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의 배신’… 다양성 정책 폐지한 美 타겟, 소비자 외면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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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겟(Target)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지 압박에 동조한 이후 손님몰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일(현지시각) 타겟은 올해 1분기 매출 238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2.8% 줄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242억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5.7% 급락했다.

실적 부진의 골이 깊어지자, 타겟은 연간 매출 전망치를 기존 1% 성장에서 한 자릿수 감소로 하향 조정하며 위기 상황임을 공식화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LA의 한 타겟 매장.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LA의 한 타겟 매장. /연합뉴스

타겟은 미국 전역에 2000여개 매장을 가진 거대 유통기업이다. 오프라인 대형마트 단일 브랜드 중에선 월마트 다음으로 크다.

타겟은 올해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DEI 정책 폐지에 맞춰 흑인·소수계 기업 제품 조달을 중단했다. 소수자 고용 목표도 폐지하고, 인권캠페인단체가 집계하던 기업평등지수에도 참여 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까지 흑인 소유 기업에 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약속도 철회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바이콧(Buycott·가치에 따라 구매하거나 불매하는 행위)으로 타겟에 실망을 나타냈다.

애틀랜타에서 자말 브라이언트 목사가 주도한 40일 타겟 단식(Target Fast) 운동에는 2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 운동은 이름 그대로 ’40일 동안 타겟을 가지 말자’고 주장한다.

40일 타겟 단식은 미국 대형마트 성수기에 해당하는 부활절 기간을 타고 미국 전역에 퍼졌다.

브라이언 코넬 타겟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힘든 몇 달이었다”며 “정책 변화에 대한 소비자들 반응, 관세 관련 불확실성, 전반적인 소비자 신뢰도 하락이 복합적으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기간을 맞은 한 가족이 시카고 타겟 매장을 거닐고 있다. /연합뉴스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기간을 맞은 한 가족이 시카고 타겟 매장을 거닐고 있다.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월 말 40일 타겟 단식 운동 시작 이후 매장 방문객은 전년 대비 4% 줄었다. 3월에는 이 수치가 6.5%로 뛰었다.

반면 경쟁사 월마트는 같은 기간 매출이 4.8% 증가했고, 코스트코는 8.6% 성장했다. DEI 정책을 유지한 코스트코는 매장 방문객이 13주 연속 증가세를 기록한 반면, 타겟은 8주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샤이언스 고엔카 버지니아공대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타겟이 DEI 관련 정책을 철회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했고, 이는 진보적 소비자층 이탈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타겟이 섣불리 DEI 정책을 재차 수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와 보수 단체의 지속적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로비 스타벅 등 보수 진영 활동가들은 DEI를 차별로 규정하고 기업에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헤리티지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포춘500 기업 중 90%가 넘는 485개사가 여전히 DEI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CNBC는 “DEI 폐지 트렌드는 단기적으로 정치적 압박에 순응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장기적으로 소비자 신뢰 상실은 재무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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