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좋은 뮤지엄

119

중국 이싱, 도자기의 숨결이 살아 있는 이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UCCA 클레이 뮤지엄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빚어진 공간입니다. 잊혀 가는 공예의 정수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내어 지역의 문화적 뿌리를 되살리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죠.

박물관의 지붕은 꼭 산을 닮았습니다. 실제로 인근 수산 산맥의 곡선과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가마 ‘드래곤 킬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는데요. 마치 능선을 그대로 품은 듯, 곡선형 지붕이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이지 않나요?

내부를 떠받치는 나무 격자 구조는 공간에 자연스러운 흐름을 더해 시각적으로도 편안함을 줍니다.

외벽을 감싸는 3,600개의 도자 타일은 지역 장인들의 손길로 만들어졌어요. 가마 속에서 빚어진 갈색 톤의 깊이감이 타일 하나하나에 담겨 있죠. 특히, 지역 어린이들이 일부 타일에 직접 디자인을 새기며 이 건축물에 따뜻한 유대감을 더했습니다.

내부는 외부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요. 대나무로 둘러싸인 아치형 통로는 주변 운하와 과거 산업 건축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드러난 목재 격자가 내부에 따뜻하면서도 열린 느낌을 만들어줍니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공간 속에서 이싱 도자기 문화의 본질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어요.

켄고 쿠마 앤 어소시에이츠

UCCA 클레이 뮤지엄을 설계한 켄고 쿠마 앤 어소시에이츠(Kengo Kuma and Associates)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사무소로, 자연과 공예, 인간의 감각을 하나로 엮는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990년 설립 이후 단순한 건축을 넘어 공간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어요.

쿠마 켄고는 전통 소재와 공예를 현대 건축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데 뛰어난 감각을 보입니다. 대표작으로는 목재와 유리가 어우러진 도쿄 올림픽 경기장과 30년만에 새로운 옷을 입은 타카나와 게이트웨이 역을 꼽을 수 있죠.

UCCA 클레이 뮤지엄 역시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에요. 잊혀 가던 전통 공예의 가치를 새롭게 해석해,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고요한 영감과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