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돌아오고 흥행 강자 출격… 풍성해진 9월 극장가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9월 극장가가 모처럼 한국영화 기대작들로 풍성해진다. 이창동·허진호 감독의 신작부터 익숙한 IP를 새롭게 풀어낸 작품, 믿고 보는 배우들의 귀환까지 저마다 뚜렷한 강점을 지닌 영화들이 잇따라 관객과 만난다. 장르와 색깔도 제각각인 만큼 어떤 작품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 거장의 귀환부터 여성 감독의 활약까지… 감독의 힘
먼저 이름만으로 기대를 더하는 감독들이 돌아온다. 이창동 감독은 ‘버닝’ 이후 8년 만 신작 ‘가능한 사랑’을 선보인다. ‘오아시스’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 ‘시’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 온 그의 귀환이라는 점만으로도 관심이 뜨겁다.
특히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의 첫 OTT 영화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넷플릭스 영화지만 오는 9월 23일 극장 개봉을 거쳐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과 토론토국제영화제, 뉴욕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된 데 이어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도 선정돼 일찌감치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허진호 감독은 ‘암살자(들)’로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로 한국 멜로영화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데 이어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어 온 그가 이번에는 1974년 8월 15일 영부인 저격 사건을 파고든다. 역사적 사실 위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고, 사건을 목격한 형사와 기자들이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빈틈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완성했다.
‘암살자(들)’ 역시 개봉에 앞서 해외 영화제의 선택을 받았다.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돼 전 세계 관객에게 먼저 공개된다. 허진호 감독이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위험한 관계’ ‘보통의 가족’에 이어 세 번째다. 국내 개봉은 오는 9월 23일이다.

여성 감독들의 활약도 반갑다. ‘비광’(9월 2일 개봉)은 ‘미쓰백’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지원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신작이다. ‘미쓰백’에서 세상에 마음을 닫은 여성과 학대받는 아이가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을 통해 연대와 어른의 책임을 이야기했던 그는 드라마 ‘클라이맥스’에서 인간의 욕망과 추락으로 시선을 넓혔다. 그리고 ‘비광’에서는 위기에 놓인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시 뭉친 가족을 통해 연대와 희생의 의미를 한층 확장한다.
김도영 감독은 ‘인턴’(9월 16일 개봉)으로 다시 한번 익숙한 이야기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다.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82년생 김지영’에 이어 중국 영화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만약에 우리’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그는 이번에는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할리우드 영화 ‘인턴’을 새롭게 풀어낸다. 원작의 설정과 메시지를 이어가면서 캐릭터에 한국적인 공감대를 더하고, 달라진 직장 풍경과 세대의 언어를 담아 오늘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재탄생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서 김미조 감독도 지난 26일 첫 상업영화 ‘경주기행’을 내놓으며 관객과 만났다. ‘갈매기’로 주목받은 그는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출발해 가족 복수극이라는 장르적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독특한 분위기를 녹여내며 작품을 완성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연출자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9월 극장가의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 익숙한 IP부터 새로운 소재까지… 골라보는 장르의 재미
검증된 이야기를 새롭게 변주한 작품들도 극장가에 나선다. ‘인턴’은 2015년 개봉해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동명 영화를 한국적인 정서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그려냈던 세대 초월 우정은 최민식과 한소희라는 새로운 얼굴을 입었다. 원작의 기본 설정과 메시지는 유지하면서 달라진 시대와 한국의 직장 문화를 반영해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다시 풀어낸다.
20년간 이어진 대표적인 한국영화 프랜차이즈도 마지막 장을 연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9월 23일 개봉)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타짜’ 4부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2006년 최동훈 감독의 ‘타짜’를 시작으로 세대를 거듭하며 새로운 타짜들의 이야기를 펼쳐온 시리즈가 스크린 데뷔 20주년을 맞아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번에는 온라인 카지노로 무대를 옮긴 데 이어 한국을 넘어 일본과 베트남까지 판을 넓혀 글로벌 도박판에서 벌어지는 복수의 한판을 펼쳐낸다.
웹툰에서 출발한 ‘부활남: 더 레드’(9월 30일 개봉)도 있다.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평범한 취업준비생 석환(구교환 분)이 죽은 뒤 72시간 만에 되살아나는 능력을 깨닫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죽음을 거듭할수록 더욱 강해진다는 독특한 설정을 액션 장르와 결합해 원작의 세계를 스크린으로 확장한다.
익숙한 IP를 활용한 작품뿐 아니라 장르와 소재 역시 다양하다. ‘암살자(들)’은 실제 역사적 사건에서 출발한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관객을 만나고, ‘비광’은 한 가족에게 닥친 사건을 따라가는 가족극에 누아르와 스릴러의 색채를 더했다. ‘가능한 사랑’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부부를 통해 노동과 계급, 사랑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들이 고르게 포진한 만큼 다양한 관객층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지명 CJ CGV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번 9월 라인업은 범죄·액션, 판타지, 드라마 등 장르적 다양성을 갖추고 있어 서로 다른 관객층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관객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을수록 시장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믿고 보는 흥행 강자부터 새로운 도전까지… 배우들의 힘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우선 흥행력을 입증한 배우들이 다시 관객 앞에 선다. ‘암살자(들)’의 유해진과 ‘인턴’의 최민식이 대표적이다. 두 배우는 2024년 천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데 이어 이번에는 같은 시기 다른 작품으로 관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유해진은 ‘암살자(들)’에서 사건을 목격한 뒤 진실을 좇는 형사 김종혁으로, 최민식은 ‘인턴’에서 37년 경력의 베테랑 인턴 기호로 변신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박해일의 스크린 복귀도 반갑다. 2022년 ‘헤어질 결심’과 ‘한산: 용의 출현’ 이후 4년 만에 ‘암살자(들)’로 돌아온 그는 무수한 검열과 외압에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신문사 사회부 부장 재환을 연기한다. 그동안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결을 더해온 박해일이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작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변요한과 구교환은 대형 상업영화의 중심에서 다시 한번 흥행력을 시험받는다. 변요한은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서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성공한 뒤 모든 것을 빼앗긴 장태영을 맡아 노재원과 함께 20년 프랜차이즈의 마지막을 이끈다. 구교환은 ‘부활남: 더 레드’를 통해 원톱 주연으로 나선다. ‘만약에 우리’로 흥행에 성공한 그가 이번에는 죽을수록 강해지는 석환으로 분해 전면에 서서 또 한 번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게 됐다. 두 배우가 한층 무거워진 책임감을 짊어지고 흥행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능한 사랑’은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라는 묵직한 조합을 내세운다. 이창동 감독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전도연·설경구부터 처음 그의 작품에 합류한 조인성·조여정까지 한 작품을 이끌 수 있는 배우들이 두 부부로 얽힌다. 서로 다른 삶과 가치관을 지닌 네 인물을 통해 펼쳐낼 연기 앙상블 역시 작품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다.
다만 실제 흥행의 향방에는 작품 자체에 대한 관객의 평가와 입소문도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서지명 CJ CGV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감독이나 배우, 유명 IP가 여전히 작품 선택의 중요한 포인트인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적으로 관람을 결정하는 데에는 관객 평가와 입소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SNS, 커뮤니티 등을 통한 실관람객 반응이 예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개별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다음 작품에 대한 관심과 극장 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이수정 롯데컬처웍스 커뮤니케이션팀 책임은 “올해는 추석 연휴에만 신작이 집중되기보다 연휴 전부터 한국영화들이 꾸준히 개봉하며 관객을 만나는 만큼, 개별 작품의 흥행과 입소문이 다음 작품에 대한 관심과 극장 방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이 중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