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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군체’ 구교환, 빌런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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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구교환이 영화 ‘군체’로 새로운 얼굴을 꺼냈다. / 쇼박스
배우 구교환이 영화 ‘군체’로 새로운 얼굴을 꺼냈다.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구교환이 영화 ‘군체’(감독 연상호)에서 감염사태를 일으킨 생물학자 서영철로 분해 강렬한 빌런을 완성했다. 감염자들과 연결되는 기괴한 움직임, 확신에 찬 광기, 그리고 끝까지 생존자들을 몰아붙이는 집요함까지. 서영철은 분노를 유발하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남기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가는 핵심 축으로 자리했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돼 일찌감치 주목받았고, 지난 21일 국내 개봉 후 10일 만에 손익분기점(300만)을 돌파하는 등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구교환은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와 독창적인 표현 방식으로 인물의 광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캐릭터 구축 과정부터 연상호 감독과의 네 번째 작업, 전지현과의 호흡, 그리고 배우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기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해당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개봉 후 반응이 좋다. 결과물은 어떻게 봤나.

“재미있다. 극장으로 와 달라.(웃음) 감염자가 업데이트된다는 개념도 재미있고, 재미있는 요소가 너무 많다. 영화라는 것이 결국 가장 궁극적으로 무엇이냐고 질문했을 때 나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군체’는 그 재미라는 목적지에 어느 정도 도착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군체’를 추천한다.”

-연상호 감독과 네 번째 작업인데 이번 작품은 어떻게 달랐나.

“작업마다 새로울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차이는 최규석 작가님의 글을 처음으로 연기했다는 점이다. 연상호 감독님이 최규석 작가님과 같이 작업하는데 그 시나리오로 처음 연기했을 때 또 새로운 연상호 세계의 ‘서 씨’가 탄생할 거라고 생각했다. 서대위(‘반도’)와는 다른 빌런 서영철이 탄생했고 그런 궁금증과 기대감, 흥분감이 있었다. 서대위는 굉장히 불안불안하고 아슬아슬하고 연약한, 불확실성의 빌런이라면 서영철은 강한 확신으로 똘똘 뭉쳐 있는 빌런이라는 점이 새로웠다. 그리고 두 캐릭터의 퇴장 방식이, 퇴장의 감정이 너무 다르다는 것도 좋았다.”

-연상호 감독이 한국 영화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배우가 구교환이라고 극찬하더라.

“연상호 감독님은 배우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신다. ‘군체’를 보면서도 느꼈겠지만 모든 배우들에게 어떤 특별한 요소들을 다 심어 주셨다. 그만큼 배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캐릭터성에 대해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런 역할을 사랑하는 마음인 것 같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연상호 감독과 함께한 모든 배우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감독님을 신뢰하고 있고 누구보다 감독님의 작업을 좋아한다. 얼마 전에 ‘얼굴’도 그렇고 이제 곧 개봉하는 ‘실낙원’에서도 나를 만나보실 수 있다. ‘얼굴’에서는 무생물이었는데 이번에는 생물로 등장한다. 연상호 감독님과는 우정이라기보다는 그냥 함께 이 시대를 같이, 나의 세계와 연상호 감독님의 세계를 나누고 싶은 어떤 동료 같은 애틋함이 있다.”

서영철로 분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구교환. / 쇼박스
서영철로 분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구교환. / 쇼박스

-감독으로서 연상호 감독에게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작가주의 영화를 작업할 때도, 고예산으로 많은 관객을 만나야 하는 영화를 할 때도 항상 본인이 궁금한 이야기, 본인이 지금 시점에 하고 싶은 이야기, 지금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거기에 재미까지 녹여내는 걸 보고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인데 그 이야기에 진심이 묻어 있구나 싶었다. 황동만처럼 연출자로서 모든 스토리에는 진심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연상호 감독님의 스토리에는 항상 본인의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게 내게도 큰 영향을 준다.”

-좀비들과 연결될 때의 움직임은 배우 아이디어였나.

“시나리오에도 나와 있고 마지막 마무리는 연상호 감독이 알려줬다. 고개를 꺾는 것에 대한 행동적인 조율은 내가 하겠지만 결국 설정이 다 있는 것들이다. 거기에 대한 해석을 해봤다. 처음에는 거칠게, 아직 불안정한 통신이 있다. 와이파이 두 칸 뜨는 느낌은 많이 움직이고 와이파이 가득 잡혀 있을 때는 눈만 몇 번 움직여도 되는 거다. 후반부로 갈수록 매끈해질 때도 있고 통신이 어려워질 때는 고개까지 숙인다. 그때그때 통신 컨디션에 따라 몸의 움직임을 다르게 표현했다.”

