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비싸도 먹을 사람은 먹는다?’ 주요 호텔, 여름마다 빙수 가격 올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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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에포크 샴페인을 얼려 슬러시 형태(샴페인 그라니타)로 만들고, 우유 얼음, 치즈, 아보카도 슬라이스 등을 곁들인 빙수. 가격은 15만원이다. /조선DB
벨에포크 샴페인을 얼려 슬러시 형태(샴페인 그라니타)로 만들고, 우유 얼음, 치즈, 아보카도 슬라이스 등을 곁들인 빙수. 가격은 15만원이다. /조선DB

유명 호텔의 빙수 ‘배짱 장사’ 시즌이 올해도 개막됐다. 매년 꾸준히 올랐던 호텔 빙수 가격은 올여름에는 15만원을 돌파했다. 올해 최저 시급(1만30원)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 8시간씩 이틀간 일해야 먹을 수 있는 높은 가격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호텔업계에서 출시한 가장 비싼 빙수는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가 선보인 ‘벨에포크 샴페인 빙수’다. 한 그릇에 15만원이다. 프랑스 샴페인 브랜드인 페이네 주에와 협업했다. 우유 얼음에 벨에포크 샴페인을 얼려 만든 샴페인 그라니타가 들어간 데다가 아보카도 슬라이스가 풍성하게 올라간 것이 특징이다.

포시즌스 호텔의 제주 애플망고빙수도 15만원에 육박한 가격에 출시됐다. 올해 제주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14만9000원. 작년 가격(12만6000원)과 비교했을 때 18.3%가량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와 비교해 보면 지난 4년 간의 생활물가 상승률이 19%였는데, 1년 새 이에 버금가는 수준만큼 올린 셈이다. 애플망고빙수의 원조로 꼽히는 서울 신라호텔은 빙수 한 그릇에 11만원, 시그니엘 서울의 제주 애플망고빙수는 13만원이다.

호텔 빙수 중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승부를 보려는 곳들은 10만원대 밑으로 빙수를 내놨다.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의 망고 빙수는 8만2000원이다. 녹차 시트러스 빙수나 카카오산딸기 빙수 가격은 7만4000~7만6000원 수준이다.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은 꿀벌빙수를 4만5000원에 내놨다. 우유 얼음과 솜사탕, 지리산 벌꿀을 버무렸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시중 호텔의 빙수 경쟁은 사실 주식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웩더도그(wag the dog)’ 현상이라는 평가가 많다. 웩더도그란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서양 속담으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뜻한다.

주식에서는 선물이 현물시장을 좌우하는 것을 뜻하고, 소비시장에서는 핵심이 아닌 주변부에 따라 구매가 좌지우지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호텔의 근본적인 경쟁력은 차별화된 고객 경험(양질의 서비스)과 이에 맞물린 효율적인 운영(비용)으로 결정되는데, 빙수 경쟁은 마케팅에 치우쳐 있는 상황이다.

빙수 경쟁에 매년 벌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진입 장벽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빙수는 망고나 멜론 등 원자재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만 하면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유명 호텔 식음료 부문 관계자는 “얼음 결정에 따른 선호도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호텔에서 비슷한 제빙기를 쓰고 있고 해당 기기가 엄청난 고가인 것도 아니라서 사실상 맛 차이는 없다”면서 “빙수는 얼마나 예쁘게 꾸미느냐,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내놓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원래 빙수 경쟁은 식음료 부문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호텔에서 적극적으로 시작했는데, 인스타그램 마케팅이 중요해진 시대 흐름과 맞물리면서 모든 호텔이 뛰어들기 시작하게 됐다”면서 “소셜미디어(SNS) 마케팅의 화력이 강하다 보니 모든 호텔이 봄에는 딸기 뷔페 전쟁, 여름엔 빙수 전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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