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 3만 6천여 대에 대한 무상수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출시 6개월 만에 9번째 무상수리였다. 

이슈의 원인도 다양하게 벌어졌다. 언덕길에서 간헐적으로 변속이 불가능한 문제를 비롯, 시동 꺼짐, 전동 트렁크 미작동, 메모리 시트 스위치 누락,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오류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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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디 올 뉴 그랜저는 현대자동차의 기함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앞으로의 청사진을 담은 대표 모델이 끊임없이 품질 이슈에 시달리는 것이다. 동급은 아니지만 단적인 예로,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모델이 이러한 논란이 연거푸 생긴다면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디 올 뉴 그랜저’의 평균 가격은 4천 중반대이다. 전기차를 제외한 현대차 라인업에서 가장 비싼 차에 속한다. 이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불필요하게 겪어야 하는 불편, 소비되는 시간과 비용,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완전히 보상받기란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한쪽에선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한 현대차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적을 견인한 1등 공신으로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제값받기’ 정책이 꼽힌다. 특히 제네시스와 같이 ‘돈 되는’ 차 중심의 판매 전략과 더불어 수익성 높은 RV 및 고급차 위주의 판매가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도 경쟁사를 압도한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9.5%로 고급차 브랜드 BMW(9.8%)에 육박하며 대중차 브랜드인 폭스바겐(7.3%), GM(6.2%), 도요타(5.3%)를 모두 크게 앞질렀다.             

현대차의 ‘품질 경영’이 뚜렷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그랜저 사태와 같이 ‘품질 경영’과 모순되는 현상이 국내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쉬운 대목이다.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여러 요인 중 하나는 기업의 신뢰도 하락이다. 큰돈을 지불해서 신차를 구매했는데, 품질이 말썽이라면 과연 구매를 자처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8개월 연속해서 구매의향이 기준치를 밑도는 이유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가 있겠다.   


“지금 왜 사”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꺼리는 놀라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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