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폐 ’45일 룰’…막판 하루 미달에도 퇴출 가능성

시가총액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가 현실화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일정실업은 지난 3월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뒤 끝내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지난 6월 시장에서 퇴출됐다. 강화된 시가총액 상장유지 기준이 실제 상장폐지로 이어진 첫 사례다.
코스닥 시장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시가총액 상장유지 기준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아진 데 이어 내년부터는 300억원으로 다시 올라간다. 여기에 관리종목 지정 이후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회복 요건까지 ’45거래일 연속’으로 강화되면서 기준선에 걸쳐 있는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44일 버텨도 하루 미달하면 다시 처음부터
일정실업은 지난 3월16일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이후에도 시가총액 200억원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한국거래소는 6월15일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일정실업 주식은 같은 달 19일부터 29일까지 정리매매를 거쳐 30일 상장폐지됐다.
법무법인 세종은 “시가총액 미달은 일정 기간 동안 요건을 회복하지 못하면 별도의 개선계획 심사나 장기간의 이의신청 절차 없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강력한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라고 설명했다.
코스닥에서는 관리종목 지정 이후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회복 요건도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 기존에는 시가총액이 30거래일 연속 기준에 미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더라도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 이상 기준을 충족하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었다. 개정된 규정에서는 이를 ’45거래일 연속’으로 바꿨다.
종전에는 90거래일 안에서 기준선을 오르내리더라도 기준을 웃돈 거래일을 누적할 수 있었다. 예컨대 20거래일간 기준을 웃돌다 하루 미달하더라도 앞서 쌓은 20거래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다르다. 45거래일을 연속으로 충족해야 해 중간에 단 하루라도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계산한다. 가령 44거래일 연속 기준을 지키다가 45번째 거래일에 다시 미달하면 앞서 쌓은 44거래일은 인정받지 못한다. 45거래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기준을 웃돌아야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고, 여기서 하루라도 더 미달하면 45거래일 연속 요건을 채우는 것은 수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90거래일이라는 관리기간이 주어지지만 실질적인 회복 기회가 제한적인 이유다. 여러 차례 기준선을 오르내리며 회복할 수 있었던 종전과 달리 사실상 한 번의 긴 회복 구간을 만들어 45거래일을 연속으로 버텨야 한다.
일정실업은 관리종목 지정 후 53거래일이 지나도록 단 하루도 시가총액 200억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거래소는 90거래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해제 요건 충족이 수리적으로 불가능해진 시점에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코스닥은 기준 자체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올해 7월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올라간 시가총액 기준은 내년 1월부터 300억원으로 다시 높아진다. 단순 계산으로 시가총액 200억원인 기업은 내년 기준을 맞추려면 기업가치를 50%, 250억원인 기업은 20% 끌어올려야 한다.시총 200억→300억 유증하면 최대주주 지분 30%→20%
높아진 기준을 맞추기 위해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다. 유상증자와 자사주 취득, 인수합병(M&A) 등이 거론되지만 각각 자금 부담이나 지분 희석 등의 문제가 뒤따른다.
특히 유상증자는 신주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시가총액을 늘릴 수 있지만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된다. 주가가 변하지 않고 신주가 발행가액대로 시가총액에 반영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시가총액 200억원인 기업이 100억원을 증자해 300억원으로 늘릴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3분의 2 수준으로 낮아진다. 최대주주의 기존 지분율이 30%라고 가정하면,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때 지분율은 20%로 떨어진다.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자본 확충이 최대주주의 경영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세종은 “이번 개혁방안은 다수의 상장사들에게 시가총액 부양 및 재무개선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가총액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행위가 ‘시세조종’으로 간주될 가능성도 나온다. 코스닥 업계 관계자는 “내년 7월까지 시가총액 200억인 기업이 300억까지 50% 가량 올리기 위해서는 사실상 최대주주가 회사 지배력을 포기하거나, 주가를 억지로 부양하는 수밖에 없다. 주가를 억지로 부양하는 것은 사실상 ‘시세 조종 행위'”라며 우려했다.
한편 상장폐지 기준을 앞당겨 적용한 데 대한 법적 다툼도 시작됐다. 일부 상장사는 거래소를 상대로 관리종목 지정 효력정지와 상장폐지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냈다. 시가총액 기준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시행하면서 기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침해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