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절제 필요한 크론병, 새로운 수술법으로 합병증 위험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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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윤용식 교수(가운데)가 크론병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 출처 :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윤용식 교수(가운데)가 크론병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 출처 :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서울아산병원에서 크론병 수술에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합병증 발생률을 절반으로 낮추고 장 폐색 발병이 3분의 2 이상 낮아지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명확한 원인 없는 특발성 질환

크론병은 장 전체에 염증이 계속 생기는 만성 희귀질환이다.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면역 체계, 유전, 주위 환경, 장내 미생물 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론병이 발병하면 복통, 설사, 혈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장에 염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발열이 생길 수 있고, 영양소 흡수 과정에 문제가 생겨 체중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일 수도 있다. 환자마다 증상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증상이어도 그 빈도와 심한 정도 역시 다를 수 있다.

보통은 염증을 줄이기 위한 항염증 약물을 사용한다. 면역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면역 억제제를 투입해 염증 반응을 줄이는 조치를 할 수도 있다. 증상이 심각할 경우 아예 특정 면역 반응을 차단하는 약물을 쓸 수도 있다.

크론병, 수술 후 합병증이 관건

약물 치료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또는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수술이 필요하다. 크론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장이 막히는 ‘장 폐색’, 방광, 질 또는 피부와 비정상적으로 연결이 생기는 ‘누공’, 염증이 심해져 장 주위에 고름이 생기는 ‘농양’이 있다. 

하지만 크론병은 특성상 재발 가능성이 높고, 수술을 한다 해도 그 부위에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크다. 서울아산병원 측에 따르면 실제로 크론병 수술을 받은 뒤 증상이 다시 발생해 재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25%에 달했다.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윤용식, 이종률 교수는 ‘문합술’의 방향을 바꾼 새로운 크론병 수술법을 고안해 적용했다. 문합술이란 장의 잘린 부분을 다시 이어주는 수술 기법이다. 크론병 수술은 장의 일부를 잘라내고 봉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수술 부위가 넓기 때문에 바늘과 실 대신 스테이플러를 이용하는 문합술을 실시한다. 

기존의 대장 스테이플링 문합술. 수술부위 양끝으로 볼록한 주머니가 생겨 염증 우려가 있었다 / 출처 :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기존의 대장 스테이플링 문합술. 수술부위 양끝으로 볼록한 주머니가 생겨 염증 우려가 있었다 / 출처 :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기존의 스테이플링 문합술(좌)와 윤용식 교수팀이 고안한 새로운 델타형 스테이플링 문합술(우) / 출처 :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기존의 스테이플링 문합술(좌)와 윤용식 교수팀이 고안한 새로운 델타형 스테이플링 문합술(우) / 출처 :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장 절제 후 ‘수직으로’ 봉합

기존 통용되던 ‘스테이플링 문합술(Conventional Stapled Anastomosis, CSA)’에서는 장의 끝부분을 가로로 잘라낸 다음, 절단면을 다시 이어주는 방식이다. 잘렸던 부분 주변에 봉합으로 인해 주머니처럼 불룩한 부분이 생길 수 있는데, 여기에 음식물이나 대변이 쌓이면 염증이 생기거나 질환이 재발할 수 있다.

윤용식, 이종률 교수팀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델타형 스테이플링 문합술(Delta-Shaped Anastomosis, DSA)’을 고안했다. 기존 문합술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이다. 기존에는 장의 잘라낸 면을 가로로 이어주는 방식이었지만, DSA에서는 ‘90도 수직 방향’으로 봉합하게 된다.

봉합 후 장의 연결 부위가 그리스문자 ‘델타(Δ)’ 모양처럼 보인다고 해서 ‘델타형 문합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존 CSA 수술법에 비해 문합 부위가 넓게 형성되기 때문에, 주머니 형성이 방지되고 장 속 내용물이 쌓이지 않고 매끄럽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염증 및 크론병 재발률을 줄여준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합병증, 후유증, 회복 모두 DSA가 더 나아

윤용식, 이종률 교수팀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소장 및 대장 절제술을 받은 크론병 환자 175명을 대상으로 평균 약 20.7개월을 추적 관찰했다. 175명 중 92명은 새로 고안한 DSA 수술법을, 83명은 기존의 CSA 수술법을 적용한 환자들이다.

추적 관찰을 통한 예후 분석 결과, DSA 수술법을 적용한 환자들은 수술 후 30일 이내 합병증 발생률이 16.3%로 나타났다. 반면, CSA 수술법을 적용한 환자들은 32.5%의 합병증 발생률을 보였다. 장 폐색 역시 DSA 그룹에서 4.3%, CSA 그룹에서 14.5%로 나타났다. 평균 입원 기간은 DSA 그룹 5.67일, CSA 그룹 7.39일이었다. 

즉, 합병증 발생률, 장 폐색 발생률, 회복 기간 3가지 항목에서 DSA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외에도 복강 내 혈종 발생률, 수술 후 출혈량 등 여러 지표에서도 DSA 수술법을 적용한 그룹의 전반적인 예후가 더 좋게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윤용식 교수는 “새로운 크론병 문합술이 환자들의 수술 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DSA 수술법에 관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세계 소화기외과학 저널(World Journal of Gastrointestinal Surgery)」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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