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CEO 알렉스 카프와 팔란티어의 반골 DNA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파리=AP/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2/CP-2024-0163/image-04e8e228-b9d1-4286-b2e3-b59256c9bada.jpeg)
팔란티어(Palantir)의 알렉스 카프(Alex Karp)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성공 비결이 명문 학위도, 정치적 네트워크도, 집안 배경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꼽은 원천은 평생 안고 살아온 난독증이다. 이 ‘다르게 생각하는 방식’이 그의 리더십과 팔란티어를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술 기업 가운데 하나로 끌어올린 핵심 동력이라는 것이다.
카프는 최근 열린 뉴욕타임스 딜북 서밋(DealBook Summit)에서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 중 하나를 움직이는 엔진을 드물게 공개했다. 그의 엄청난 성공, 끝없는 에너지, 비정통적 세계관은 여러 개의 고급 학위나 공동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과의 초기 인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신 그는 평생 숨겨온 난독증과의 싸움을 가리켰다. 카프는 이를 자신의 삶을 규정한 “결정적 순간(formative moment)”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카프를 둘러싼 이야기는 기행과 반골적 발언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대인 소아과 의사인 아버지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티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예술과 과학, 지적 긴장이 공존하는 집에서 자랐다.
부모는 놀라울 만큼 재능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카프는 자신의 성공이 신경학적 특성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정해진 학습 방식에 잘 맞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심한 난독증이 있으면 매뉴얼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카프는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난독증 환자가 끝까지 마스터할 수 있는 ‘플레이북’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자유롭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런 인지적 독립성은 그가 문화·정치 지형에서 차지하는 위치와도 닮아 있다. 카프는 자신의 배경이 정치적 양극단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말했다. “극우 세력은 제가 유대인 가정에서 자랐다는 점, 그리고 유대인을 향한 가장 역겨운 공격에 맞서 그들을 변호한다는 점을 싫어합니다. 극좌 세력은 제 배경을 이유로 제가 진정한 진보적 사고를 버리고,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 이데올로기를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자유로운 사고’는 팔란티어의 상징이기도 하다. 2003년 설립된 팔란티어는 처음에는 미국 정보기관을 위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이후 기업 고객으로 영역을 넓혔다. 회사 문화는 국가 안보 계약업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지적 공동체가 뒤섞인 형태로, 카프 특유의 반골성과 강도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는 실리콘밸리가 국방부와 일하기를 주저해온 태도를 오래전부터 비판해 왔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야 말로 가장 정교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입장은 팔란티어에 적지 않은 비판을 불러왔지만, 동시에 회사를 차별화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미국 정부와 이스라엘군(IDF)을 상대로 한 굵직한 계약, 그리고 인공지능(AI) 플랫폼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덕분에 팔란티어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140% 이상 뛰었다. 지금 팔란티어는 미국 상위 3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남들과 다른 길을 택한 결과다.
카프는 이런 ‘무리에서 벗어난 사고’가 자신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과 직결돼 있다고 본다. 그는 난독증이 가져온 일종의 “정리 기능(clearing function)”을 설명하며, 문자(text)와의 관계가 일반인보다 훨씬 느슨하다고 말했다.
“난독증이 없는 사람은 텍스트를 읽고, 결국 그 텍스트가 그 사람 자신이 됩니다. 많이 읽을수록 텍스트가 곧 ‘나’가 되는 거죠.”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난독증이 있는 사람은 절대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카프는 이런 단절이 한때는 엄청난 약점이었지만, 지금은 팔란티어를 기술 업계 최전선으로 끌어올린 숨은 힘이 됐다고 말했다. 흔히 결핍으로 여겨지는 특성에서 오히려 추진력을 끌어냈다는 것이다.
“저는 정보를 처리할 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거의 관계없이 움직입니다. 그게 많은 걸 떠받쳐 왔죠. 물론 일정한 능력이 받쳐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에 실제로 신념이 있기 때문에, 그걸 현실로 만들기 위해 매우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공격적인 추구의 한가운데에는, 독립적인 사고를 지지하고 이견과 논쟁을 받아들이며 ‘불편한 사람’이 되는 문화를 키우려는 팔란티어의 태도가 있다. 카프는 “우리는 사람들의 생각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아주 다루기 힘든 조직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 Lily Mae Lazarus &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