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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은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행위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면 중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평소보다 둔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수면무호흡증’이라 불리는 증상이다.
이는 명백한 수면 관련 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약 200만 명이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면무호흡증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수면무호흡증 치료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수면무호흡증이 문제가 되는 이유
인간은 일정 기간 숨을 쉬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을 받는다. 호흡은 ‘산소 공급’을 목적으로 한다. 즉, 수면무호흡증이 문제가 되는 핵심은 산소 공급과 관련이 있다. 잠을 자는 동안 호흡이 멈추거나 감소하게 되면 혈중 산소 농도가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기본적으로 신체 장기 곳곳에 공급돼야 할 산소가 부족해진다.
혈중 산소 농도가 부족해지면, 같은 양의 혈액으로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자연스럽게 심장은 더 많은 혈액을 보내야 한다. 펌핑 횟수가 많아지고 그만큼 많은 혈액이 순환하게 되기 때문에 심장에 무리가 가게 되고 혈압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또 하나의 기관은 뇌다. 잠을 자는 동안 뇌는 평소보다 느긋하게 작동하게 되며 회복 시간을 가진다. 이때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뇌의 회복 및 재생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특히 렘(REM) 수면의 질이 떨어져, 정신적인 피로의 회복에 지장이 생긴다. 이는 잠에서 깨어난 뒤 피로감으로 이어지며, 다음 하루의 컨디션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면무호흡증의 증상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코골이’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으로 발생한다. 숨쉴 때 드나드는 공기가 기도를 통과하면서 혀, 입천장, 비인두와 같은 주변 조직과 마찰하면서 진동이 발생하는 것이 코골이의 기본 원리다.
주변 조직과 마찰이 발생한다는 것은, 공기가 통과하는 길(기도)이 그만큼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코골이가 심하다는 것은 잠잘 때 기도가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상시에도 어떤 이유로 기도가 좁은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잠잘 때는 기도 주변 조직의 근육들이 이완되면서 기도를 좁아지게 만들 수 있다. 이 상태가 심해지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코골이는 보통 본인이 자각하기 어렵다. 잠잘 때 누군가 근처에 있거나 함께 자는 사람이 있으면 발견이 수월하겠지만, 1인 가구이거나 혼자서 방을 쓰는 경우라면 스스로 이상함을 깨달아야 한다. 잠자는 동안 녹음을 해본다거나, 코골이 센서를 활용하면 혼자서도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잠을 자는 도중 의식이 돌아올 정도로 명확하게 깨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 혹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픈 일이 잦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낮 시간에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몰려오거나, 일과에 도무지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 감정 변화가 격해지는 경우도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증상으로 꼽힌다.
만약 주위의 누군가 “너 코를 심하게 곤다”라고 하거나, 본인이 코골이를 감지한다면 가급적 빨리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해보고 치료 필요성을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수면무호흡증의 원인
수면무호흡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비만이다. 원래 코를 골지 않았는데 코골이가 생겼다면, 체중 변화 패턴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체중이 늘어나면 보통은 체지방 축적이 늘어나는 것이며, 이때 목을 비롯한 기도 주변 조직에 지방이 쌓인다. 기도 압박이 커지면서 코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기도 주변부 조직들 역시 근육이기 때문에 노화의 영향을 받는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 조직의 구조가 변하거나 기능이 약해지면서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할 수 있다. 비염이나 편도 비대증과 같이 기도 주변 조직에 발생하는 문제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밖에 보통 건강과 거리가 멀다고 알려진 습관들도 수면무호흡증과 연관이 있다. 대표적으로 흡연은 담배에 포함된 유해물질로 인해 기도 및 주변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비염과 마찬가지로 기도를 좁히는 원인이 된다.
알코올이 근육 이완 작용을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평소에 코를 골지 않던 사람도 술을 마시면 코를 고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알코올이 기도 주변부 근육을 더 크게 이완시키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유전적 요인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수면무호흡증 치료법
수면무호흡증은 자가 진단 설문으로 진단할 수도 있지만, 가장 정확한 진단법은 ‘수면 다원 검사(Polysomnography)’다. 이는 잠을 자는 동안 신체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생리적 변화를 기록해 분석하는 검사다. 비용이 꽤 드는 편이지만, 수면무호흡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에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 치료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환자 개인의 상태가 어떤지, 원인은 무엇인지에 따라 선택 폭이 제한될 수도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치료법은 ‘지속양압호흡기(CPAP)’이다. 비수술적 수면무호흡증 치료법의 대표로 꼽힌다.
지속양압호흡기는 수면을 취하는 동안 기계를 사용해 기도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해 기도가 좁아지지 않도록 유지해주는 원리다. 공기가 주변 조직과 마찰을 일으키거나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원활하게 해주는 방식이다.
어떤 사람은 치료 후 즉각적인 개선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일정 기간 반복 사용할 필요가 있으므로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빠른 시간 내 개선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사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 다른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치과에서 구강 장치를 제작해 착용하는 방법이 있다. 마치 치열 교정기와 같이 본인의 기도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강 장치는 하악(아래턱)을 앞으로 이동시켜 기도의 공간을 늘려줌으로써, 기도 폐쇄를 예방하는 원리다. 착용 초기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며, 환자 상태에 따라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으로 개선이 되지 않거나, 기도의 구조적 문제가 심각할 경우는 수술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기도 확대 수술이나 턱 위치 교정 수술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부위 특성상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보통 수술적 치료는 가장 최종 수단으로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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