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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외치는 세대와 18시간 일하는 C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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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많은 임원에게 ‘회사 사다리’ 맨 위에 오른다는 건 좋은 일이다. 분명한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다. 코너 오피스, 두툼한 연봉, 실시간으로 전략을 조정할 권한 같은 것들이다. 대신 일은 머릿속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시스코(Cisco) 최고제품책임자(CPO) 지투 파텔(Jeetu Patel)의 현실도 그렇다. 그는 일주일 내내 일한다. 보통 새벽 6시쯤 하루를 시작해 자정을 넘길 때까지 일하는 날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파텔은 이런 ‘극단적인 업무 모드’가 굴러가는 이유는 자신만의 엄격한 가드레일 덕분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 원칙은 간단하다. CEO 척 로빈스(Chuck Robbins)나 이사회가 아닌 이상, 오전 9시 이전 회의는 잡지 않는다. 해가 뜨기 전 이 시간대를 목표를 정리하고, 임팩트가 큰 일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쓰는 것이다. 파텔은 포춘과 인터뷰에서 “내가 시간을 써서 해결할 ‘문제의 질’을 고르는 게 승부의 90%”라며 “어떤 문제를 풀기로 선택하느냐가, 결국 얻는 결과의 수준과 거의 비례한다”고 했다.

이처럼 거의 ‘24시간 대기’에 가까운 일정 속에서도, 파텔은 균형이라는 게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고 인정했다. 인생에는 일보다 개인적인 일이 더 중요한 시기가 반드시 찾아오고, 그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2023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8주 동안, 그는 병원에서 거의 하루 종일 어머니 곁을 지키며 사실상 일을 거의 놓다시피 했다.

그는 “결국 본인에게 맞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며 “주변 사람들도 그 방식을 괜찮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런 시스템은 누구도 대신 만들어줄 수 없다.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18시간을 일하는 주간에도, 그를 책상에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올해 14살인 딸이다. 그는 말했다. “나는 지금도 주 7일 일하지만, 딸은 언제 어떤 회의라도 그냥 들어와서 뭐든 요구할 수 있다. 노크할 필요도 없다. 언제든 그냥 들어와서 다가오면 된다.”

자기 건강 관리도 마찬가지로 ‘양보할 수 없는 항목’에 넣어 둔다. 본인 말로는 완벽한 루틴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우선순위만큼은 분명하다.

파텔은 “개인의 건강이 정말 중요하고, 사실 어떤 것보다 우선이라고 느낀다”고 말한다. “건강 관리를 제대로 해 두면 가족을 돌볼 수 있고, 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을 맨 마지막으로 미루면 언젠가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상황이 나빠진다.”

운동 루틴 자체는 소박하다. 하루 20~30분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신 핵심은 ‘루틴의 품질’보다 ‘꾸준함’이다.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매일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체중이 왔다 갔다 하는 때가 있고, 그러면 스스로 꽤 엉망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며 “그러다 다시 운동에 완전히 몰입하려고 한다. 지금은 그 중간쯤인 것 같다. 엄청 좋은 컨디션은 아니지만, 아주 나쁜 상태도 아니다. 중요한 건 계속 미세 조정을 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텔 같은 테크 업계 임원에게 긴 노동시간은 어느 정도 숙명에 가깝다. 치열한 경쟁, 짧은 제품 사이클, 숨 가쁜 혁신 속도 속에서 여유로운 ‘다운타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과 삶의 균형’은 말 그대로 균형이라기보다, 이상에 가까운 개념으로 취급된다.

시스코의 최고인사·정책·목적 책임자(Chief People, Policy & Purpose Officer) 프랜신 카추다스(Francine Katsoudas)는 2021년 글에서 “일과 삶 사이에 명확한 경계는 더 이상 없다. ‘밸런스’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적었다. 특히 정신 건강 측면에서 공감 능력이 높은 팀과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랜드스타드(Randstad)의 ‘2025 워크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혹은 미래 직장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꼽은 응답자가 83%에 달했다. 직장 안정성(1위)에 이어 2위이고, 임금·보상은 82%로 오히려 그 뒤였다. 이 조사 22년 역사에서, 일과 삶의 균형이 보상·연봉보다 더 중요한 요인으로 올라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파텔은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균형 있게 가져가는 것’ 자체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그의 살인적인 스케줄만 봐도 드러난다. 그는 “내 머릿속에서는 삶의 질과 워라밸이란 게 결코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Preston Fore &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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