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길보다 샛길”… ‘파이널 피스’ 사카구치 켄타로의 철학

시사위크|코엑스=이영실 기자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가 영화 ‘파이널 피스’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같은 작품으로 다시 한국 관객과 만나게 된 그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부터 배우로서의 고민, 그리고 한국 팬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까지 솔직하게 전했다. 로맨스와 미스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29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파이널 피스’ 내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파이널 피스’는 고가의 장기말과 함께 신원불명의 사체가 발견되고 용의자가 된 천재 장기 기사 케이스케(사카구치 켄타로 분)와 사라진 도박꾼 토묘(와타나베 켄 분) 사이에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자인 유즈키 유코의 베스트셀러 소설 ‘반상의 해바라기’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해당 원작은 일본 서점대상 2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7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됐으며, 치밀하고 탄탄한 서사로 일본 개봉 후 호평을 얻었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이번 영화에서 기존의 로맨틱한 이미지를 벗고 가혹한 운명에 맞선 서늘한 천재 기사 케이스케로 분해 새로운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남은 인생 10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등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다시 한국을 찾은 사카구치 켄타로는 “안녕하세요, 사카구치 켄타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며 간담회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 방문 소감은.
“지금까지 여러 번 한국에서 여러 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번에도 영화 개봉에 맞춰 오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파이널 피스’는 어떤 작품인가.
“장기 말을 두고 신원불명의 시체가 발견되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나는 천재 장기 기사를 연기했다. 토묘라는 도박사와 함께 과거의 큰 비밀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인간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서스펜스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장기가 중요한 요소지만, 그 이상으로 인간과 인간의 열정이 부딪히는 모습을 주목해서 봐주시면 더 재밌을 것 같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어떻게 접근했나.
“나도 원작 소설을 읽었다. 연기하기 전에 소설을 읽었을 때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열정과 에너지가 어마어마했다. 원작과 다른 부분이 존재하긴 하지만, 실제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생기는 에너지와 영상으로 봤을 때 느껴지는 힘이 있다. 그런 점에서 원작 팬들도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과 다른 결의 인물을 연기했다.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케이스케라는 인물의 생애와 자라온 환경은 가혹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대본을 읽으면서도, 연기를 하면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다. 연기할 때는 어떻게든 자기 자신을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임했다. 처절한 인생을 살아온 케이스케를 2년 전에 연기했는데, 지금도 그에 대해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고 한편으로는 구원해 주고 싶은 생각으로 연기했다.”
-와타나베 켄 등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각자의 위치를 확고히 한 명배우들이었다.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서로 장기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 공간 안에서 환상적인 느낌이 들었다. 장기판 위에서의 대결이 아니라 진검을 들고 실제로 대결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굉장히 밀도 높은 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장기를 배우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나.
“일본의 장기인 쇼기(将棋)는 초등학생 시절 조부와 함께 두곤 해서 꽤 가까운 존재로 느껴졌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일본 장기지만 결코 필승법이라는 것은 없고, 유명한 장기 기사들도 많다. 그들의 수많은 전략과 공방전이 무수하게 벌어지는 장기판은 우주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아직은 잘 모른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모르는 세계고 깊이가 있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관객들에게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반응을 듣고 싶은가.
“34세가 됐는데 벌써 34세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10년 이상 연기해 왔지만 배우로서, 또 사람으로서 조금씩 변화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로맨스 장르도 많이 연기했지만 때로는 사이코패스 역할을 맡기도 했다. 캐릭터를 통해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연기자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 팬들에게도 새로운 면이라고 해야 할까, 다면적인 나 자신의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해 이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기도 했다. 해외 관객들과 만나는 경험은 어떤 의미인가.
“영화는 인종과 직업 등 여러 가지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장르든 느끼는 감정을 엮어내는 것이 영화라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고통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캐릭터들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관객들에게 이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서는 반짝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들고 선보이는 자리기도 하다. 최근에는 OTT나 영화를 통해 해외에서 무대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고, 여러 요소를 생각해 보면 예전보다 국가의 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로맨스와 미스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한국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정말 감사한 마음이지만, 도저히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어째서일까. 처음 그런 사실을 알았을 때는 놀라웠고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작품을 들고 찾아뵀을 때 여러분이 들려주는 영화에 대한 감상도 감사했다. 나를 좋아해 주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계속 감사한 마음이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인생을 장기에 비유한다면, 지금은 어떤 수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나.
“내 인생은 분명히 정공법은 아닌 것 같다. 성격도 그렇지만 하나의 길로만 똑바로 나아가는 것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샛길로 빠지는 것을 좋아한다. 이 길도 가보고 저 길도 가보는 편이다. 뒤돌아보면 여러 길을 거쳐왔기 때문에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 들고, 그 모든 경험이 쌓이면서 더 두터워지는 느낌도 든다. 이런 실수도 하고 저런 실수도 하면서, 비록 최종적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여러 샛길을 거쳐 가는 것이 나 자신에게 더 잘 맞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장기의 어떤 수에 비유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곧은 길을 가기보다는 샛길로 빠지는 수를 두고 있는 것 같다.”
-끝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의 측면에서 기회가 많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변화에 비해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하고, 여러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는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만든 작품을 일본뿐 아니라 해외 관객들에게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낀다. 앞으로도 더욱 정성스러운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한 인간의 인간관계와 감정을 잘 그려낸 영화다. 비록 결말이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 인물을 구원하는 서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작품을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게 돼 영광이고,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