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유통공룡의 승계 드라마, 평가는 극과 극인 까닭
![[사진=셔터스톡]](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1/50687_44368_318.jpg)
2015년 9월 어느 수요일 오후, 미니애폴리스 도심 타깃 센터(Target Center) 아레나. 브라이언 코넬(Brian Cornell) 타깃 CEO가 무대에 올라 거대한 전광판 아래 섰다. 스크린에는 그가 CEO로 부임한 첫해, 타깃 주가가 최대 경쟁사 월마트(Walmart) 주가를 얼마나 크게 앞질렀는지 보여주는 그래프가 떠 있었다.
연례 사내 행사에 참석한 타깃 임직원 1만 3000명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에 코넬은 활짝 웃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1년 전 ‘외부 인사’로 영입돼 위기에 빠진 타깃을 되살리라는 임무를 맡았다. 그리고 첫해 성적표는 분명 좋아 보였다. 나중에 돌아보면, 그날의 과도한 자축이 ‘유통의 신’의 노여움을 샀는지도 모른다.
코넬 타깃 CEO와 더그 맥밀런(Doug McMillon) 월마트 CEO는 최근 몇 주 사이 비슷한 발표를 했다. 둘 다 내년 2월 1일자로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각자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긴다는 내용이다.
맥밀런은 2015년 그날의 타깃 행사 6개월 전 이미 CEO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때 전광판에 떠 있었다는 두 회사의 주가 차트 이후, 두 CEO와 두 회사의 궤적은 완전히 갈라졌다.
맥밀런은 전통적인 유통 공룡이던 월마트를 기술·이커머스 강자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마존의 추격에 맞서 견줄 만한 경쟁자로 만들었고, AI 시대를 대비한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냈다. 창고에서 트럭을 하역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월마트 경력을 시작했던 그는 CEO 취임 이후 지금까지 월마트 주가를 300% 끌어올렸다. 연 매출은 취임 당시보다 약 2000억 달러 늘어난 6810억 달러에 이르렀다.
반면 타깃은 다르다. 코넬 체제에서 타깃 주가는 고작 60% 오르는 데 그쳤다. 월마트와 비교해도, 전체 시장과 비교해도 부진한 성적이다. 물론 2022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팬데믹 기간 매출이 급증하면서 코넬의 리더십은 성공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그 이후 회사는 여러 문제에 시달리며 뒤처졌다.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에게 매력이 떨어진 상품 구성, 다양성과 포용(Diversity) 프로그램을 둘러싼 후폭풍과 이에 대한 성급한 후퇴, 고객 서비스 불만, 주요 상품이 늘 비어 있는 진열대와 공급망 문제 등이 겹쳤다.
물론 CEO 한 명에게 회사의 공과를 모두 돌릴 수는 없다. 수많은 변수와 외부 요인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두 CEO의 퇴진 소식을 둘러싼 시장의 반응은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코넬의 사임과 후임 마이클 피델케(Michael Fiddelke) CEO 내정이 발표되자, 많은 애널리스트는 그가 과연 적임자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이전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그는 지금까지도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핵심 상품이 계속 품절되는 상황이 반복된 탓이다. 여기에 타깃 이사회가 코넬을 ‘사실상 피델케의 상사’인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man)에 앉힌 결정은 시장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회사를 위기에 몰아넣은 두 인물이 여전히 경영 전면에 남아 있는 셈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타깃 대변인은 이런 비판에 반박했다. 그는 피델케의 선임이 “수년에 걸쳐 신중히 진행한 CEO 승계 절차의 결과”라며, “코넬은 견고한 토대를 쌓았고 경험 많은 리더십 팀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설득력은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월가에서는 회사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외부 출신 새 CEO’를 기대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CEO 교체 발표 이후 타깃 주가는 15% 떨어졌다. 행동주의 투자자 ‘어카운터빌리티 보드(Accountability Board)’는 최근 타깃에 이사회 의장은 전직 경영자가 아니라 독립 사외이사에게 맡기도록 정관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최근 나온 월마트의 발표는 이러한 타깃의 행보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맥밀런은 내년 2월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6월에는 이사회에서도 완전히 떠난다. 그는 2027년까지 자문역으로만 회사와 관계를 이어갈 예정이다.
후임으로 지명된 존 퍼너(John Furner)는 월마트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베테랑이다. 2019년부터 미국 사업을 책임지며 4600개 점포를 지휘해왔다. AI 기반 쇼핑, 이른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 같은 소비 행태 변화를 대비해 월마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맥밀런이 CEO와 이사회 자리에서 모두 빠르게 물러난다는 사실은, 회사가 후계자를 충분히 준비시켰다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월마트 대변인은 “이번 승계는 강한 위치에서 계획적으로 이뤄진 신중한 리더십 전환”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월마트가 거둔 성과와 두터운 인재 풀은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다. 퍼너가 이끄는 월마트 미국 사업은 이미 연 매출 6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그의 역량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받은 상태다.
TD 코웬(TD Cowen) 애널리스트 올리버 천(Oliver Chen)은 리서치 노트에서 “우리가 그리워할 더그 맥밀런을 보내는, 달콤쌉싸름하지만 회사가 가장 강할 때 이뤄지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퍼너에 대해 “맥밀런과 비슷한 서번트 리더십(servant-leader) 스타일, 사람과 실행 중심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며 “현재 전략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깃의 승계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훨씬 냉담하다. 쿼바디스 캐피털(Quo Vadis Capital) 대표 존 졸리디스(John Zolidis)는 “월마트와 달리 타깃의 마이클 피델케는 사실상 턴어라운드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라고 진단했다. 그는 “피델케가 타깃의 브랜드 가치를 재구축하고, 상품 구성을 새로 짜고, 매출 성장에 다시 불을 붙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지만, 아직 그런 비전이 명확히 제시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애널리스트 눈에는 타깃의 CEO 교체 방식이 새로운 출발을 알리기보다는, 기존 리더십이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신호처럼 보인다. 글로벌데이터(GlobalData) 매니징 디렉터 닐 손더스(Neil Saunders)는 당시 보고서에서 “이번 인사는 타깃을 수년간 괴롭혀 온, 폐쇄적 사고와 내부 지향적 마인드라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었다.
반대로 “외부 인사였어야 한다”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Yale School of Management)의 제프리 소넨펠드(Jeffrey Sonnenfeld) 교수와 예일 최고경영자 리더십연구소(Chief Executive Leadership Institute)의 스티븐 티안(Steven Tian)은 최근 포춘 오피니언 칼럼에서, CEO 교체 시 내부 승진이 외부 영입보다 주가 측면에서 더 큰 성과를 가져온 사례가 역사적으로 많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많은 이가 피델케를 ‘내부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과소평가했다”며 이런 태도는 “시기상조”라고 썼다. 타깃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피델케가 “처음부터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 전환기의 일시적 고통을 돌파하는 CEO가 될 수 있다”고 옹호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월가의 시선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 글 Phil Wahba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