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훈 조폐공사장 “위변조 방지·보안기술 세계 최고로…디지털 화폐는 기회” [인터뷰]

8

취임 6개월 맞은 성창훈 조폐공사장

ICT전문·문화·수출기업으로 도약 준비

모바일 신분증·위변조 방지기술 상용화

예술형주화 도입…조직 소통 강화 노력

성창훈 한국조폐공사장이 지난달 30일 대전시 한국조폐공사(KOMSCO)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성창훈 한국조폐공사장이 지난달 30일 대전시 한국조폐공사(KOMSCO)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자체 기술을 활용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첫 번째 모델이 될 것입니다. 직원들이 실패해도 괜찮아요. 웅크리지 않게 도와주고 정당하면 다 보상해줘야죠.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지난달 30일 대전 한국조폐공사(KOMSCO) 본사에서 만난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의 일성이다. 성 사장은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해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 기획재정부 경제구조개혁국장·장기전략국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취임 6개월 차를 지낸 성 사장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공사는 자체 기술을 활용해 제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업, 문화기업 그리고 수출기업으로의 사업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전쟁의 혼란기인 1951년에 설립된 조폐공사는 화폐와 유가증권 등 국가적 보안제품을 안정적으로 제조·공급하는 국내 유일 제조 공기업이다. 보안제품 생산을 위한 용지 제조, 인쇄 및 주화에 대한 일괄 생산체제 구축, 특수기술 자체개발 등 국가에서 부여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성 사장은 “현금 없는 사회가 찾아와 화폐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신사업 발굴 노력에 매진 중”이라고 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현금결제 비율은 2019년 17.4%에서 2021년 14.6%로 줄었다. 과거 공사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 화폐와 신분증 제조 등 기본사업은 전체 매출의 절반 아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성큼 다가오고 있는 ‘디지털화폐(CBDC)’도 발권력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CBDC는 중앙은행이 분산원장 등의 기술을 활용해 전자적으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아직 CBDC를 도입한 주요국은 없다. 다만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을 포함한 100여개 국가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성 사장은 “공사는 10여 년 전부터 디지털 부문에서 위·변조방지 기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 중”이라며 “디지털화폐 등장은 공사에 위기와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와 지역사랑상품권 서비스인 ‘착(chak)’ 지급결제망을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장이 지난달 30일 대전시 한국조폐공사(KOMSCO)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성창훈 한국조폐공사장이 지난달 30일 대전시 한국조폐공사(KOMSCO)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다만 CBDC가 도입될 경우 모든 거래가 기록돼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디지털 취약계층 접근성이 떨어져 우려를 표했다. 성 사장은 “CBDC만 쓰이는 세상에 대비해 정전 등 비상 상황 시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고, 네트워크 연결이 없어도 작동하는 지갑인 ‘콜드월렛(Cold Wallet)’을 중점적으로 연구·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조폐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성 사장은 조폐공사의 미래 모습에 대해 ‘조폐의 산업화’를 강조했다. 5만원권 한 장을 발행하는데 적용되는 보안기술은 22가지에 이른다. 그는 “공사가 가진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이른바 ‘짝퉁’으로 불리는 가품과 원산지 부정이 많은 의류, 화장품, 농산물 등 브랜드 보호 라벨 사업을 확장 중”이라며 “다양한 벨류체인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전자여권, 상품권, 보안용지 등 신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디지털신분증(DID) 수출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성 사장은 “모바일 국가 신분증 구축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 DID 기반의 모바일 신분증을 해외로 수출했다”며 “내년이면 전체 국가신분증에 대한 모바일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에 이어 올해 모바일 주민등록증 시스템 구축작업도 진행 중이다.

문화기업으로도 발돋움하고 있다. 주화와 훈장 제조 과정에서 축적된 압인기술을 바탕으로 기념주화와 기념메달 등을 제조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손흥민 선수, BTS, 영남알프스 등 다양한 주제의 기념메달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가 상징물을 주제로 금·은 등 귀금속 소재를 사용해 발행하는 ‘예술형 주화(bullion coin)’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현재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9개국이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고 있다. 미국은 독수리, 중국은 판다, 호주는 캥거루를 예술형 주화 디자인에 활용해 국가 문화 홍보에 활용한다. 성 사장은 예술형 주화에 대해 “제테크 등 투자가치가 충분한 사업”이라며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공사는 문화기업, 수출기업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장이 지난달 30일 대전시 한국조폐공사(KOMSCO)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성창훈 한국조폐공사장이 지난달 30일 대전시 한국조폐공사(KOMSCO)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성 사장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사장이 직원을 불편하게 한다’는 글을 보고 직접 댓글을 달아 어떤 점이 불편한지 알아보기도 했다”며 “소통이 성공하기 위해선 경청으로만 끝나선 안 되기 때문에 항상 피드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임식, 시무식, 종무식 등 허례허식처럼 느껴질 수 있는 행사도 다 걷어냈다. 그는 “유연하고 빠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다 필요 없다”며 “공공기관 역시 민간기업의 조직문화 개선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 사장의 소통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경영자(CEO)가 임직원에게 보내는 편지 ‘CEO 레터’와 세대별 타운홀미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직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가까이 듣고 있다. 그는 “공사의 조직문화를 바꿔가며 점차 변화되는 모습에서 행복을 느낀다”며 “350여 개 공공기관 중 자체 노력을 통해 사업전환에 성공한 최초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장 프로필

▲1967년생 ▲고려대 경제학과 ▲파리정치대학원 경제학 석사·박사 ▲37회 행정고시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기획재정부 경제구조개혁국장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장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 ▲외교부 주홍콩총영사관 재경관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행정관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