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풍토병화) 후 해외 여행 등 큰 지출을 동반하는 소비가 늘어나면서 패션업계가 2분기 부진한 성적을 냈다. 팬데믹 기간 국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역대급 초호황을 누렸으나 이 효과가 떨어진 것. 패션업계는 전통적으로 2분기 이익 규모가 적은데 각 회사들마다 해외 수입 의류를 들여오는 등 투자까지 확대하면서 이익이 급감했다.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한섬 (19,340원 0.00%)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8% 감소했다. 매출액은 3.3% 줄어든 3457억원, 당기순이익은 51.5% 감소한 86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매출액 3594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으로 예상했는데 매출액은 유사했으나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의류 구매액이 줄어든 데다 한섬 자체적으로 ‘타임’ 브랜드의 해외 사업 준비, 신규 브랜드 출시 관련 마케팅 비용 이 늘어나면서 이익을 낮췄다. 한섬은 지난달 해외 시장을 겨냥한 타임의 신규 라인 ‘더 타임’을 론칭했으며 서울웨이브 아트센터에서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3분기 중으로 신규로 국내 판권을 획득한 해외 수입 의류 ‘무스너클’과 ‘아스페시’를 론칭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16,630원 ▼70 -0.42%)도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33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1% 감소했다. 영업이익(잠정)은 183억9900만원으로 52.5%, 당기순이익은 194억원으로 41.7%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 셀린느 등 일부 브랜드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매출 공백이 발생한 것이 패션 부문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1분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9%, 79% 증가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과 코오롱FnC는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 5240억원, 영업이익 5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8.1% 줄었다. 코오롱FnC 역시 매출액 33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6.5%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17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7.2% 감소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엔데믹 후 해외 여행이 급증하면서 내수 의류 소비가 줄어든 것이 2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한다. 각 가계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여행 비용이 늘다보니 소비재인 의류 지출 금액이 줄었다는 것. 이 때문에 여행 수요가 이어지는 한 당분간 패션업계의 매출 성장은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도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지난해 대비 636% 급증했지만 이는 2019년의 약 66% 수준이다. 하반기에도 가계 소비가 의류보다는 여행에 집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패션 회사들은 해외 수입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올 상반기부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발렉스트라에 이어 올해 미국 브랜드인 ‘케이트(KHAITE)’를 공식 유통하기로 했다. 하반기에 2개의 자체 브랜드를 신규 론칭하면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효자 브랜드 중 하나였던 ‘셀린느’와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올해만 수입 패션에서 4개 이상, 화장품에서 3개 이상의 신규 수입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당분간 신규 투자에 따른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는 각 패션회사의 매출이 반등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올해 4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저 부담이 적고 소비 심리도 개선될 것이란 점에서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매판매의 선행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 6월부터 개선됐다”며 “기저 부담이 줄어드는 4분기부터 패션 회사들의 실적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