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특화 AI로 디자인·제조판 바꾼 이 기업…100억 매출 눈앞
[스타트UP스토리 플러스(+)]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의 간판코너인 ‘스타트UP스토리’를 통해 한차례 소개됐던 기업 대표를 다시 만나 그간의 경험과 시행착오,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노력 등의 경영스토리를 들어봅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러닝화 소비자는 단순히 쿠션과 반발력 같은 기능만 따지지 않는다. 기능은 기본이고, 화려하면서도 예쁘고 트렌디한 디자인까지 전부 갖춰야 지갑을 연다. 유행의 주기가 짧아진 만큼 브랜드가 안고 있는 숙제도 달라졌다. 시장이 원하는 디자인을 빠르게 만들어내고, 이를 곧바로 생산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제조 파트너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크리스틴컴퍼니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 ‘버티컬 AI’ 기업이다. 신발 산업이라는 전통 제조업에 AI를 접목해 디자인 기획부터 공장 매칭, 생산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브랜드가 원하는 신발을 더 빠르게 기획하고, 적합한 제조사를 찾아 실제 생산까지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는 “우린 부·울·경 출신 스타트업으로 지역에서도 경쟁력 있는 AI 비즈니스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 100억 목표”…신플·슈캐치 투톱
크리스틴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28억3000만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00억원을 목표로 한다. 이민봉 대표는 “올해 8월 말 기준 이미 60억원가량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을 이끄는 축은 크게 두 가지다. 기업간거래(B2B) 제조 매칭 플랫폼 ‘신플(SINPLE)’ 과 소비자·디자이너 대상 생성형 AI 디자인 솔루션 ‘슈캐치(ShoeCatch)’ 다. 올해 누적 매출 60억원 가운데 신플이 약 50억원, 슈캐치를 포함한 B2C 사업이 약 10억원을 차지한다.
지난해 10월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신플은 신발 제조에 필요한 공장을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이다. 신발 한 켤레를 만들려면 소재·부품·가공 등 10곳 안팎의 공장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이들을 적재적소에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수료는 의뢰 금액의 평균 20% 수준이다. 현재 신플에 연동·계약된 협력 공장은 국내 약 430곳, 해외 50곳이다. 유료 고객사는 33곳이며 이 가운데 24곳은 실제 납품까지 마쳤다.
지난 7월 상용화한 슈캐치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신발 디자인 시안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텍스트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디자인을 생성하는 것은 물론 실제 생산 가능 여부까지 판단한다. 이 대표는 “디자이너들이 손으로 반복하던 스케치를 자동화해 시간을 줄여준다”며 “브랜드 디자이너는 우리 브랜드의 감성을 어떻게 담을지 마지막 고민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했다.

“20만장 직접 라벨링, 글로벌 최대 수준”
크리스틴컴퍼니는 범용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하되, 자체적으로 축적한 신발 데이터를 학습시켜 신발 산업에 특화된 AI를 만드는 방식을 쓴다. AI가 만든 디자인을 실제 제작에 필요한 설계도로 변환하고, 기존에 출시된 신발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분석해 디자인 중복 여부를 판단하는 기능도 있다. 작업지시서도 자동으로 만들어 공장에 전달할 수 있다. 이 대표는 “3년 전부터 KAIST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 학습하고 있으며, GPU도 내부에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크리스틴컴퍼니의 경쟁력은 데이터다. 이 대표는 “신발은 옷과 달리 여러 겹의 레이어를 붙여 만드는 복잡한 구조물이고, 부위마다 명칭이 모두 다르다”며 “각 부위에 이름을 붙이고 일일이 라벨링해야 비로소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틴컴퍼니가 수년간 직접 라벨링해 구축한 학습 데이터는 약 20만장.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거의 최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산업 자체의 폐쇄성도 진입장벽이다. 이 대표는 “신발 산업은 레거시와 카르텔이 강해 외부 기업이 들어와 공장들을 설득하고 협력 관계를 만드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신발업에 종사했던 부모를 둔 자신조차 공장들과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그는 “돈만 들고 들어온다고 쉽게 문을 열어주는 산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봇이 신발 만든다…AI로 한국 제조업 다시 승부
디자인 자동화는 새로운 수요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이다. 일본 도쿄시가 전세계 러닝 인구를 겨냥해 지역 특색을 담은 러닝화를 만든 것처럼, 국내에서도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신발을 기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부산시가 광안리~해운대 조깅 코스를 조성하고 있어 부산의 색깔을 담은 신발을 인플루언서와 함께 기획하는 방안을 슈캐치로 검토했다”며 “현재 기획 단계”라고 말했다.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신발 사업도 준비 중이다. 글로벌 IP 기업들과 협의를 진행하며 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운동화에 접목하고, 여기에 인플루언서·연예인 협업까지 더한다는 구상이다.

신발 제조에는 본드칠처럼 젊은 세대가 기피하는 3D 공정이 많고, 후계자 부족으로 사라지는 공정도 적지 않다. 크리스틴컴퍼니는 여기에 로봇과 AI를 결합할 계획이다. 단순히 한 가지 작업을 반복하는 로봇이 아니라 AI가 상황을 판단해 다양한 종류의 신발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주주사인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발 분야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유치는 시리즈B 라운드가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이번엔 국내보다 해외 큰 곳들을 유치해 의미 있는 라운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기존 주주의 해외 네트워크로 매칭을 받아 직접 IR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와 산업은행이 주주로 들어와 있는 점이 해외 투자자에게 신뢰 근거가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금융처럼 대형 금융사가 주요 주주로 있는 것을 해외 투자자들은 매우 중시한다”고 말했다.
3년 내 현실적 목표를 묻자 이 대표는 “무신사·에이블리 등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플랫폼의 신발 랭킹 30위 안에 드는 제품 중 절반 이상을 신플에서 생산되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신플을 거쳐야 힙한 신발을 만드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