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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몫 역대 최저…미국 GDP 4.3% 성장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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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기업 실적이 치솟고 미국 GDP(국내총생산)가 불어나는 동안, 미국 노동자들은 같은 ‘호황’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노동자들이 임금과 급여 형태로 가져가는 ‘경제 전체 파이’의 비중이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고용 증가세도 둔화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 노동통계국(BLS·Bureau of Labor Statistics)이 최근 공개한 ‘노동생산성과 비용(labor productivity and costs)’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노동소득분배율(labor share)은 53.8%로 떨어졌다. BLS가 이 데이터를 기록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직전 분기(54.6%)보다도 내려갔고, 2020년대 들어 평균치(55.6%)에도 못 미친다.

이 같은 흐름은 기업 이익 급증과 대조된다. 포춘 500(Fortune 500) 기업의 이익은 2024년 1조 87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GDP는 2025년 3분기 4.3% 성장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경제학자들은 성장의 이면이 노동자 몫 축소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노동 참여 자체가 줄고 있다는 신호도 함께 나타나고 있어서다. 텍사스 A&M대 부시 행정대학원(Bush School of Government) 노동경제학자 레이먼드 로버트슨(Raymond Robertson)은 포춘(Fortune)에 “노동의 몫이 줄었다는 건 임금이 내려가거나, 일하는 사람 수가 줄었다는 뜻일 수밖에 없다”며 “소득 분배에서 자본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소득이 커지는데도 노동시장은 오히려 ‘쪼그라드는’ 징후가 커지고 있다. 2025년 12월 실업률은 4.4%로 소폭 내려갔지만, 1년 전(4.1%)보다 높은 수준이다. 2025년 신규 일자리는 58만 4000개에 그쳤다. 2024년(200만 개)과 비교하면 급감이다.

기업의 호실적과 부진한 고용 지표의 괴리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 우려를 키운다. 부유층 자산은 불어나고 저소득층은 더 취약해지는 이른바 ‘K자형 경제(K-shaped economy)’가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로버트슨은 “지표가 엇갈려 보이지만, 일관되게 가리키는 방향은 노동자에겐 더 나빠지고, 억만장자에겐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슨은 노동소득분배율 약화의 배경으로 자동화(automation) 확산을 지목했다. 자동화가 노동자를 대체하는 동안 생산성(productivity)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2025년 3분기 GDP 데이터에서는 비농업 생산성(nonfarm productivity) 증가율이 연율 4.9%까지 치솟았다.

그는 “이런 변화들이 조금씩 사람을 대체하면서, 소득과 자본 몫을 한쪽으로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애널리스트 조지프 브릭스(Joseph Briggs)와 사라 동(Sarah Dong)도 이번 주 보고서에서, AI 자동화가 전체 노동시간의 25%를 대체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AI 도입 기간 동안 AI 주도 생산성이 15% 늘면 일자리 6~7%가 대체되고, 정점에서는 실업자가 100만 명 늘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다만 이들은 자동화 충격이 크더라도, 기술 변화로 새 일자리가 대거 생기면서 영향이 일부 상쇄될 수 있다고 봤다.

자동화는 기업 이익과 GDP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9월 와튼(Wharton) 브리프는 자동화가 2035년까지 GDP를 1.5%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Y의 ‘미국 AI 펄스 설문(U.S. AI Pulse Survey)’에서도 AI에 1000만 달러 이상 투자한 기업들이 더 적게 투자한 조직보다 생산성 개선을 크게 보고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로버트슨은 실업률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며, 이런 흐름이 임금 상승을 억누르고 기업의 마진과 이익 확대를 돕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생산성 급등의 ‘진짜 원인’은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주 고객 메모에서 생산성 급등을 “여전히 열린 질문(open question)”이라고 표현하며, AI·자동화 확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팬데믹 시기 기업들이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산출’을 내던 관행의 잔재 같은 경기순환적 요인(cyclical)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도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과거의 과잉채용(overhiring)을 바로잡는 해고를 ‘AI 때문’이라고 포장하는 사례가 있을 수는 있지만, 자동화가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직결되는 국면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실업률이 오르긴 했어도 여전히 낮은 편이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다른 원인을 제시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정책재단(NFAP·National Foundation for American Policy) 수석연구원 마크 레게츠(Mark Regets)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이민 단속이 미국 출생 노동자를 늘릴 것”이라는 백악관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등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노동시장 둔화를 키웠다고 본다.

그는 포춘에 “이민 정책이 외국 출생 노동력을 크게 줄였을 뿐 아니라, 미국 출생 노동자에게도 일자리 기회를 줄였다”고 말했다.

BLS 가계조사(household survey) 최신치에 따르면, 2025년 1월 이후 외국 출생 노동자는 88만 1000명 감소했고, 2025년 3월 정점 대비로는 130만 명 줄었다. 이는 이민자들이 추방되거나, ‘적대적인 정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미국행을 꺼리면서 인구 증가가 둔화될 수 있다는 미 의회예산처(CBO·Congressional Budget Office)의 지난해 보고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레게츠는 “경제를 전진시키는 데 쓰였어야 할 다양한 형태의 이민자를 우리가 잃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가 큰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실업률이 2024년 12월 3.7%에서 상승한 점을 들어, 강경한 이민 정책이 노동시장을 키울 것이라는 주장과도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이민 노동자가 줄면 미국 출생 노동자에게도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게츠는 “기업이 어떤 직무에 필요한 인력을 못 구하면, 채용을 늘리는 대신 사업을 접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역량 구성이 생산성을 높여 ‘더 많은 고용’을 정당화할 수 있고, 이민 확대는 소비를 늘려 기업 활동을 자극하며, 기업이 해외 이전(offshoring) 대신 국내에서 인력을 구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는 논리다.

이민 정책을 완화하면 외국 출생 노동자의 이탈 흐름을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로버트슨은 자동화 압력에 대응하는 ‘기술·역량 투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 보조하는 직종이 있다. 그런 직종 수요는 커질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기술(스킬)에 대한 의미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는 이미 변화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AI로 대체되기 어렵고 해외 이전도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목수(carpenter), 용접공(welder) 같은 기술직을 목표로 직업학교(trade school)로 몰리는 흐름이 나타난다. 전미학생정보센터(NSC·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직업 중심 커뮤니티 칼리지(vocation-based community college) 등록은 16% 늘었다.

기업들도 재교육(reskilling)에 나서고 있다. 2024년 익스프레스 고용전문업체(Express Employment Professionals)-해리스 폴(Harris Poll) 조사에서는 채용 관리자 68%가 그해 안에 직원 재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2021년 60%에서 상승). 미 노동부(Department of Labor)도 주 정부가 직업 개발 시스템(workforce development systems)을 조정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했지만, 로버트슨은 정부가 수십 년 동안 ‘미래 일자리’에 필요한 역량을 노동자에게 심어주는 데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필요한 수준으로 훈련(training)과 재훈련(retraining),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active labor market programs)에 투자해오지 않았다”며 “노동자를 일자리와 매칭하는 데 가장 분명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변화가 없다면 고용 둔화 흐름은 이어지고, 미국 경제가 성장 자체를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경고다. 레게츠는 “경제가 성장하려면 일자리 증가가 필요하고, 부채를 감당하려면 더더욱 그렇다”며 “노동력이 줄어드는데 어떻게 일자리가 늘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글 Sasha Rogel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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