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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향인도 춤추게 한 ‘와일드 씽’… 엄태구, 래퍼 상구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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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태구가 영화 ‘와일드 씽’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엄태구가 영화 ‘와일드 씽’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엄태구가 스크린 밖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 ‘와일드 씽’에서 한물간 혼성그룹 ‘트라이앵글’ 멤버 상구로 분해 춤과 랩, 코미디까지 소화하며 이전과는 또 다른 에너지를 꺼내 들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엄태구는 그렇게 이번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대 위에 올라섰다.

오는 6월 3일 개봉하는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던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해체된 뒤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 ‘해치지않아’ 등을 통해 독창적인 유머와 탄탄한 연출력을 선보여 온 손재곤 감독의 신작이다. 

극 중 엄태구는 그룹의 막내이자 랩 담당 상구를 연기했다. 상구는 랩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크지만, 현실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물이다. 팀 해체 이후 야심 차게 내놓은 솔로 앨범까지 실패한 뒤 보험 설계사로 살아가던 그는 다시 한번 무대에 설 기회를 마주하게 된다.

능청스러운 윙크와 과장된 제스처, 귀여운 표정들까지. 엄태구는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엄태구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귀여운 척을 다 했다”면서 “어색하게 보이는 게 가장 괴롭다”며 상구를 살아 숨 쉬는 인물로 완성하기 위해 반복했던 고민과 노력의 과정을 전했다.

-개봉을 앞둔 소감은.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봤나.

“기대도 되고 떨리기도 한다. 막연한 기대만 있었는데, VIP 시사를 하고 주변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기대가 더 커졌다. 나는 아주 냉철하게 봤다.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완성본을 오정세 선배와 둘이 앉아서 봤는데 서로 ‘내 영화 보고 안 웃는다’ ‘저도 안 웃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웃지 않고 봤다.(웃음) 그런데 지인들이 극장에서 많이 웃으셨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도전을 무릅쓰고 작품을 택한 이유는.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했어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았다. 감독님도 너무 좋으셨다. 부드러운 분이셨고, 현우 역에 강동원 선배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해보고 싶었다. 예전에 한 번 같이 작업한 적이 있었는데, 강동원 선배와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강동원 선배는 춤을 추니까 내가 랩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는 분들이 많이 웃으실 것 같았다. 열심히 하면 많이 웃겨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하면 이렇든 저렇든 결과가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가려진 시간’(2016) 이후 강동원과 재회했다. 이번엔 친해졌나.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웃음) 그래도 이번에는 달랐던 게 그때는 선배 번호도 몰랐는데 이번에는 문자도 했다. 처음 문자 할 때 한 시간을 썼다 지웠다 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내게는 대선배님이고 떨려서 한 시간 동안 썼다 지웠다가 조심스럽게 보냈다. 따뜻하게 답장을 보내주셔서 감동 받았다.”

래퍼 상구로 분한 엄태구. / 롯데엔터테인먼트
래퍼 상구로 분한 엄태구. / 롯데엔터테인먼트

-연예계 대표 내향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완전히 다른 텐션의 인물이었다. 부담은 없었나. 

“모든 게 다 부담이었다. 장르가 코미디였고, 랩과 안무, 텐션이 높은 캐릭터까지 전부 부담이 많이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담됐던 건 장르가 코미디라는 점이었다. 머리로는 코미디가 가장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몸으로 직접 해보니까 누군가를 웃긴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 그런 걸 해내는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래퍼 역할은 어떻게 준비했나.

“준비 기간은 총 5개월 정도였다. 촬영 전에는 집중해서 연습했고, 쉬는 날에도 따로 찾아가서 배우곤 했다. 랩 메이킹은 선생님과 같이 작업했다. 나는 라임을 잘 모르니까 상구에 대한 이야기를 써가면 선생님이 라임을 맞춰주셨다. 그렇게 가사를 쓴 다음 감독님께 보여드리는 식으로 작업했다. 초반에 나오는 상구의 발성 연습도 단순히 웃기려고 한 게 아니라 실제로 하는 발성 연습이다. 소리를 뱉는 연습을 많이 했고,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열심히 했다. 방음 부스 안에서 선생님과 연습할 때는 재미있었는데, 막상 밖에 나오면 못 하겠더라. 쑥스러워서. 그게 문제였다. 선생님과 둘이 있으면 계속 더 하라고 해주시고 추임새도 넣어주시니까 나도 같이 했는데, 막상 밖에 나오면 쑥스럽더라.(웃음)”

-일상 대사를 할 때도 랩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톤을 그렇게 잡은 것인가.

