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스트, 신주 8000억 밸류 투자 유치 추진…플레이브 성장 반영

버추얼 아이돌 산업이 음반·공연 성과를 넘어 자본시장의 평가 대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콘텐츠 흥행이 곧바로 기업가치 산정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제작사의 밸류에이션 자체가 업계의 관심사가 되는 국면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를 제작한 블래스트는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 등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투자설명회(IR)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거래의 특징은 신주와 구주에 서로 다른 기업가치를 매겼다는 점이다. 새로 발행하는 신주에는 약 8000억원, 기존 주주가 내놓는 구주에는 약 6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주 발행과 기존 전략적 투자자(SI)의 구주 매각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로, 최종 모집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투자 수요를 확인한 뒤 거래 구조를 확정하는 수순이다.
IB 업계에서는 SI가 버추얼 사업 전략을 다시 짜는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가격이 갈린 배경과 제시된 밸류의 적정성, 특정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에 매출이 쏠린 사업 구조가 기관들의 검토 항목으로 거론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플레이브의 성장성은 이미 시장에서 입증됐지만, 이번 거래는 기존 SI의 지분 정리 성격도 있는 만큼 신주와 구주에 적용된 기업가치의 적정성과 기존 주주의 매각 배경을 함께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시된 숫자는 2년여 사이의 가치 변화를 보여준다. 하이브는 2024년 5월 블래스트에 약 30억원을 투자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신주 지분 3.8%를 취득했고, 당시 투자 후 기업가치는 800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번에 거론된 신주 기준 8000억원은 그 10배에 해당한다. 실적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블래스트 매출은 2023년 122억원에서 2024년 454억원, 2025년 855억원으로 늘었고 2024년 영업이익은 99억원을 기록했다. 2025년 매출 기준으로 환산하면 신주 밸류는 연매출의 약 9.4배 수준이다. 회사는 2022년 MBC 사내벤처에서 분사해 설립됐으며, 설립 초기 MBC와 라인프렌즈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은 뒤 2023년 DSC인베스트먼트·슈미트, 2024년 4월 하이브와 YG플러스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논의의 근거가 되는 플레이브의 성적도 확인된다. 4월 발매한 미니 4집 ‘칼리고 파트2(Caligo Pt.2)’는 초동 판매량 125만장을 넘겼고, 미국 빌보드 ‘빌보드 200’과 ‘빌보드 아티스트 100’에 진입했다. 9월 12일과 13일에는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 ‘2026 플레이브 월드투어 킵 잇 매닉(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을 열고 첫 월드투어에 들어가며, 일본 가나가와(神奈川)와 대만 가오슝(高雄), 태국 방콕, 싱가포르, 대만 타이베이(臺北), 마카오(澳門)로 일정이 이어진다.
시장 전망치는 이번 밸류에이션 논의의 배경이 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은 세계 버추얼 아티스트 시장이 2021년 16억3900만 달러에서 2028년 174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블래스트의 수익 대부분이 단일 그룹 IP에서 나온다는 점은 기관 심사에서 계속 따라붙는 변수다. 신규 IP 확보와 해외 공연 수익의 안정성이 이번 거래의 가격 협상 구간을 좌우할 요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