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과 선 못 긋는 국민의힘, 대선보다 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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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제21 대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하고 대선 준비에 돌입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최측근에 대한 헌법재판관 지명을 두둔하는가 하면, 계엄 위헌성을 부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당 안팎의 지지를 업고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지도부 등이 대선보다는 차기 전당대회를 목표로 ‘강성 지지층 표심’을 관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에서 물러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권성동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대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에서 물러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권성동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뉴스1

◇‘尹 최측근’ 재판관 임명에 “문제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이완규 법제처장을 지명해 논란이 인 데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윤 전 대통령 측근을 지명했다고 보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그런 논리라면 민주당이 추천한 우리법연구회 출신 인사부터 문제가 된다”고 했다.

그러자 ‘개헌’ 문제로 이재명 대표와 대립하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태도를 바꿨다. 우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 상황에서 대선-개헌 동시투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대선 날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자던 제안을 철회했다. 그러면서 “한덕수 대행이 자신의 권한을 벗어나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함으로써, 국회를 무시하고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안정적 개헌논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출마 선언한 김문수 “계엄 자체는 위헌 아냐”

같은 날 강성 친윤(親윤석열)계의 지지를 받는 김 전 장관이 출마 선언에 앞서 당 지도부를 예방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 원내대표, 이양수 사무총장 등이 자리했다. 비공개 면담 후 당 대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당에선 “캠프 출정식같다”는 말이 나왔다.

김 전 장관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과 만나 ‘12·3 비상계엄이 위헌인지 아닌지 명확한 생각을 밝혀달라‘는 질문을 받고 “비상계엄 자체가 위헌이라는 건 아니다”라며 “그 방식 등이 위헌이라는 판단이 헌법재판소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출당·제명 필요성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이날 그의 메시지 대부분은 탄핵 기각을 요구해온 강성 지지층을 향했다. 김 전 장관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 다시 싸워서 승리하자”며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취를 부정하는 세력과 맞서 싸워 이겨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거론하며 “체제 전쟁을 벌여 국가정체성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으로 지칭했다.

◇‘내란 정당’ 프레임 강화 다수가 당권주자

정치권에선 “윤석열이 또 민주당을 도와준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인사를 옹호하면서, 이른바 ‘내란 동조 정당’ 이미지를 스스로 극대화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 대표의 개헌 이슈가 악재가 될 수도 있었는데, 한 대행이 윤석열 측근을 무리해서 임명한 덕분에 개헌 논란이 싹 들어갔다”고 했다.

이미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점쳐지는 인물 대부분은 차기 당권 주자로도 꼽힌다. 김 전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물론, 탄핵 정국에서 ‘반탄파’로 존재감을 드러낸 나경원·윤상현·김기현 의원 등도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높다. 당권은 강성 당원 표심이 좌우하는 만큼, 대선 경선에서도 윤 전 대통령과 확실히 거리를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속 타는 수도권… “TK 의원들 접촉하며 설득”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들의 고심도 깊어졌다. 여전히 당심과 수도권 민심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보수진영 텃밭인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의원들을 직접 만나 ‘본선 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당권은 나중 문제고,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국민의힘 의원님 모두 범죄 혐의를 뒤집어쓰고 정치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김 장관은 훌륭한 분이지만, ‘김문수 카드’로 경선만 치를 건가. 본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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