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플리트 언노운〉에서 밥 딜런을 연기한 배우 티모시 샬라메. 2월 26일 개봉.
〈컴플리트 언노운〉은 1961년, 막 뉴욕에 도착한 스무 살의 밥 딜런(Bob Dylan, 1941~)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뮤지션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문화적 격변기에 음악으로 세상에 맞선 그를 소재로 만든 영화와 다큐멘터리는 그 역사가 유구하지만 〈컴플리트 언노운〉이 어딘지 좀 낯설고 생동감 넘치는 이유는 밥 딜런 그 자체가 된 배우 티모시 샬라메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밥 딜런의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청년 시절을 다룬다. ‘꾸밈없고 진실한, 진정성이 담긴 작품’을 만들려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요청에 따라 티모시 샬라메는 20여 곡을 직접 라이브로 소화하고 하모니카와 기타 연주, 밥 딜런의 자세와 목소리 사용법까지 연구하며 5년 6개월이라는 경이로운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티모시 샬라메의 목소리로 탄생한 밥 딜런의 명곡과 사운드, 드라마, 의상과 세트, 배우들의 연기가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는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무대 재현은 가히 압도적이다! 흔한 전기영화의 공식대로 밥 딜런의 음악적 고뇌를 구슬프게 풀어놓거나, 실제 타임라인을 베낀 듯 그대로 옮겨오거나, 그를 조각조각 해부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풀어놓은 것은 이 영화만의 미덕이 분명한 가운데, 배우는 밥 딜런과 자신을 통해 무엇을 보려 했을까? 단언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그는 결코 밥 딜런을 흉내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래는 티모시 샬라메가 〈엘르〉코리아에 보내온 목소리다.
〈컴플리트 언노운〉은 밥 딜런의 숨겨진 4년을 다뤘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그의 인생 전체가 아닌 일부분, 특히 그가 여전히 자신을 만들어나가던 시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당신에게는 어떤 매력으로 작용했나요
영화 속 4년은 밥 딜런의 인생에서 아주 흥미로운 시기예요. 영상 자료도 별로 없어서 기록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죠. 특히 1961년과 1963년이 그래요. 그가 포크 음악에서 로큰롤로 역사적 전환을 한 시기이기도 하니까. 제가 연기할 수 있는 나이대를 기준으로 이 시기가 선택된 건 아니지만, ‘밥 딜런이 밥 딜런이 된’ 시기인 건, 분명 제게도 대단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당신의 연기는 꼭 ‘서커스’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신기한 묘기를 보면 퍼포먼스라는 것도 잊고 푹 빠지기도 하잖아요
서커스라니! 정말 멋진 표현이자 칭찬이에요(웃음).
프로듀서인 알렉스 하이네만은 “그냥 똑같이 흉내 내거나 완벽하게 똑같이 재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티모시 샬라메는 밥 딜런을 깊이 연구하고 그의 음악과 그가 살았던 세계에 대해 철저하게 익혔지만 최종적으로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밥 딜런을 만들었다”고 말하더군요. 몸에 정말로 밥 딜런의 피가 흐르는 것 같은 연기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밥 딜런의 음악과 그 사람 자체를 오랫동안 연구했어요. 그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이 주어져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2020년 촬영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팬데믹이 닥쳤고, 2023년 여름 배우조합 파업으로 또 촬영이 연기돼 예정보다 시간이 많아져 모든 것에 깊이 파고들 수 있었어요. 밥 딜런이라는 사람, 그의 기타 연주, 밥 딜런에 관한 책들, 조안 바에즈나 폴 클레이튼 같은 동시대 아티스트들, 그 시대의 음악 등 전부 다요. 언제부턴가 호기심과 열정이 커져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지난 UK 프리미어 행사에서 관객과 소통한 티모시 샬라메. 영화는 제97회 아카데미 어워즈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정말 열정이 없으면 안 될 일이겠습니다(웃음)
맞아요, 모든 곡을 다 라이브로 소화했거든요.
본인의 기준도 굉장히 높았을 텐데, 라이브로 모든 곡을 소화할 준비가 됐다는 걸 언제 깨우쳤나요
라이브로 노래하기로 한 결정이 제가 자존감이 없거나 낮아서였는지, 아니면 정반대로 자존감이 과해서였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음악이 너무 좋았고, 라이브로 부를 기회가 있어서 좋았거든요. 그 시절에 사용하던 마이크와 극장, 사운드 효과가 마련돼 있어서 더 좋았어요. 특히 1963년 브랜다이스 대학 공연 실황을 비롯해 밥 딜런의 오리지널 녹음본들은 정말 짜릿하죠. 최고의 노래일 거예요. 그런 멋진 곡을 라이브로 부르고 싶었죠.
실제로 공연을 보는 것처럼 영화 속 공연이 끝나자마자 관객석에서 박수가 나오더군요
와, 정말 그랬어요? 저도 정말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몰입감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컴플리트 언노운〉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조안 바에즈 역의 모니카 바바로와 티모시 샬라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정말 잘 찍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컴플리트 언노운〉 작업 과정에서 그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감독님은 내내 저를 믿음직하게 이끌어줬어요.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앙코르〉처럼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도움이 됐던 건 이 영화가 단순히 사실적이고 단계적인 재현을 넘어 예술적 허용이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을 그가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죠.
밥 딜런은 투명하지 않은 사람이라 주변 인물을 통해 그를 유추할 수 있잖아요. 밥 딜런의 멘토인 피트 시거 역의 에드워드 노튼이나, 밥 딜런의 뮤즈이자 연인인 실비 루소를 연기한 엘 패닝 등의 동료들은 당신이 이 세계에 흠뻑 몰입하도록 해주었을지,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동료 배우들도 이 작품에 상당히 몰입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다들 굉장히 집중했죠. 저마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상당했거든요. 마치 각자의 영화를 찍는 것처럼 말이죠. 덕분에 저도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솔직히 모든 것이 진짜 같았거든요. 모두가 이 이야기에 진심 어린 애정을 쏟아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