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전 부회장은 8일 3분기 잠정실적 발표 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라며 공식 사과했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 발표와 관련해 별도로 사과 메시지를 낸 첫 사례다.
삼성전자는 이날 연결 기준으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74.49%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시장 전망치인 10조 3047억 원에는 미치지 못한 결과였다. 이러한 실적 부진에 대해 전 부회장은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 부회장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미래 준비의 철저함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의 혁신을 내세웠다. 그는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며,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단기적인 해결책보다 근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과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조직문화 혁신도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며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투자자들과도 기회가 될 때마다 활발히 소통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하며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는 전 부회장이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 대한 책임을 절감하며 위기 극복에 온몸을 던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사내 메시지에 이어 이번에는 고객과 투자자에게까지 진솔하게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이 주목된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전자 DS 부문장으로 취임한 뒤 사내 사기 진작과 경쟁력 회복에 전념해왔다. 그는 지난 8월 DS 부문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현재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 문화, 축적된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C.O.R.E 워크’라는 새로운 조직 문화를 제시한 바 있다.
‘C.O.R.E 워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Communicate), 직급·직책과 상관없는 치열한 토론(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기(Reveal),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과 철저한 실행(Execute)을 핵심으로 하는 조직문화다.
전 부회장의 위기 대응 메시지가 발표된 것은 전사적인 위기감과 맞물려 있다. 주가 하락과 기술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기 위한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메시지에 반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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