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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st BIFF] 가장 사랑한 사람이 가장 두려운 존재로… ‘면도’가 그린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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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면도’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왼쪽부터) 김정훈 감독과 배우 노정의·카사마츠 쇼. / 시사위크 DB
영화 ‘면도’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왼쪽부터) 김정훈 감독과 배우 노정의·카사마츠 쇼. / 시사위크 DB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가장 믿고 사랑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가장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한다. 행복했던 일상은 악몽으로 뒤바뀌고 애써 묻어둔 상처와 두려움까지 다시 고개를 든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경쟁 부문 초청작 ‘면도’가 베일을 벗고 관객과 만났다.

9일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면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김정훈 감독과 배우 노정의·카사마츠 쇼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면도’는 공포 소설을 쓰는 작가 수연(노정의 분)이 연휴를 맞아 자신을 찾아온 연인 신지(카사마츠 쇼 분)와 인적 드문 시골 저택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낡은 면도기를 사용하다 얼굴에 상처를 입은 뒤 신지가 돌변하면서 수연이 가까스로 억눌러온 과거의 트라우마와 두려움도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김정훈 감독은 ‘들개’ 이후 13년 만에 두 번째 장편을 선보인다. 영화의 출발은 시나리오를 쓴 두 작가 사이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소한 일상이었다. 김정훈 감독은 “면도는 특히 남자들이 매일 할 정도로 일상적인 일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위험하고 서늘할 수 있는 면이 있다”며 “우리 영화도 평범한 일상 속 연인을 다루는 것 같지만 점점 위험해져 간다는 점에서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출발한 ‘면도’는 심리 스릴러와 미스터리, 공포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든다. 김정훈 감독도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이 지점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어떻게 다채롭고 새롭게 선보이면서도 전체적인 극의 통일성을 잃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수연의 감정선을 쌓아가면서 마지막 카타르시스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였다”고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짚었다.

수연을 연기한 노정의에게도 ‘면도’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새로운 장르부터 액션까지 처음 경험하는 요소가 많았던 그는 “처음 하는 도전은 항상 설레고 재미있다”며 “서로 리허설을 하고 배려하면서 각각의 캐릭터와 상황이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일 수 있을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촬영 과정을 돌아봤다.

카사마츠 쇼(왼쪽)과 노정의가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카사마츠 쇼(왼쪽)과 노정의가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믿었던 연인을 향한 감정이 뒤집히는 과정이었다. 노정의는 “가장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하고, 행복이라는 감정에서 악몽이라는 감정으로 가는 과정을 촬영하면서 많은 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에게나 트라우마가 있지 않나. 수연이 트라우마를 깨부수고 자신의 삶을 다시 만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통쾌했다”고 수연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당초 국내에서 떨어져 지내는 장거리 커플이었던 수연과 신지는 카사마츠 쇼가 합류하면서 한국인과 일본인 커플로 설정이 바뀌었다. 김정훈 감독은 “‘도쿄 바이스’에서 카사마츠 쇼를 처음 보고 매력 있다고 생각했고 ‘굿뉴스’를 보면서 다시 한번 놀랐다”며 “어차피 장거리 커플이고 오랜만에 만나는 설정이라면 아예 외국인으로 하면 어떨까 싶었다. 일상적인 남자친구가 갑자기 돌변할 때 느껴지는 묘한 이질감을 한국어와 일본어를 오가는 것으로 더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말처럼 일본어와 한국어를 오가는 설정은 신지의 변화를 표현하는 장치로 활용됐다. 노정의는 “쇼가 애드리브로 일본어를 할 때가 많았는데 잘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무슨 뉘앙스인지는 느껴졌다”며 “더 무섭고 섬뜩하게 들렸다. ‘정말 나를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하는 말인가, 아니면 나의 악몽이 다시 시작된 건가’ 나 역시 연기하면서 계속 헷갈리는 마음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끝으로 김정훈 감독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나를 가장 사로잡았던 장면과 대사가 있다”며 “통쾌하다고 이야기한 그 장면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돼 어떤 종류든 상처나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면도’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작품으로, 12편의 작품과 트로피를 두고 경쟁한다. 수상 결과는 오는 15일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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