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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박희찬의 모던 흙벽

스튜디오 히치 (박희찬), ‘공간 감지 인스트러먼트’(2024)

스튜디오 히치 (박희찬), ‘공간 감지 인스트러먼트’(2024)

박희찬, 스튜디오 히치

그간 스튜디오 히치의 건축 작업은 전통적인 만들기 기법과 동시대 기술을 결합하는 시도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작 ‘공간 감지 인스트러먼트’는 흙이나 대나무, 갈대로 만든 전통 목조 심벽을 소환한다 전통의 흙 재료는 현대공간에 부적합한 재료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런 선입견에 대한 구체적 대응과 지속 가능이라는 관점에서 흙의 가능성에 관한 유의미한 탐구가 되길 바랐다. 3층 전시공간은 아름지기가 작은 미팅 룸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양쪽에 난 창을 통해 경복궁의 전경과 아름지기 중정의 풍경이 유입된다. 이곳에서 ‘공간 감지 인스트러먼트’가 관람자에게 제안하는 것은 이 작은 방이 이미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명료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흙벽은 재료가 가진 물성과 구법을 순수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한국의 흙을 이용한 구축 기법이 오늘날의 일상공간에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고, 충분히 견고하고 아름답게 일상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어떤 호기심에서 출발한 작업인가 60년 전 아버지가 강원도에 직접 전통 심벽으로 만든 흙집에서 영감을 받았다. 오랜 세월과 기후를 이겨낸 야외용 화장실인데, 그 안에 남은 심벽의 뼈대와 흙의 질감, 볏짚과 대나무, 재료의 물성이 순수하게 표현돼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관람자가 직접 조작할 수 있어 다른 작품에 비해 개인화된 경험을 선사한다 흙이나 대나무, 볏짚으로 만든 한국 전통의 목조 심벽은 산업화된 재료로 마감된 현대적 내부공간으로 시각과 후각, 촉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자연’을 연상케 한다. 흙벽에 설치된 세면대와 접이식 선반은 전통 소재들이 현대생활의 유용한 배경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센싱 인스트러먼트(Sensing Instrument)’는 관람자가 직접 조율하면서 섬세하게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건축적 장치다.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움직이는 목조 심벽이 불러온 ‘자연’, 즉 흙냄새와 흙의 질감을 느껴보기를. 또 사색하고, 책을 읽고, 잠시 풍경을 바라보다가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사람들의 일상을 상상해 보길 바란다. 이번 작업 과정에서 가장 큰 화두는 막연히 옛 요소를 복원하거나 복사하는 것이 아닌, 지금 시대에 유효하게 필요한 요소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흙을 이용한 심벽은 유해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온전히 친환경적이면서 지속 가능하다. 다시 들판에 던져놓으면 땅과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렇기에 지금 시대에 여전히 유효하다. 평소 전통공간 요소 중 현대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되는 지점으로 발견한 것은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 한국의 전통공간은 늘 재료의 특성이나 물성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표현해 왔다. 영어로 ‘Honest Expression’이라고 하는데, 내가 작업하는 일반 건축 프로젝트에서도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 추후 자신의 생활에 적용시키고 싶은 한국의 전통 양식이나 스타일이 있다면 ‘열어들개문(들어 올려 고정하는 문)’. 쉽게 열고 닫으면서 공간을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전통 요소들을 흥미롭게 생각한다. 한국적 공간 혹은 미감이 지닌 스타일을 정의한다면 순수한 표현(Honest Exp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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