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들은 함부로 만질 수 없었던 숙종의 ‘최애’
궁중 화원을 유명하게 만든 고양이
조선 후기 화가 변상벽(卞相璧, 18세기)의 <국정추묘(菊庭秋猫)>입니다. 제목을 풀면 ‘국화가 핀 뜰 안의 가을 고양이’라는 뜻이지요. 나란히 놓인 두 그림에는 서로 다른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흰 국화 아래의 검고 흰 고양이는 허공을 날아다니는 작은 벌에게 온통 정신을 빼앗겼습니다. 눈이 동그래진 채 금방이라도 뛰어오를 태세입니다.
약 250년 전에 그려진 그림인데도 고양이의 모습은 오늘날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고양이 사진을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좋아요’를 누를 법한 장면이지요. 변상벽은 조선 영조 시대에 활동한 궁중 화원입니다. 임금의 어진을 비롯해 수많은 인물의 초상화를 그렸을 만큼 실력이 뛰어났지만,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뜻밖에도 고양이였습니다.
얼마나 잘 그렸는지 ‘변고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답니다. 그의 그림을 얻으려는 사람이 하루 백 명에 이르렀다는 기록도 전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인기 반려동물 전문 화가였던 셈이지요.
옛사람들에게 고양이는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이었습니다. 고양이를 뜻하는 묘(猫)와 나이 든 노인을 뜻하는 모(耄)의 중국어 발음이 비슷한 데서 비롯된 상징이지요. 국화 역시 속세를 떠난 선비의 고결한 삶과 장수를 상징하는 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국화 아래 앉은 고양이는 귀여운 동물 그림인 동시에 오래도록 평안하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길상화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우리가 고양이 사진을 보며 귀여워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마음이 담겨 있었던 셈입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 숙종입니다.
숙종에게는 ‘금손’이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김시민의 <금묘가(金猫歌)>에는 왕과 고양이가 함께 지낸 이야기가 전합니다. 금손이는 궁궐에서 귀한 음식을 먹었고, 추운 밤이면 임금의 머리맡에 몸을 웅크리고 잠들었다고 합니다.
궁녀들은 함부로 만질 수 없었지만 임금의 손길만큼은 받아들였다는 대목도 재미있습니다. 누가 서열 1위인지, 누구의 총애를 받는 것이 가장 유리한지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고양이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