“따로 잡으려고 한 건 아닌데 랩 선생님과 계속 이야기하다 보니까 선생님 특유의 동작이나 말하는 느낌 같은 게 있더라. 선생님을 보면서 많이 따라 했다. 당시에는 연습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까 그런 게 자연스럽게 들어간 것 같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랩을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했다.”

-랩과 춤 중 어떤 게 더 어려웠나.

“춤이었다. 물론 랩도 어렵지만 춤이 정말 어려웠다. 아무리 따라 하려고 해도 선이라는 게 있더라. 내가 하면 자꾸 체조처럼 돼서 그게 정말 어려웠다. 무대 장면을 찍으면서 랩과 춤을 직접 해보니까 가수분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립싱크로 1절만 최선을 다해서 해도 호흡이 너무 힘들었다. 콘서트 버전 촬영 때는 앞부분 랩 1절만 해도 팔이 잘 안 올라갈 정도였다. ‘컷’ 하고 나면 바로 누워 있어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가수들이 어떻게 라이브로 춤까지 추면서 하는지 정말 신기할 정도였다.” 

-카메라가 켜졌을 때 수줍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직업이니까 그런 것 같다. 대본이 있고 캐릭터가 있는 거니까. 지금 내 모습이 가식일 수도 있는 거다. 농담이다. 죄송하다.(웃음)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한다. 제일 괴로운 건 어색하게 나왔을 때다. 연기가 잘 안됐을 때가 가장 괴롭다. 망가지는 것 자체는 괴롭지 않은데, 어색하게 보이는 게 힘들다. 그래서 진짜처럼 자연스럽게 하려고 매번 준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갑자기 바뀐다기보다 계속 그 상황에 가서 저지르려고 준비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내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엄태구가 캐릭터 구축 과정을 전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엄태구가 캐릭터 구축 과정을 전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무대 장면에서는 어떤 부분을 가장 고민했나.

“그냥 상구가 무대 위에서 논다는 것 하나만 생각했다. 나도 진짜 놀고 싶었다. 어떤 식으로 놀고 싶었냐면, 4~5살 어렸을 때 팬티만 입고 춤추고 놀 때 있지 않나. 그때처럼 자유롭게 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진짜 즐기면 그 에너지가 보는 분들에게도 전해질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진짜 즐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어떤 제스처를 할지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텐션이 올라가고 진짜로 즐길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다. 제스처 자체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지 않았다.” 

-상구의 꾸러기 같은 귀여운 모습들도 인상적이었는데.

“귀여운 표정 같은 경우는 거울을 보고 연습한 적은 없다. 현장에서 결정됐기 때문이다. 원래는 그렇게까지 귀여운 척을 하는 설정은 아니었는데, 현장에서 가발과 의상을 다 착용해 보고 안무 선생님과 이야기하다가 상구가 조금 더 귀엽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래서 ‘어떻게 귀엽게 할까,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고민하다가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내가 지금 귀엽지 않으면 차라리 죽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래서 어디선가 본 것들까지 포함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귀여운 척은 다 했던 것 같다. 모니터링할 때는 억지스러운지, 자연스러운지를 가장 많이 봤다. 상구가 진짜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지, 어색하지 않은지 그런 부분 위주로 봤다. 민망함도 분명 있었지만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윙크도 유독 많이 하더라. 본인의 아이디어였나.

“즐기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온 게 윙크였다. 그러다 보니 ‘이걸 더 많이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귀여운 척이 한정적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윙크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웃음) 처음 윙크를 하면서 찍었던 장면이 있었는데, 이후 다른 장면들을 찍을 때도 ‘이걸 상구 캐릭터로 계속 가져가자’ 싶었다. 그래서 팬들과 눈이 마주치면 연속으로 윙크를 하는 식으로 캐릭터와 연결됐던 것 같다.”

-현재의 상구를 표현하는 데 고민한 지점은.

