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살린다더니 “결국 내 돈만 빼갔다”… 드러난 두 얼굴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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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금리는 빠르게, 대출금리는 천천히
은행들 ‘예대금리차 장사’에 서민 부담 가중
서민
사진 =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한숨을 쉬던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빠르게 낮추면서도 대출금리는 천천히 인하하는 ‘양면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1.29~1.46%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7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예대금리차가 커질수록 은행의 수익성은 좋아지지만, 예금자는 적은 이자를 받고 대출자는 여전히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보통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도 예금금리보다 더 빨리 하락해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다. 주요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는 반면, 대출금리는 4%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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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하나은행이 2%대 예금금리로 내려섰고, 우리은행도 곧 2%대 진입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자 은행들은 일부 상품의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주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내릴 예정이며, KB국민은행도 3일부터 일부 대출금리를 0.08%포인트 낮췄다. 우리은행 역시 신용대출 금리를 조정했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예금금리는 하루아침에 2%대로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찔끔 낮춘다고 생색낸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자 마지못해 ‘보여주기식’ 조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 증가세에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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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한편,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크게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대출 규제가 일부 완화되면서 대출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월 한 달간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6조 2772억 원으로 전월 대비 2조 6184억 원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2조 6930억 원 증가하며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했다. 신용대출도 다시 반등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등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리는 점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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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낮추라는 금융당국의 압박과 가계부채 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정책 사이에서 은행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의 대출금리 운용 방식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라는 압박과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라는 모순된 요구 사이에서 은행들도 고민이 많다”며 “대출금리를 더 낮추면 대출 수요가 폭증할 수 있어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문제”라며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예대금리차를 축소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월 대출 증가세 주목… 추가 규제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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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향후 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금융당국이 추가 규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앞두고 있는데, 수도권과 지방의 대출 규제를 차등화할 수도 있다.

또한, 가계대출 급증 시 신규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 제한이나 조건부 전세대출 같은 추가 규제 카드도 고려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3월 대출 증가세가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금융당국의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며 “예대금리차 문제와 대출 규제 강화 사이에서 당국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수익성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금융당국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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