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두나무 합작 레벨스, 버추얼 아이돌 비더후드 SF 세계관 공개

글로벌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틈새 영역을 넘어 주류 엔터테인먼트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버추얼 아이돌·버추얼 스트리머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14억 1638만 달러(2조 303억원)에서 2030년 38억 5242만 달러(5조 5224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는 플레이브(PLAVE)가 대중적 성공을 거두며 사업성을 보여준 가운데, 결을 달리하는 신예가 시장에 합류했다.
엔터테인먼트사 레벨스(LEVVELS)가 자체 제작한 버추얼 아이돌 비더후드(B THE HOOD)의 데뷔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출발점은 5월 29일 선보인 프로젝트 트레일러 ‘Something’s calling’이다. 이어 6월 8일에는 티저 ‘ERROR 404 : EARTH FOUND’를 통해 실사에 가까운 비율(LD)의 캐릭터와 SD 캐릭터를 교차하는 연출을 내놨다. 세계관은 행성 노버스(NOVUS)를 이탈한 멤버들이 지배자 K의 추격을 피해 지구로 향한다는 SF 서사를 토대로 한다.

비주얼은 기존 버추얼 아이돌에서 자주 쓰이던 밀착형 의상 대신 1980~1990년대 스트리트 패션을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프로젝트에는 CJ ENM 출신 김기강 대표를 중심으로 약 20명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레벨스는 비더후드를 인공지능(AI) 산출물이 아닌 ‘휴먼 크리에이티브’로 규정하며, AI 기술을 일부 활용하되 기획·디자인·음악·영상·연출 전 과정에 제작진의 판단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음악 기획은 피프티피프티(FIFTY FIFTY)의 ‘Cupid’ 등 다수의 K-POP 앨범에 참여한 이준영 아티스트 프로덕션 헤드가 맡았다. 이 헤드는 음악을 기획하며 “버추얼이니까 이 정도면 된다”는 기준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을 캐릭터 설정을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팀의 데뷔 음악처럼 만들었다”고 말했다. ‘AI 창작물’이라는 기계적 인상을 줄이기 위해 사운드에 의도적인 빈틈을 넣었다고도 했다. 이 헤드는 “버추얼이라는 형식 자체가 디지털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사운드가 과하게 매끈해지면 감정이 빠진 것처럼 들릴 수 있다”며 “오히려 사람이 느껴지는 불규칙함, 호흡, 톤의 흔들림, 순간적인 에너지를 중요하게 봤다”고 설명했다. 모든 음을 기계적으로 맞추는 대신 일부 구간에서는 보컬 톤을 거칠게 조절했다는 것이다. 부서 간 협업에 대해서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는 것보다 ‘K-POP 아티스트로서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를 만드는 것’이 모든 부서의 공통 목표였다”고 덧붙였다.
비더후드는 레벨스의 사업 구조 전환과 맞물려 있다. 레벨스는 2022년 1월 두나무와 하이브가 합작해 세운 회사로, 출범 당시 운영하던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디지털 콜렉터블 플랫폼 ‘모먼티카’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2025년 6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재무적으로는 2023년 약 179억원, 2024년 약 1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24년 매출은 약 3억 8667만원에 머물렀다. 비더후드는 굿즈 플랫폼 ‘버디(Vuddy)’에 이어 자체 지식재산(IP)으로 수익원을 넓히려는 시도의 연장선에 놓인다. 다크한 SF 콘셉트는 일상적 소통과 친근함을 앞세워 진입장벽을 낮춘 플레이브와 뚜렷한 차별점을 형성하며, 서브컬처 정서와 서사 중심 세계관으로 글로벌 팬층을 겨냥한다.
비더후드의 데뷔는 국내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단일 성공 모델에서 다양한 콘셉트가 경쟁하는 구도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