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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지는 AI는 없다” G2 경쟁이 위태로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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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세계 질서를 ‘경쟁’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쪽이 이기면 다른 쪽이 져야 한다는 구도는 정책을 단순화하고, 위험을 키운다. 지난해 12월 9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엔비디아(Nvidia)의 H200 프로세서를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모든 판매에 25% 부과금을 붙인다는 조건을 달았다.

미국 워싱턴의 기류는 즉각 흔들렸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을 포함한 여러 인사가 트럼프가 “국가안보를 팔아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제로섬 프레임은 AI 산업 전반에서 흔히 등장한다.

앤트로픽(Anthropic)은 미국 안에서는 AI 안전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 ‘군비 경쟁’ 서사를 밀어붙여 왔다. 중국의 개발 속도를 늦추고 미국이 AI 경쟁에서 이기려면 수출 통제가 필수라는 주장이다.

『칩 워(Chip War)』 저자 크리스 밀러(Chris Miller)도 비슷한 결론을 내린다. 엔비디아 H100 같은 최첨단 GPU를 중국에 팔지 못하게 한 조치가 중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 성장 속도를 “유의미하게 늦추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자신도 “미국이 AI 레이스를 시작했고, 미국이 이길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논리는 미·중을 ‘2인 경기’로 묶는다. 한쪽의 승리가 다른 쪽의 패배를 전제로 한다. 승자는 패자의 손해 위에서 큰 보상을 얻는다는 전제다.

합리적 선택의 관점에서 보면 ‘AI 레이스’라는 표현부터 정확하지 않다. 전형적인 2자 레이스는 특정 자원을 두고 벌어진다. 그 자원은 한쪽이 누리면 다른 쪽은 누릴 수 없는 ‘경합적’ 성격을 띤다.

동시에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려운 ‘비배제성’이 강하다. 그래서 누가 먼저 그 자원을 차지하느냐를 두고 경쟁이 벌어진다. 1955년 영화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에는 이런 게임이 나온다. 짐 스타크(Jim Stark·제임스 딘 James Dean)는 라이벌 버즈(Buzz·코리 앨런 Corey Allen)와 함께 절벽을 향해 차를 몰아 달린다. 둘 다 끝까지 직진하면 둘 다 죽는다.

먼저 핸들을 꺾는 쪽이 진다. 한 명이 꺾고 다른 한 명이 계속 달리면, 어느 쪽도 전략을 바꿔 더 나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이를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이라 부른다.

협력이 없는 균형이다. 한쪽이 꺾으면 다른 쪽은 더 달릴 유인이 생기고, 한쪽이 더 달리려 하면 다른 쪽은 꺾을 유인이 생긴다. 하지만 지정학적 AI 생태계는 이런 모습이 아니다. AI 모델의 이용은 ‘배제’가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샘 올트먼(Sam Altman)은 오픈AI(OpenAI)의 GPT를 중국 이용자에게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용 자체가 ‘완전한 경합’도 아니다. 딥시크(DeepSeek)의 모델은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공개돼 있고, 누구나 로컬 환경에서 돌릴 수 있다. 물론 구현과 운영은 어느 정도 경합적일 수 있다. 이용자가 늘수록 에너지와 데이터 비용이 추가로 든다.

하지만 올트먼의 결정은 그런 비용 우려가 핵심 동기가 아니었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 협력해선 안 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중국 이용자를 배제했다. 그렇다면 “중국에 칩을 팔면 베이징을 더 대담하게 만들고, 미국의 처지는 나빠진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도 놓치는 게 있다. 최첨단 전자제품 접근성이 커지고 가격이 낮아질 때 미국의 중산층 가계가 얻는 이익이 있다. 미국 기술 생태계에 대한 세계 의존이 커질 때 생기는 ‘지렛대’도 있다. 경제학자들은 경합적이진 않지만 배제 가능한 자원을 두고 벌어지는 상황을 ‘사슴사냥 게임(stag hunt)’으로 설명하곤 한다.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Discourse on Inequality)』에 나오는 비유다.

사냥꾼 무리가 선택을 한다. 힘을 합쳐 큰 먹잇감인 사슴을 노릴 수도 있고, 각자 작은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 사슴은 협력해야만 잡을 수 있다. 토끼는 혼자서도 잡을 수 있다. 이 게임에는 두 개의 내시 균형이 있다. 모두가 협력해 사슴을 사냥하는 균형. 모두가 흩어져 토끼를 잡는 균형. 둘 다 균형이지만, 더 나은 선택은 사슴 사냥이다.

세계 AI 경쟁은 레이스라기보다 사슴사냥에 가깝다. 정책과 거버넌스, 무역 어느 영역이든 국가 간 협력이 혼자 움직일 때보다 더 큰 이익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소통이 끊기면 불신이 커진다. 그러면 위험한 실수가 나온다. 상대 위협을 과대평가해 긴장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확전의 소용돌이’가 시작될 수 있다. 분쟁 상황에서 AI를 무모하게 배치하는 결정도 나올 수 있다.

미·중 AI 게임에서 ‘사슴’은 이런 실수를 함께 막는 데 있다. 동시에 더 넓은 대중을 위해 상업적으로 유익한 AI 발전을 함께 키우는 데도 있다. 중국과 미국, 그리고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미 쌓여 있다. AI를 이용한 조작과 기만, 강압이 커지고 있다.

일터에서 AI가 도입되며 노동 대체도 현실로 다가온다. 이런 협력은 신뢰와 투명성, 꾸준한 공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변덕스러운 정치화로는 토끼 사냥에 머문다. 사슴 사냥으로 옮겨가려면 정책 결정자들이 실효적인 다자 AI 거버넌스 제도를 키워야 한다.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만들고, 작동을 감시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협상력은 중견국들의 ‘비전형적 연합’에서도 나온다. 각국이 가진 틈새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에너지 부국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는 세계 3위 AI 시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프랑스(France)와 이스라엘(Israel)의 주요 기업들은 특정 분야의 특화 AI 응용에서 선두를 약속하고 있다.

인구가 많고 교육 비중이 커지는 인도(India)는 공학과 컴퓨터과학 인재 공급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 질서는 더 다극화되고 있다. AI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경쟁자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꺾는 ‘AI 레이스 승리’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우방과 경쟁자 모두와 다리를 놓고, 접점을 넓히는 쪽으로 가야 한다.

/ 글 Boris Babic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보리스 바비치(Boris Babic)는 홍콩대(University of Hong Kong) 데이터사이언스·철학·법학 부교수다. 브라이언 웡(Brian Wong)은 홍콩대 철학 조교수이자 홍콩대 ‘현대 중국과 세계 센터(Centre on Contemporary China and the World)’ 펠로다. 이 기사에 실린 견해는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포춘(Fortune)의 공식 입장이나 신념을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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