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오는 8월14일 개봉하는 추창민 감독의 영화 ‘행복의 나라’는 12·12 군사반란과 함께 또 하나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에서 출발했다.
‘행복의 나라'(제작 파파스필름, 오스카10스튜디오)은 10·26 사건에서 시작한다. 1979년 10월26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안가에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쏜 총에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한 사건이다.
영화는 사실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사건은 실제와 다를 수 있는 픽션임을 밝힌다”라고 서두에 밝히고 시작하는 ‘행복의 나라’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으로 사실(팩트)과 허구(픽션)가 섞여 있다.
● 영화와 실제는 어떻게 다를까
‘행복의 나라’는 사건 당시 군법회의(군사법원)에 넘겨진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를 비롯한 관련자들을 이야기 재료로 삼는다.
영화는, 그 가운데 유일한 현역 군인으로서 단심제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흥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흥주를 모티브로 창작한 인물인 박태주(이선균)를 살리려고 분투하는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이다.
영화 초반부에 중앙정보부장 김영일(유성주) 등 피고인들을 변호하는 변호인단이 꾸려지고, 단심 재판을 받는 박태주의 변호를 맡으려는 변호사가 나타나지 않는 장면이 담긴다. 이후 정인후가 출세를 노리고 그 자리를 맡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치는데, 이는 영화를 위해 극화됐다.
당시 재판의 변호인단 중 한 명이었던 안동일 변호사가 펴낸 저서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2017년)에 따르면, 실제 김재규과 박흥주 등 사건 가담자에 대한 국선변호인이 지정됐다. 이후에 김재규와 박흥주는 사선변호인을 선임했다.
영화에는 정인후와 합동수사단장 전상두(유재명)가 두 차례, 박태주와 전상두가 한 차례 대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역시 영화적인 설정이다. 특히 정인후가 전상두에게 일갈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골프장 대면 장면은 감독의 상상력이 한껏 발휘됐다.
추창민 감독은 “영화니까 가능했던 장면으로, 정인후와 이 시퀀스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대해 저항하는 목소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영화에서 김영일이 거사를 치른 직후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며 박태주에게 ‘중정(중앙정보부)과 육본(육군본부) 중 어디로 가는 것이 좋겠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박태주는 ‘육본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영화와 다르게 실제는 육군참모총장 정승화가 육본으로 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후반부에 정인후가 재판의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중요 인물을 증인으로 내세우기 위해 애쓰는데 이 또한 영화적인 상상력을 덧댄 장면이다.
● 박태주 캐릭터 만큼은 사실적으로
‘행복의 나라’는 허구 같지만, 알고 보면 사실인 장면으로 놀라움을 선사한다.
영화에서 박태주에 대한 재판이 졸속으로 처리되는 장면이 담긴다. 이는 사실이다.
당시 사건의 주범인 김재규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범으로 몰린 박흥주에 대한 재판은 1979년 12월4일 개시 이후 불과 16일 만인 12월20일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재판이 졸속 재판으로 비판받는 배경이다.
또 영화에서 재판 도중 재판부에 쪽지가 수시로 전달되는 장면도 담겨 있는데, 이 또한 사실이다.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지금까지 박흥주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없었던 만큼 감독은, 그를 극화한 인물 박태주에 대해서만큼은 사실에 기반해 영화에서 객관적으로 구현해내려 노력했다.
개인사에 대한 감정적인 접근도 경계했다. 이를 위해, “아빠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으며…”라는 글귀가 담긴 박흥주가 아내와 딸들에게 남긴 유서도 영화에 넣지 않았다.
추창민 감독은 “‘행복의 나라’는 인물보다는 그 시대를 조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그래서 박흥주를 미화하거나 그의 개인사를 정서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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