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리스트 오르고 화요일 개막…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또 무엇이 달라졌나
부산국제영화제 박광수 이사장과 정한석 집행위원장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서른 번째 생일을 지나 새로운 30년을 시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확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세계 정상급 영화제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A-리스트’라는 새로운 이름표부터 30년간 이어진 관행을 깬 화요일 개막, 하루 5회차로 늘어난 상영 횟수까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관객과 만나는 방식부터 달라진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박광수 이사장, 정한석 집행위원장, 김영덕 마켓위원장, 박가언 부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해 올해 영화제의 운영 방향과 주요 상영작, 초청 게스트 및 부대행사 등을 공개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전당을 비롯한 8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공식 초청작은 59개국 246편으로 월드 프리미어 95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0편이 포함됐다.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9편까지 합치면 총 315편이 관객과 만난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달라진 국제적 위상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공인하는 ‘A-리스트 영화제’에 공식 선정됐다. 여기에 지난해 신설된 경쟁부문 최고상 ‘부산 어워드-대상’ 수상작에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도 인정됐다.
박광수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공식적으로 평가받은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서 어떻게 독창적인 길을 걸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객이 체감할 변화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개막 요일이 바뀐다. 그동안 수요일에 막을 올렸던 영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하루 앞당긴 화요일에 개막한다.
관객 상당수가 개막일부터 첫 주말 사이 부산을 방문한다는 점을 반영한 결정이다. 여기에 관객이 집중되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기존 하루 4회였던 상영을 5회로 늘린다. 사실상 영화제를 찾은 관객에게 ‘한 편이라도 더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겠다는 변화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경쟁부문도 두 번째 해를 맞아 한층 두터워졌다.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이란,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에서 제작된 14편이 ‘부산 어워드’를 놓고 경쟁한다. 이 가운데 4편은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며 4편은 여성 감독 작품이다.
한국 작품으로는 임하연 감독의 「그날의 태주」, 염규복 감독의 「긴긴밤」, 김정훈 감독의 「면도」 등이 이름을 올렸고, 이란 거장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빵과 책」, 일본 히로세 나나코 감독의 「비트윈 투 러버스」 등도 경쟁에 뛰어든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
영화제의 얼굴인 개막작은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다. 하나의 카페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시간에 스쳐 가는 네 쌍의 남녀를 그린 작품으로 김민하, 주종혁, 한선화, 장률, 심은경, 이희준, 전소영, 김동휘가 출연한다.
거장들의 최신작을 만나는 ‘아이콘’ 섹션 역시 역대 최대급 규모로 꾸려졌다. 크리스티안 문쥬와 하마구치 류스케,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 세계적인 감독들의 신작을 비롯해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홍상수 감독의 신작 등도 부산에서 관객과 만난다.
애니메이션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 광기의 걸작, 전율의 기대작 12+1’을 통해 장·단편 13편을 선보이며, 밤새 애니메이션을 관람하는 ‘올나잇 애니메이션’도 새롭게 마련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린타로 감독 역시 17년 만에 한국 영화제를 찾는다.
영화만큼 화려한 스타들의 부산행도 예고됐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양자경은 15년 만에 부산을 찾는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시아계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양자경의 영화세계를 조명하는 특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여전히 찬란하게」
프랑스의 전설적인 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비롯해 배우이자 감독인 매기 질렌할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으며 저우쉰, 판빙빙, 나가사와 마사미, 요코하마 류세이, 야마자키 켄토 등 아시아 스타들의 참석도 예정돼 있다. 한국에서는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이민호, 현빈, 정우성, 손석구, 류승룡, 김혜자 등 익숙한 얼굴들이 개막식을 빛낼 전망이다.
(좌측부터) 김고은, 김민하, 신민아, 류승룡, 이민호, 주지훈 (사진: 각 소속사 제공)
배우들이 직접 자신의 필모그래피와 연기 철학을 들려주는 ‘액터스 하우스’에는 김고은, 김민하, 류승룡, 신민아, 이민호, 주지훈이 참여한다. 올해의 까멜리아상은 홍콩의 거장 허안화 감독이 받는다.
영화제 밖으로 영역도 넓어진다. 커뮤니티비프와 동네방네비프를 통해 관객과 시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제21회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은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다. 아시아프로젝트마켓과 부산스토리마켓, AI 기술과 콘텐츠 산업의 접점을 다루는 이노아시아 등 산업 프로그램도 동시에 펼쳐진다.
30회를 지나 31번째 항해를 준비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올해 키워드는 분명하다. 더 높아진 국제적 위상만큼 문턱은 관객에게 더 낮추고, 영화와 스타, 산업과 시민을 한자리에 더 촘촘하게 연결하는 것이다.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를 넘어 세계 주요 영화제의 일원으로 공식 인정받은 부산국제영화제. A-리스트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시작하는 첫 번째 축제가 오는 10월 부산에서 막을 올린다.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