-엘리베이터 거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만으로도 인물의 서사가 설명되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접근했나.

“서영철의 추구미가 아닐까.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 서영철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촬영 감독의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서영철을 다 같이 만들어 주신 거다. 서영철이 본인의 목적을 이야기할 때 그 앵글이 나오는 건 다분히 직역하는 것 같다. 여러 명의 서영철이 등장하잖나. 누가 봐도 서영철의 목적이 보이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서영철의 퇴장이 허망하다는 반응도 많더라.

“나는 그래서 좋았다. 서영철은 이 영화에서 빌런이고 누구보다 개운하게 돌아가셔야 할 분이다. 깔끔하게 빌런이 물러나는 게 제일 좋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들도 그렇고 잘 죽는 것만큼 쾌감이 없다. 이건 서영철의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서영철에게 마땅한 퇴장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거기서 서영철의 매력을 어필할 시간을 주고 싶지 않았다.”

구교환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 쇼박스
구교환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 쇼박스

-서영철이 매력적인 빌런으로 보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만큼 짜증이 났기 때문이 아닐까. 빌런이 매력적이라면 주인공의 장애물이 돼야 하는데 그만큼 장애물이 됐기 때문일 거다. 빌런에게 서사는 필요가 없다. 굳이 빌런에게 연민을 느낄 필요도 없다.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 않나. 매력이라는 게 다 취향이 다 다르니까. 요즘 서영철 때리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서영철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그만큼 세정 일행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단 게 아닐까. 장애물이 됐다는 평가로 듣겠다.”

-전지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우와 연기 잘한다’였다. 극 안에서 적으로 만나는 역할을 할 때 두 배우의 친분이 있으면 더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더 가깝게 지낸 만큼 극 안에서 더 멀게도 지내는 게 되더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재미있게 함께 하려고 너무 노력했다. 옆에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액션 시원시원하게 하는 건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원래 전지현 선배의 엄청난 팬이다. 내가 알고 있던 배우 전지현의 모습과 실제로 마주한 전지현의 모습이 똑같더라. 그건 되게 어려운 일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돼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연출작에 전지현을 캐스팅하고 싶다고.

“전지현 선배를 생각하면서 쓴 시나리오도 있는데 전지현 선배는 모르고 있다. 기사 보고 놀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웃음) 전지현 선배는 정말 이미지가 많다. 예니콜(‘도둑들’)의 모습도 있고 ‘암살’의 얼굴도 있고 ‘베를린’의 건조한 전지현도 있다. 새로운 모습이 아니라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얼굴이다. ‘군체’에서 코난의 실사화가 전지현 선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전일 같은 번뜩이는 문제 풀이 능력. 이게 전지현 선배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거다. 이렇게 바로바로 문제 풀이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게 정말 대단한 배우로서의 능력치라고 생각한다. 전지현이 곧 개연성이다.”

요즘 가장 뜨거운 배우 구교환. / 쇼박스
요즘 가장 뜨거운 배우 구교환. / 쇼박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 이어 ‘군체’까지 동시기 공개돼 큰 사랑을 받았다. 인기를 체감하나.

“많이 느끼고 있다. 구교환이 아니고 ‘동만아’라고 길 가다가 불러주실 때 가장 크게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게 너무 큰 영광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서 굉장히 감사하고 동만이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 동만이라고 이제 불러달라. 그리고 서영철도 ‘영철이’라고 불러주시기도 하더라. 칸에서 첫 프리미어 상영이 끝나고 해외 관객분들이 제 이름을 모르시니까 ‘서영철’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또 너무 기분이 좋더라. 배우는 자기 캐릭터 이름으로 불렸을 때 가장 행복한 것 같다.”

-독보적 개성을 지닌 배우로 평가받고 있는데 작품 수가 늘어날수록 그 개성이 대중에게 익숙해지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나.

“그런 거 고민할 시간 없다. 그냥 그때그때 작품에 집중한다. 그런 고민을 하는 순간 연기 외의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배우가 그러면 더 이상 연기를 안 좋아할 것 같아서 아예 먼저 차단하고 있다. 내가 어떻게 비쳐야 할까, 이번에 뭘 해야 될까를 신경 쓰는 순간 그건 연기를 하지 않는 거다. 그냥 나를 전시하는 것뿐인 거다. 그것보다는 그냥 그 작품 이름으로, 그 배역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정은 관객들이 이 장면을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잘 모르는 거다. 그게 나의 추구미다. 좀 모호하고 그랬을 때 관객이 그 감정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관객을 만들고 싶다. ‘나는 이거 보고 웃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 ‘나는 이거 보고 울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그렇게 관객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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