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4100억 러시아 공장을 14만 원에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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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1만루블(약 14만원)에 현지 업체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19일, 자동차 한 대가 이 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공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부품 수급 등에 문제가 생기면서 2년 가까이 멈춰 있다. /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공장을 현지 업체에 1만루블(약 14만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19일 결정했다. 작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장이 2년 가까이 가동 중단된 상태에서 루블화 가치까지 폭락해 공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는 2년 내 공장 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바이백 조건(콜옵션)을 끼워 넣어 향후 전쟁이 마무리된 이후 재진출을 위한 장치도 마련해뒀다. 하지만 매입을 위해서는 가격 협상을 다시 해야 해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공장 지분을 현지 투자 회사인 아트 파이낸스에 1만루블에 매각하는 안을 승인했다. 현재 이 공장 지분은 현대차가 70%, 기아가 30% 갖고 있는데, 두 회사 지분을 모두 넘기는 것이다. 이 14만원에는 2020년 현대차가 500억원에 인수한 GM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들어 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한 후 비우호 국가로 지정한 나라의 기업들을 싸게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사실상 외국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이고 있다. 지난 4월 러시아에서 철수한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가 소유하고 있던 현지 자동차 기업 아브토바스 지분 68%를 단돈 2루블(약 50원)에 넘긴 게 대표적이다.

이번 계약에는 현대차가 2년 내에 공장 지분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도 포함됐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장부상 가치는 약 4100억원인데, 되살 때는 다시 협상을 진행해 가격을 정해야 한다. 현대차로서는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헐값에 내준 공장을 나중에는 수천억원의 돈을 주고 되사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현대차가 2년 동안 약 5400억원을 투자해 2010년 9월 완공했다. 당시 현대차의 여섯 번째 해외 생산 시설이었다

연산 23만대 생산 규모를 갖추고 현지 전략형 차종인 쏠라리스와 크레타 등을 만들어 러시아 등 동유럽 국가에 판매해왔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2021년 23만4000대 차량을 생산하며 월 단위 시장점유율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곳에 근무하는 현지 직원만 2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부품 공급난과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라 손실이 누적됐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환과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글로벌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공장 매각 등을 통한 규모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대신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를 새로운 생산 기지로 점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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