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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보다 무법이 낫다” 나침반 잃은 코인 규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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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가상자산 업계의 숙원 법안인 ‘클래러티 법(Clarity Act)’이 표결을 앞두고 위기에 빠졌다. 코인베이스(Coinbase)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이 밤 X를 통해 공식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다.

암스트롱은 “나쁜 법안을 갖느니 차라리 법안이 없는 게 낫다”며 블록체인 업계가 처한 여러 비판적 지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보유에 따른 ‘보상(리워드) 제공’ 문제를 두고 은행권과 벌이고 있는 핵심 쟁점을 언급하며 “우리 모두 더 나은 초안을 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안은 서로 다른 연방 기관 간의 감독 권한 분립 등 가상자산 시장 구조 전반을 다루고 있다. 그만큼 오랫동안 업계의 최우선 과제였다. 법안은 가상자산의 유형별 분류 및 규제 방식 등 과거 정부에서 소모적인 법적 분쟁을 일으켰던 까다로운 현안들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수백만 달러의 정치 자금을 쏟아부어 친(親)블록체인 후보들을 대거 당선시킨 가상자산 업계는 지난해 여름 ‘지니어스 법(Genius Act)’ 통과로 큰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틀을 마련한 법안이다. 하지만 시장 구조 개편안은 훨씬 더 까다로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은행권 로비 단체가 지니어스 법 내 ‘스테이블코인 보유 시 예금 이자와 유사한 수익(Yield) 제공’ 허용 조항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하원이 지난 7월 클래러티 법(Clarity Act)이라 불리는 시장 구조 법안 수정안을 통과시켰음에도 상원은 논의를 미뤄왔다. 상원 은행위원회가 마침내 수정안 토론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수익률(Yield) 제공 이슈와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 등이 법안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상자산 로비스트는 포춘(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위원회 단계에서 법안이 좌초될 실질적인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분위기가 매우 험악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가상자산 업계 다수에게 지난여름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지니어스 법 통과가 에피타이저였다면, 이번 시장 구조 법안은 업계에 제도적 정당성을 부여할 ‘메인 요리’와 같았다. 그러나 수년간의 치열한 논쟁 끝에 나온 상원의 결과물은 업계 입장에서 ‘아예 없는 것보다 못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조짐이다.

가장 큰 쟁점은 역시 ‘스테이블코인 수익률’을 둘러싼 은행권과의 전쟁이다. 은행 로비 단체는 지니어스 법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자체의 수익 제공은 막으면서도 파트너사나 제3자를 통한 리워드 지급은 허용하는 ‘법적 구멍’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보상 프로그램은 2025년 3분기 스테이블코인 관련 매출로만 3억 5500만 달러를 기록한 코인베이스 같은 기업들에게 핵심 수익원이다. 은행권은 이 방식이 은행 예금을 잠식해 미국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상원 내 초당적 그룹이 클래러티 법을 통해 신용카드처럼 거래와 연동된 수익 제공을 허용하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거물 중 하나인 코인베이스의 암스트롱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그의 수요일 게시물은 강경한 ‘버티기’ 전략을 시사한다.

업계 리더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크라켄(Kraken)의 공동 CEO 아준 세티는 암스트롱과 달리 법안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X를 통해 “지금 물러나는 것이 현상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세계가 앞서 나가는 동안 미국 기업들만 불확실성과 모호함 속에 가둬두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윈터뮤트(Wintermute)의 정책 책임자 론 해먼드는 “현재도 치열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가상자산 업계에는 늘 막판 드라마가 존재하는데, 이번 이슈가 바로 그 분수령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의 가상자산 수익 창출 금지’ 조항도 또 다른 뇌관이다. 트럼프 일가가 최근 연방 은행 면허를 신청한 가상자산 플랫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등을 운영하며 업계와 깊게 얽혀 있다는 점이 이 이슈를 정치적 화두로 만들었다.

반면 포춘이 입수한 시민단체들의 서한에 따르면, 정부의 이해충돌을 다루는 조항이 빠진 것을 두고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루벤 가예고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윤리 조항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지지를 철회할 경우, 공화당이 수적 우위에 있음에도 법안은 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

익명의 로비스트는 초당적 지지를 얻기 위해 법안이 탈중앙화 금융(DeFi) 규제와 토큰 상장 절차 관리, 증권거래위원회(SEC) 감독권 강화 등을 포함하며 지나치게 좌클릭 했다고 한탄했다. 그는 포춘에 “법안이 나침반(지향점)을 잃어버렸다”고 꼬집었다.

/ 글 Leo Schwartz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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