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처럼 화장해주세요”…日, ‘서울뷰티’에 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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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에 열린 헤라 팝업스토어에서 일본인들이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정인지 기자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에 열린 헤라 팝업스토어에서 일본인들이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정인지 기자

최근 일본에서 K-뷰티가 인기다. 로프트, 플라자 등 버라이어티샵(잡화점)에선 라카, 롬앤, VT, 아누아, 힌스 등 한국 화장품들이 주요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내 수입 화장품 중 한국산이 처음으로 프랑스를 앞지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112,800원 ▼1,100 -0.97%)의 서울뷰티 브랜드 헤라도 올해 일본에 진출했다. 헤라의 전략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기존의 K-뷰티와 다르다. 기존 한국산 화장품이 중저가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헤라는 ‘럭셔리 시장’이 타깃이다. 헤라의 첫 팝업스토어를 샤넬, 에스티로더, 입생로랑 등 글로벌 럭셔리 뷰티 브랜드가 모여 있는 도쿄 시부야의 대형쇼핑몰 ‘스크램블 스퀘어’를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헤라는 브랜드 모델인 블랙핑크의 제니를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서울리스타’로 내세워 럭셔리 K-뷰티를 보여준다는 포부다.

11일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만난 이지연 아모레퍼시픽 헤라 디비전장(상무)은 “우리에게는 익숙한 깨끗하고 내추럴한 피부 표현, 입술에 세련되게 색을 살짝 얹는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스타일을 해외에서는 독특하고 힙하게 본다”며 “10년 뒤, 20년 뒤에 K-붐이 사그러들더라도 굳건할 수 있는 ‘서울뷰티’를 인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헤라는 8월말부터 한달간 운영한 스크램블 스퀘어 팝업스토어에 서울 메이크업팀을 파견해 직접 메이크업쇼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에게 ‘현지 유행 화장’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다. 팝업스토어에서는 헤라의 대표 제품인 블랙쿠션, 센슈얼 누드 밤·글로스를 중심으로 터치서비스(가벼운 메이크업 수정)부터 풀메이크업까지 일평균 40명이 상담을 받았다. 사전 예약이 찬 상태였지만 현장에서 기다려서라도 받아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어 추가 진행했다.

제니가 바른 립 컬러가 본인에게도 어울릴 지, 얇게 바르려면 파운데이션 양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투명한 피부 표현을 위한 기초 메이크업은 무엇인지 등 인터넷에서는 알기 어려운 궁금증을 상담을 통해 풀고 간 것이다. 특히 일본 화장법은 피부 결점을 숨기는 방식인데 반해 헤라는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상무는 “디지털에서는 결코 줄 수 없는 이러한 고객 경험이 쌓여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가 되는 것”이라며 “파리 뷰티, 뉴욕 뷰티를 말할 때 사람들 마음 속에 떠오르는 브랜드와 이미지가 있듯이 ‘서울 뷰티=헤라’ 공식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헤라 광고 화면 캡쳐
/헤라 광고 화면 캡쳐

이를 위한 브랜드 광고도 최근 새로 제작했다. 광고 속에서 제니는 변화하는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고 ‘한계를 모르는 이 도시는 나를 닮았다’는 문구가 나온다. 이 상무는 “제니는 클래식하고 세련된 외모 뿐 아니라 자기주도적이고 용감한 모습이 헤라 브랜드 철학과 잘 부합하는 모델”이라며 글로벌 스타인 제니를 통해 헤라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K-뷰티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로프트, 플라자 등 버라이어티샵(잡화점)에 입점했을 분 아직 일본 백화점에 공식 입점한 사례는 없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고가 브랜드인 AP를 일본 백화점에서 판매한 적이 있지만 2014년 브랜드 재정비를 이유로 철수했다. 헤라는 내년 일본 백화점 공식 입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헤라가 10년 만에 일본 백화점 문을 두드리는 셈이다. 이미 멀티브랜드숍 중에서도 해외 럭셔리 브랜드가 입점돼 있는 일본 ‘아토코스메(@cosme)’ 도쿄, 오사카점에는 지난달 공식 입점했다.

아토코스메 도쿄점의 헤라 매장/사진=정인지 기자
아토코스메 도쿄점의 헤라 매장/사진=정인지 기자

일본 이후에는 태국 진출을 목표로 한다. 이 상무는 “과거에는 대형 시장인 미국, 중국을 먼저 정조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디지털시장에서 정보가 빠르게 교환되고 있는 만큼 세계 어디서든 브랜드 파워를 쌓아두면 타국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현재 반응이 좋은 일본, 아세안에 먼저 진출한 뒤 중장기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럭셔리 뷰티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이 2010년대에 쿠션 시장을 연 뒤 입생로랑, 샤넬 등 내로라하는 럭셔리 브랜드에서 쿠션 제품을 출시했지만 헤라 블랙쿠션은 2017년 출시 이후 6년 연속 1위(글로벌 뷰티 시장기관 보떼 리서치 기준)를 기록해왔다. 이 상무는 “명품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화장품의 본질은 소비자에게 맞는 상품을 공급하느냐, 얼마나 나 다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느냐”라며 “국가에 따라 헤라에서 제안하는 상품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룩을 제안해주고 상품력이 뒷받침 된다면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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