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호평하고 싶은 넷플릭스 드라마 동궁의 의상고증
드라마 속 조선의 왕으로서 곤룡포와 익선관을 착용한 조승우의 모습
조승우가 극중에서 착용하였던 곤룡포는 영조 어진의 곤룡포에서 그 형태를 착안했다고 볼 수가 있겠다.
먼저 곤룡포의 경우, 어진에서 보여지는 조선 후기 특징인 전면을 바라보고 있는 용보의 모습은 물론이고
익선관에서는 몸체가 높으며 측면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변(絲辮)의 모습으로 조선 후기 익선관의 특징을
잘 살렸다고 볼 수 있다.(아니 애초에 옆으로 사변이 이어지는 익선관은 없다. 조선 전기에도…)
* 사변(絲辮) : 익선관 몸체 앞면에 달린 밧줄처럼 꼬아놓은 매듭 장식
그래도 조금 더 사족을 달자면 익선관의 각(角, 모자의 날개)은 겉에 보이는 게 1개면 충분하고
사변은 아청색으로, 용보는 저 흰 눈깔도 없이 제작했으면 그야말로 완벽했지 않았을까 싶다…
* 익선관의 부위별 명칭
사극에서 볼 수 있는 익선관의 고증 오류 사례들, 모두 사변이 측면으로 이어져 간 형태이다.
(그 와중 이산은 용보 고증도 틀렸다. 용보 외곽 물결 태두리는 구한 말 양식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동궁에서 등장한 조승우의 이 모자, 여태 어떤 사극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던 신기한 모자 양식이다.
그러나 사실 이것도 알고보면 실제 있었던 모자의 한 종류이다. 이런 모자는 ‘와룡관(臥龍冠)’ 이라고 한다.
그리고 모자의 명칭은 예상할 수 있듯 삼국지의 제갈량이 애용했다는 설에 유래, 그의 호 와룡에서 따왔다.
그리고 조승우가 야외 활동때 융복(戎服)과 함께 착용한 이 모자도 역시
『상방정례(尙方定例)』에 기록된 ‘마미두면(馬尾頭冕)’ 을 능행(陵幸) 기준으로 착용한 것
– 능행시 왕의 복식 착용 요령 –
1. 마미두면 2부
2. 다홍 운문필단 용포(융복) 1필
3. 대홍색 유흉배와 좌우 견룡구(용보) 1부
4. 대홍색, 남색, 자색 광다회(다용도 띠) 각 1부
5. 백양모정(갓을 장식하는 옥로) 1부
6. 벌월지우(갓 장식용도 깃털) 5쌍
* 상방정례 : 1750년에 상의원(尙衣院)에서 전(殿)과 궁(宮)에 올릴 의복과 옷감, 기명(器皿) 등을 기록한 관찬서
* 마미두면 : 말의 꼬리털로 제작한 갓으로 국왕이나 왕세자가 편복(便服) 혹은 융복(戎服) 위에 착용한 갓의 미칭
또한 조승우의 ‘구장복’ 착용도 조선 왕실에 대한 의상 고증을 굉장히 잘했다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유교적 의례에 따른 의상의 규칙은 장복의 문양수에 따라 황제와 제후(또는 왕)으로 나뉘어지는데
황제는 12개 문양의 ‘십이장복’ 왕은 9개 문양의 ‘구장복’ 으로 나뉘어지는 식이다.
그래서 당시의 전통적 외교 관례상 제후국을 표방한 조선의 국왕은 당연히 구장복을 입는 것이다.
(물론 가상 세계의 조선이지만, 실존하는 역사적 배경을 차용했으니 그에 맞는 고증도 필요하다.)
‘황제’ 의 십이장복은 ‘왕 또는 제후’ 의 구장복에서 ‘해’ 와 ‘달’ 과 ‘별(성신)’ 이 / 가 추가된 것인데
‘해’ 와 ‘달’ 은 장복 앞면에 추가, ‘별’은 장복 뒷면 ‘산’ 문양 위에 추가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 더 이해하기 쉽도록 십이장복 자료도 첨부하겠다.
한편 실제 역사에선 광무개혁(1897) 이후 황제국을 표방하며 의례 복식도 ‘십이장복’ 으로 바뀐다.
순종 황제의 장복 구조인데 어깨에 해와 달을 상징하는 문양만 봐도 십이장복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저기서 ‘해’ 와 ‘달’ 과 ‘성신(후면 산 문양 위 오방색 문양의 행성들)’ 이 빠지면 왕의 구장복이 된다.
그리고 극중 신료들의 단령도 흑색, 녹색, 아니면 흑록색 등의 어두운 색 계열만 사용했는데
실제로 조선 후기로 갈수록 신료들의 상복용 단령은 흑색, 흑록색, 녹색으로 고정된다.
* 예복용 단령을 조선 전기엔 시복(時服), 조선 후기엔 상복(常服)으로 불렀다.
이 두 용어상의 개념은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서로 반대가 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사극에서 연출하던 조선 단령이다. 홍색, 청색, 녹색으로 구분되는 다채색의 형태들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저렇게 다채색을 적용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건
조선이 아닌 중국 명나라의 방식이었다는 것…
* 서현경환적도는 1588년에 그려진 당대 기록화 성격이 빼박인 명나라 회화임
그리고 개인적으로 조선 배경 사극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환도의 띠돈 고증
이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 그렇게 많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https://youtu.be/CEDmW940VhE?si=yfG7kPIwey9ReojI
해당 클립의 0 : 03 정도 시간대의 장면에서 두 손이 두건을 벗기느라 모두 떨어져 있는데도
도검이 저런 식으로 허리춤에 달린 걸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띠돈 고증도 지켰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내관의 사모도 각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고증이었다.(다만 단령은 호성공신의 자격으로 착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 선조대의 상선, 즉 내시부의 수장으로 임금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최고 내시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피난길을 곁에서 보필한 자격으로 호성공신 3등에 책록됨
개인적으로 봤을 때 미술적 고증의 완성도는 그동안의 상업 사극을 통틀어 최고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