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타짜: 벨제붑의 노래] 잘 달리다 힘 빠진 승부

시사위크 조회수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CJ ENM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타고난 끗발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태영(변요한 분)과 천부적인 머리와 노력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박태영(노재원 분). 학창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인 두 사람은 온라인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며 승승장구하고 사업의 성공이 커질수록 럭키한 장태만 주목받자, 박태의 질투는 조용히 자라난다.

성공의 꼭대기에서 질투는 배신으로 변한다. 장태영은 베트남 출장 중 박태영의 예상치 못한 배신으로 나락에 떨어지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전설의 타짜 곽동욱(조우진 분)에게 포커를 사사한다. 한편 야쿠자 조직이 배후에 있는 가네코(미요시 아야카 분)는 한국의 온라인 카지노 사업에 관심을 갖고 일본과 베트남의 거물들이 참여한 거액의 글로벌 도박판을 세팅한다.

벼랑 끝 도박판, 같은 이름, 다른 운명의 친구 장태영과 박태영은 마침내 그곳에서 마주하는데…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 4부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2006년 시작된 ‘타짜’ 시리즈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영화다. ‘국가부도의 날’ ‘인생은 아름다워’ 등을 연출한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변요한·노재원·조우진·윤경호·김민호·임세미·문지훈(스윙스) 그리고 일본 배우 미요시 아야카 등이 함께했다.

초중반의 재미는 확실하다. 성공한 사업가가 된 두 태영의 현재에서 출발해 학창 시절 처음 인연을 맺은 순간과 함께 사업을 키워온 과거를 중간중간 덧대며 두 사람의 관계를 차근차근 쌓아간다. 타고난 감과 운으로 번번이 좋은 결과를 손에 넣는 장태영과 천부적인 머리에 끊임없는 노력까지 더하는 박태영의 대비도 흥미롭다. 가까운 친구였기에 더욱 깊어지는 질투와 열등감, 그것이 끝내 배신으로 번지는 과정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이야기에 힘을 싣는다. 

장태영이 나락으로 떨어진 뒤에는 한층 속도가 붙는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해 죽을 위기에 처하고도 특유의 운으로 살아남은 그는 베트남에서 곽동욱을 만나 포커를 배우며 다시 일어설 힘을 키운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복수를 위해 이를 갈고 조금씩 칼을 가는 과정이 리듬감 있게 펼쳐진다. 여기에 액션과 유머까지 적절히 버무려 장르적 재미를 끌어올린다. 특히 장태영과 곽동욱의 사제 케미스트리로 인한 웃음 타율이 꽤 높다.

문제는 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다. 장태영이 홀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부터 이상하리만큼 영화의 힘도 빠진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포커를 익히며 복수를 준비해 온 시간이 무색하게 장태영과 박태영의 재회는 생각보다 싱겁다. 두 사람의 우정과 질투, 배신을 공들여 쌓아 올린 것에 비하면 마침내 다시 마주한 순간의 감정적 폭발력도 충분하지 않다

여러 인물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배신에 또 다른 배신이 이어지지만, 좀처럼 쫄깃해지지 않는다. 반전은 쉽게 읽히고, 거듭되는 배신도 날카롭게 파고들지 못한다. 허술하고 예상 가능하다. 복수를 준비하는 동안 한껏 끌어올렸던 긴장이 정작 본격적인 승부에 접어들자 힘을 잃는 셈이다.

포커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진입장벽도 있다. 자막과 인물의 대사를 통해 낯선 용어와 상황을 설명하지만, 홀덤의 룰을 알지 못하면 지금 누구에게 유리한 패가 들어왔는지, 한 번의 선택이 왜 결정적인지 즉각적으로 따라가기 쉽지 않다. 설령 규칙을 온전히 이해시키지 못하더라도 승부가 주는 긴장과 짜릿함만큼은 체감할 수 있게 했어야 하는데, 이마저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다.

변요한은 더할 나위 없다. 평범한 학창 시절의 모습부터 영리하고 운 좋은 청년, 성공한 사업가의 화려한 얼굴과 배신으로 나락에 떨어진 처절한 모습, 복수를 위해 이를 갈며 단단해지는 과정까지 장태영이 지나온 시간을 다채로운 얼굴로 채운다. 특히 모든 고난을 지나 다시 돌아온 뒤에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전보다 단단해지고 어딘가 초월한 듯하지만, 자신을 배신한 친구를 향한 아픔만큼은 여전히 품고 있는 장태영의 복잡한 감정을 과하지 않게 표현한다. 

이번 작품으로 첫 한국 영화에 도전한 미요시 아야카도 좋다.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절제된 표정과 태도로 가네코를 완성한다. 가만히 있어도 묘한 아우라를 풍기고 잔잔함 속에서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과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등장하는 모든 순간 시선을 빼앗는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분명 재미있는 패를 쥐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다려온 두 남자의 승부가 시작된 순간,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긴장과 감정을 폭발시키지 못한다. 패를 쥐기까지는 흥미진진했지만, 막상 패를 펼쳐 보인 순간의 짜릿함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러닝타임 129분, 오는 23일 개봉.

+1
0
+1
0
+1
0
+1
0
+1
0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