“현재의 상구를 찍을 때도, 과거의 상구를 찍을 때도 마찬가지로 대본 안에서 최대한 살아 있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비주얼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가발과 의상, 분장팀의 도움이 컸다. 가발도 여러 개를 준비해 주셨는데 그중 가장 좋은 걸 선택해 착용했다. 코미디 영화다 보니까 했을 때 재미있는 느낌이 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장발에 파마머리도 시도했다. 그런데 그걸 쓰고 나니까 정말 큰 무기를 얻은 기분이었다. 의상·분장팀에게 굉장히 감사했다. 귀여운 척을 하게 된 것도 사실 현장에서 의상과 분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의상과 분장의 힘을 정말 많이 얻었다.”

엄태구가 코미디 장르를 소화한 소감을 전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엄태구가 코미디 장르를 소화한 소감을 전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텐션 높은 캐릭터를 소화한 소감은. 만족도도 궁금하다.

“촬영하면서 전력질주를 정말 많이 했다. 텐션은 무조건 올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진짜 업된 상태가 되고, 실제로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 거니까 그게 정말 어려웠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만약 이런 역할을 또 하게 된다면 다시 그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데, 그때도 지금처럼 올라올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영화를 보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고 재미있게 봐주신다면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이 들 것 같다.”

-코미디 연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워낙 일가견이 있는 오정세와 함께했다. 현장에서는 어땠나. 

“너무 좋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막 빵빵 터지면서 촬영한 건 아니었다. 오정세 선배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한다. 현장에서도 그렇고 카메라 밖에서도 굉장히 위트 있는 분이다. 재치도 있으시고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데 한마디씩 툭 던지는 게 너무 재밌다. 그래서 또 한 번 코미디를 같이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이런 마음을 오정세가) 아실지 모르겠다. 모르실 수도 있을 것 같다.(웃음)”

-트라이앵글의 데뷔곡 ‘러브 이즈’를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

“처음 들었을 때는 내가 해야 할 몫이 있기 때문에 그 지점을 집중해서 들었는데 두 번째 들었을 때는 그 시절 세대라 그런지 익숙하면서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노래가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 도미의 파트가 좋았다. 최성곤의 ‘니가 좋아’라는 노래도 자체가 너무 좋았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면서 느낀 건, 누군가로 인해 관객분들이 조금 더 웃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다. 그래서 ‘니가 좋아’도 참 좋았다.”

-파격 화보도 등장한다. 촬영은 어땠나.

“되게 부끄러웠다. 민망하기도 했다. 화보 촬영 장소가 따로 조용한 공간이 아니라 테스트 촬영하는 곳에서 같이 찍었어야 했다. 입구 쪽에 침대를 놓고 누워서 촬영했는데 너무 부끄러웠다. 엉덩이는 CG였다. 만약 현장에서 실제로 그런 요구를 받았으면 고민을 해봤을 것 같은데, 그런 요구는 없었다.(웃음) 다 찍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더 재미를 위해 CG로 만든 것 같다. 괜찮겠냐고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있다.”

-본인과 전혀 다른 모습의 인물을 연기하면서 해방감을 느낀 부분도 있었나. 이러한 과정이 실제 성격에도 영향을 미치나. 

“해방감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다만 평소에는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진 않는 것 같다. 보통은 어떻게 하면 진짜처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지만 계속 고민한다. 그리고 그게 잘 나왔을 때 기분이 좋다. 진짜처럼 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 안에 약간의 해방감도 섞여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작품을 하다 보니까 스태프들과 차 안에 같이 있을 때도 내가 말을 안 하면 분위기에 피해를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같이 일할 때 웃으면 좋지 않나. 그래서 자연스럽게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하게 됐다. 갑자기 성격이 바뀐 건 아니고 그런 식으로 조금씩 변했던 것 같다. 오히려 작품보다 ‘워크맨’의 영향이 더 컸다. 어떤 특정 상황 때문에 갑자기 달라졌다기보다는, 앞에 스태프들이 있고 계속 이야기를 하는 상황 자체가 훈련된 느낌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야기하는 걸 찍다 보니까 점점 익숙해진 것 같다. 나중에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훈련이 된 것 같다. 다른 예능에 나갈 때도 긴장은 되는데 예전처럼 긴장하는 느낌은 덜하다. 이번에 ‘빠더너스’도 찍었는데 굉장히 자연스러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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