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무도한 ‘탕웨이’ 전남편이 최근 흑화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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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 웃음벨 ‘라바’ 유승목, 고통스러운 웨이브에 모두가 웃었다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인원 박사가 대본에도 없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웨이브를 보여주는데 정말 못 참겠더라고요.”

배우 안재홍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극본·연출 이병헌)에서 유인원 박사를 연기한 유승목을 돌이키며 이같이 말했다.

닭강정으로 변한 딸을 되돌리기 위한 분투를 그린 ‘닭강정’이 지난 3월15일 공개와 동시에 다양한 평가를 얻고 있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최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최선만(류승룡)과 민아를 짝사랑하는 고백중(안재홍)의 이야기다.

황당하지만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웃음”이라는 평가와 함께 다소 연극적인 톤의 배우들의 연기와 공감을 얻기 어려운 설정으로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기이한 소재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닭강정’을 시청하기까지 진입장벽을 높이지만, 그럼에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황당한 세계에 완벽하게 버무려진 배우들의 열연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저히 임할 수가 없었다”는 류승룡의 말처럼, 배우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인물들을 ‘진지하게’ 연기했다.

● 애벌레 시절을 잊지 않은 유 박사 역의 유승목 ‘눈길’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도 유승목은 극 중·후반부부터 활약하며 웃음을 견인한다. 유승목이 연기한 유인원 박사는 기계 연구에 몰두한 인류 최고의 과학자로, 민아를 닭강정으로 만든 의문의 기계를 연구한 이력 때문에 선만과 백중이 애타게 찾은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 박사는 그 기계에 집착하다가 실종됐고, 어떠한 연유로 2년 동안 사람이 아닌 ‘애벌레’로 살아왔다. 그런 유 박사를 선만과 백중은 “라바”라고 부른다.

애벌레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유 박사지만, 과거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듯 시시때때로 꿈틀거리는 웨이브를 선보인다. 종잡을 수 없이 애벌레처럼 몸을 꿈틀대는 유승목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안긴다.

안재홍에 따르면 유승목의 웨이브 연기는 대본이나 지문에도 없던 설정이었다. 안재홍은 애벌레 동작을 하는 유승목의 모습을 처음 보고 “진짜 깜짝 놀라서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싶었다”며 “정말 놀랐던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 꿈틀거리는 유 박사의 연기가 끝나자마자 웃음을 터뜨리는 배우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안재홍은 “이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가 사랑스러운 이상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유승목 선배와 연기할 때는 (웃음이 터져서)눈이 아닌 인중을 볼 수밖에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머리가 하얗게 샌 단발머리에 흰 가운을 입은 개성 강한 비주얼로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구현한 유승목의 외형만큼이나 능청스러운 연기력을 보는 재미가 크다.

애벌레가 된 2년 동안 의문의 기계에 붙어 있던 유 박사는 극중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반복해서 시청하는 집 주인과 거주했다는 설정이다. ‘멜로가 체질’은 ‘닭강정’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이 2019년 내놓은 드라마다.

유 박사가 애벌레인 상태로 ‘멜로가 체질’을 봤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2번 이상 봐야 더 재미있다”며 뜬금없이 ‘멜로가 체질’을 영업하거나 “내가 애벌레가 돼 가지고 ‘멜로가 체질’을 보고 이게 뭐냐고? 이게!”라며 ‘급발진’하는 유박사의 모습에 웃음을 참기 어렵다.

이병헌 감독은 이러한 유승목의 모습에 “배우가 그 연기를 좋아한 거 같다”고 한마디 거들기도 했다.

유승목은 1993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1999년 영화 ‘박하사탕’을 시작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의 전남편으로 출연해 주목받았다. 

영화와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을 넘나들며 캐릭터와 한 몸이 된 듯한 연기력으로 진정한 ‘신 스틸러’ 역할을 해왔던 유승목의 진가가 ‘닭강정’에서도 제대로 빛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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