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서 못 팔겠어요”, “얼마나 비싸길래” … 金값보다 비싸진 서민 음식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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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이 너무 올라 죄송할 지경”
기록적 폭염 후폭풍… 수산물 가격 급등
서민
사진 = 연합뉴스

“이렇게 비싸면 손님들한테 미안해서 못 팔겠어요.”

서울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최근 매섭게 오른 우럭과 광어 가격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년 같으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국민 횟감이 이제는 ‘고급 메뉴’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값이 오르면 품질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올해 들어 들어오는 생선들은 크기도 작고 살도 예전만 못하다”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해산물 가격 폭등…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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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럭과 광어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최대 55%까지 폭등했다.

우럭의 1월 도매가는 kg당 1만7900원으로 지난해(1만1650원) 대비 55% 올랐고, 2월에도 1만7500원을 유지할 전망이다. 광어 역시 1월 도매가가 kg당 1만8475원으로 전년보다 18.7% 상승했다.

횟집 사장들은 “도매가가 이 정도면 소매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손님들에게 가격을 설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수산물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여름의 극심한 폭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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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기상청에 따르면 2024년 여름철(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6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수면 온도 역시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한때 28.3도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고수온 현상은 대규모 양식 피해로 이어졌다. 지난해 양식업계의 피해액은 1430억 원에 달하며, 우럭(583억 원), 굴(120억 원), 전복(117억 원) 순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출하량 감소는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우럭 출하량은 827톤으로 전년(1352톤) 대비 38.8% 줄었고, 이달 역시 전년 대비 21.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어도 같은 기간 3000톤에서 3195톤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자연 앞에 속수무책… 눈물 짓는 어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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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도 양식업자들은 “손을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한숨짓고 있다.

전남 여수에서 새조개 양식을 하는 한 어민은 “양식장 주변을 돌아봐도 건질 만한 새조개가 없다”며 “지난여름 30도가 넘는 수온에 폐사해버렸다”고 토로했다.

새조개는 6~10월 성장해 이듬해 2~3월에 수확하는데, 지난해 고수온 탓에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새조개 가격도 1kg당 10만 원에서 2배 이상 폭등했다.

제주 양식장도 피해가 컸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71일간 고수온이 지속되며, 광어 등 221만 마리가 폐사해 피해액이 53억 원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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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역의 고수온 지속 일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 올해도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이에 제주도는 액화산소 구입 지원 등 피해 예방 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42% 늘려 25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양식업자들은 “수온을 낮출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고 싶어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수산업계는 올해 여름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과 비슷한 폭염이 예상된다”며 “이대로라면 해산물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기던 횟감이 점점 ‘귀한 음식’이 되어가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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