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 기술 中에 앞서… 공급망 안정화로 우위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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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을 맡아 2018년부터 3년간 신차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 기술고문. 현대자동차 제공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을 맡아 2018년부터 3년간 신차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 기술고문. 현대자동차 제공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그룹 기술고문이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아직은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우위를 지키려면 국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비어만 고문은 2018년 12월∼2021년 12월 3년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을 맡아 현대차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현대차에서 7년간 근무한 그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해 “상사이면서 친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비어만 고문은 7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을 살펴보면 한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스마트 모빌리티로 전환하는 국면에서 현대차그룹은 상황을 예측하고 민첩하게 행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중국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기차 원자재 공급과 제조 규모 확대 등의 장기 전략을 세웠다”며 “전기차 기술만 놓고 보면 현대차는 여전히 앞서 있지만, 이를 이어가려면 지속가능한 지역별 공급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은 현대차에 대한 산업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비어만 고문은 “중국의 경제 전략이 자국의 자동차 산업에 얼마나 우호적인지 비춰볼 때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전동화와 수소 기술 분야에서 그랬던 것처럼 산업계와 정부 간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계속 이어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글로벌화의 한계도 분명하기에 지역 기반의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세계적으로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희토류 물질의 대체재를 찾는 등의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5년 현대차에 합류한 독일 출신의 비어만 고문은 현대차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고성능 차량을 개발하는 독일 BMW M연구소 소장을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차에서도 고성능 차량을 만드는 N브랜드를 성장시켰다. 비어만 고문이 합류한 이후인 2017년에 N브랜드 첫 차인 ‘i30N’이 출시돼 현대차에서는 ‘N브랜드의 아버지’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그는 2021년 12월 기술고문으로 물러난 뒤에도 독일에 머물면서 올 9월 출시한 현대차 최초의 전동화 고성능 차량인 ‘아이오닉5N’ 개발에 관여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비어만 고문은 “아이오닉5N은 전기차의 주행 경험뿐 아니라 전통적인 고성능 차량의 놀라운 주행 경험을 모두 제공한다”며 “이것은 최초의 ‘소프트웨어 중심의 N브랜드’(SDN)다”라고 말했다. 7600만 원으로 책정돼 고성능 차량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이오닉5N의 가격과 관련해 “접근하기 쉬운 운전의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운전의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 부분에서 우리가 명백하게 최고”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어만 고문은 함께 일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해 친구 같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비어만 고문은 “정 회장은 항상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려 있다”며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정 회장은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에게 늘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 회장은 상사이면서 동시에 친구”라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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