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주고 약 주는 놈’ 자처한 소주 재벌, 200억 황톳길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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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BS, E채널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소주 팔아 번 돈으로 황톳길을 닦은 기업인이 있다. 자신의 땅도 아닌 대전시 계족산에 14km 길이의 황톳길을 만들고 20년간 묵묵히 관리해온 사람. 그는 연 매출 500억 원에 달하는 대전·충남 지역 대표 소주 회사의 수장이자 스스로를 ‘병주고 약주는 놈’이라 말하는 조웅래 회장이다.

14일 방송되는 EBS와 E채널 공동 제작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서는 이 특별한 괴짜 기업인의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자갈뿐이던 계족산을 전국에서 손꼽히는 힐링 명소로 탈바꿈시킨 조웅래 회장의 ‘황토 인생’이 베일을 벗는다.

조 회장은 2006년에 계족산 정상까지 황톳길을 깔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들 미쳤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14km에 달하는 길을 흙으로 덮는 데만 수십억 원이 들었고, 유지·보수에는 매년 10억 원 이상이 들어갔다. 20년간 조 회장이 투입한 금액은 무려 200억 원이다. 그것도 자기 땅이 아닌 대전시의 산에 말이다.

그의 투자는 관광 자산으로 이어졌다. ‘맨발 걷기의 성지’로 불리는 계족산 황톳길은 해마다 5월 ‘맨발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로 전국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국내 최장 황톳길로 ‘한국 관광 100선’에 3차례 선정됐고, 연 방문객 수는 100만 명을 넘는다. 단순한 지역 명소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한 계족산 황톳길 뒤에는 조웅래 회장의 고집과 철학이 있었다.

그는 “나는 병도 주고 약도 주는 놈이다”라고 웃으며 말한다. 대중에게 술을 팔면서도 그만큼 회복과 치유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소신이다. 그래서 ‘걸어서 해장하라’는 철학 아래 계족산 황톳길을 조성했다. 술이 해가 될 수 있지만 자연 속 걷기를 통해 인간의 삶에 이로움을 되돌려줄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삶의 방식이 됐다.

이날 방송에는 ‘깔끔왕’ 서장훈도 등장한다. 조 회장의 제안에 맨발 걷기에 도전한 서장훈은 처음엔 “맨발로 걸어본 적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제 성향상 맨발 걷기가…”라며 주저하는 그를 조 회장이 다그친다. “신발 벗고 한번 걸어보셔” 결국 서장훈은 방송인 조나단과 함께 생애 처음 흙을 밟으며 ‘맨발 세례’를 받는다.

방송 관계자는 “서장훈이 맨발 걷기를 통해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 눈물까지 보인 장면은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조웅래 회장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황톳길 외에도 클래식 음악회, 지역 문화행사, 어린이 숲속 체험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기업의 수익을 사회에 되돌리는 그의 방식은 조용하지만 확고하다. ‘이웃집 백만장자’라는 타이틀에 가장 걸맞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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