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집 사는데 “왜 우리만 안 돼” … 내 집 마련 막힌 4050, 터지는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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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우리가 내는데 혜택은 제일 적다”
청년·노년층 정책 쏟아지는데, 4050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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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자녀 키우고 열심히 살다 보니 쉰이 넘었다. 그런데 아직도 내 집 한 채 없다.” 서울에 사는 50대 A씨의 하소연이다.

정부가 청년과 노년층을 위한 주거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정작 4050세대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청년층을 위한 ‘청년 주택 드림 대출’, 신혼부부 및 출산 가정을 위한 ‘신생아 특별공급’, 그리고 노인을 위한 ‘실버타운 재도입’까지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지만, 4050세대를 위한 대책은 찾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청년과 노년층만 챙기고 중장년층은 외면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4050세대는 세금 부담은 크지만 정책 혜택에서는 밀려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대출, 신생아 특공…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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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정부는 19~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도약계좌’와 ‘청년 주택 드림 대출’을 통해 청년들의 자산 형성과 내 집 마련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최대 월 70만 원을 납입하면 정부가 소득에 따라 최대 60만 원을 추가로 보태주는 정책이다. 높은 이율 덕분에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282만 명이 가입했다.

또한, ‘청년 주택 드림 대출’은 청년층이 청약통장을 활용해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최저 2.2%의 금리로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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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신혼부부 및 저출산 극복을 위해 ‘신생아 특별공급’도 도입됐다.

입주자 모집 공고일 기준 2년 이내 출생한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특별공급권이 주어지고, 청약 당첨 시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도 지원받을 수 있다.

반면 4050세대를 위한 별도의 대책은 없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주거 지원책은커녕, 기존 공공임대주택 입주 조건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부산에 사는 50대 B씨는 “청년층, 신혼부부, 노인을 위한 정책은 쏟아지는데 정작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우리 세대는 아무런 지원도 없다”며 “정부는 우리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청약도 대출도 어려워… 중년층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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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정부는 최근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등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4곳을 해제하고 5만 호의 공공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050세대에는 혜택이 거의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울 서리풀지구는 공공분양으로 공급될 예정인데, 이 경우 70~90%가 청년·신혼부부·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를 위한 특별공급으로 배정된다. 중장년층이 경쟁할 수 있는 일반 공급 물량은 전체의 10~30%에 불과하다.

더구나 일반 공급 물량 중 일부는 청년층을 배려하기 위해 무작위 추첨제로 배정된다. 이 때문에 청약통장을 오래 유지한 4050세대에게 유리한 물량은 더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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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1

50대 C씨는 “최근 노년층을 위한 분양형 실버타운까지 발표됐는데, 4050세대를 위한 정책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청년층은 대출을 쉽게 받고, 신혼부부는 특별공급을 받지만, 우리는 개인 능력으로 청약에 도전해야 한다”며 “결국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극소수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한숨을 쉬었다.

4050도 힘들다… 정책 형평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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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4050세대의 주택 소유 비율은 44.3%로, 절반 이상이 무주택자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에서도 이들은 제외됐다.

예를 들어 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의 입주 자격은 19~39세 청년과 신혼부부, 그리고 65세 이상 고령층에 한정된다. 4050세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특정 계층에만 주거 지원이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신생아 특별공급 등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부 정책이 정년층에만 집중돼 있어 4050세대는 청약의 문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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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어 “4050세대는 사회·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지만, 현재 집값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절반 이상이 무주택자인 만큼 이들을 위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이루려면 특정 계층이 아니라 전반적인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4050세대를 대상으로 한 주거 실태 조사가 선행되고, 이에 맞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4050세대는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허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양한 정책에서 철저히 배제되며 ‘잊힌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청년층과 노년층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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