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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는 LVMH 같은 럭셔리 재벌이 될 수 있을까[PADO]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 /그래픽=PADO /사진=뉴시스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 /그래픽=PADO /사진=뉴시스

세상에 전해지는 유럽 패션하우스 인수합병의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으로 손꼽히는 것은 1999년 구찌가 LVMH에 인수될 뻔한 위기를 모면했던 일이다.

구찌는 1983년 형제들과 함께 회사를 경영했던 로돌포 구찌가 사망한 후 험난한 시기를 겪었다. 로돌포의 아들인 마우리치오 구찌가 구찌 지분의 50%를 상속받으면서 가문 내 내분이 수 년간 이어졌고, 최고경영자에 오른 마우리치오는 회사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갔다.

1993년, 한때 구찌 가문의 변호사였으며 미국에서의 사업을 주도했던 도메니코 데 솔레가 CEO로 임명되었다. 수석 디자이너 톰 포드의 활약으로 구찌의 여성복 디자인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고, 데 솔레는 구찌를 적자 기업에서 수익을 내는 그룹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1999년, 수년 간 고조되던 권력 다툼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말았다. 럭셔리 패션 그룹 LVMH의 창업자인 프랑스의 대부호 베르나르 아르노는 조용히 구찌 내 자신의 지분을 늘리고 있었고 지분 35% 가량을 취득한 시점에서 회사 장악을 시도했다.

LVMH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되는 일을 막기 위해 데 솔레는 다른 이탈리아 패션 기업과 여러 차례 자리를 만들었다. 그는 LVMH에게 인수되는 걸 피할 수 있는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자 했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죠.” 당시 상황에 대해 데 솔레가 파이낸셜타임스에 한 말이다. “[당시 브랜드 간에] 경쟁이 치열했고 이탈리아의 패션 그룹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는 없었어요.”

데 솔레는 마침내 백기사 투자자를 찾았는데, 그가 바로 오늘날 케링(Kering)이 된 럭셔리 패션 그룹을 설립한 프랑스의 프랑수아-앙리 피노였다. “피노는 재빠르게 움직였어요. 런던에서 모건스탠리의 소개로 만났죠. 나는 피노에게 구찌 가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우리는 악수를 했고, 거래가 성사됐죠.” 데 솔레의 회고다. 피노는 30억 유로에 지분 42%를 사들여 LVMH의 지분율을 20% 정도로 희석시켰다.

구찌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드라마와 피노의 구찌 인수로 프랑스 패션 재벌의 이탈리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마련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창업자가 여전히 권좌를 지키고 있는 이탈리아 패션하우스 중 많은 수가 승계를 둘러싼 딜레마를 겪고 있다.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프라다는 올해 파트리치오 베르텔리와 미우치아 프라다의 아들인 로렌조 베르텔리가 기업을 이어받는다고 발표했다. 반면 아르마니와 돌체앤가바나–밀라노 소재의 패션 대기업 중 여전히 비상장 개인 소유 기업으로 남아 있는 곳은 이 둘 뿐이다–는 (아직까지는) 창업자가 자신의 제국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

“다수의 1세대 패션 브랜드 창업자는 뼛속까지 자기 회사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어요.”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유럽 공동 대표 마르코 데 베네디티의 말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미우치아 프라다와 그의 남편 파트리치오 베르텔리,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 같은 창업자의 개성과 창조적 비전은 브랜드의 디자인 미학을 형성하고 브랜드 인지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창업자가 그룹에서 물러나도 인기가 유지될지 의심하는 투자자와 관계자들은 브랜드의 상업적 대성공이 창업자에게 얼마나 크게 기대고 있는지를 고려한다.

“브랜드마다 제각기 다르지만 회사가 승계 준비를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데 솔레의 말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이 브랜드에서 결정적이지만 경영도 마찬가지죠.”

이탈리아 패션 기업들이 직면한 승계 문제는 업계 전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탈리아는 문화유산이 풍부하고 뛰어난 장인정신을 자랑하지만 외국 기업의 경영권 인수로부터 업계를 보호할 의지와 자금력을 지닌 국내 투자자가 부족하다. “이탈리아에는 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사고방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데 베네디티의 말이다.

애널리스트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 하이패션에 닥친 가장 큰 위협은 남아 있는 귀한 브랜드들도 케링이나 LVMH 같은 프랑스 패션 대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70여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LVMH는 구찌 인수 실패를 겪은 이후 이탈리아 패션 기업 다수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이 중에는 로마에 본사를 둔 펜디, 희귀한 원료로 의류를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한 로로피아나, 고급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도 있다.

구찌를 소유한 케링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케링은 2001년에 가죽을 엮어 만든 디자인으로 유명해진 액세서리 브랜드 보테가베네타를 인수했고 이후에는 남성 럭셔리 수트 브랜드 브리오니와 럭셔리 주얼리 기업 포멜라토를 사들였다.

“전통적으로 이탈리아 패션 기업인들은 [국내에서] 과도한 경쟁 관계에 있어서 국내 경쟁사보다는 프랑스 기업에게 회사를 팔려고 했습니다. 이런 태도가 케링과 LVMH가 몸집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죠.” UBS 이탈리아 지사장 리카르도 물로네의 말이다. LVMH의 시가총액은 4220억유로로 유럽 최대이며 케링의 시가총액은 630억유로다.

반면 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럭셔리 패션 그룹 프라다와 몽클레어의 시가총액은 각각 180~190억 유로에 불과하다.

최근 이탈리아 정계에서는 패션 산업이 이탈리아 국내 경제와 대외 소프트파워에 가져다주는 이익에 대한 인식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최고급 브랜드가 영원히 존속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한다. 브랜드가 존속하려면 역사적으로 라이벌 관계에 있었던 패션 브랜드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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