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막으려다 “한국이 쓰러진다”… 예상 못한 후폭풍에 업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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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핑 막으려다 되레 국내 기업 타격
반덤핑 관세, 철강업계 내부 갈등 초래
정부, 6월 예비 판정 앞두고 고심
한국
사진 = 연합뉴스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이 시장을 휩쓴다”는 우려 속에 정부가 덤핑 조사에 착수했지만,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덮쳤다.

국내 철강사들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업계 내부에서조차 반덤핑 관세 부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반덤핑 조사는 중국과 일본산 저가 철강제품이 국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를 사들여 가공하는 기업들은 “반덤핑 조치가 오히려 원가 상승을 초래해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 일본·중국산 열연강판 덤핑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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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8일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의 덤핑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주요 산업의 핵심 소재인 열연강판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위원회는 지난해 중국산 철강 후판에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번 열연강판 조사 역시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에 수입된 열연강판 343만 톤 중 96.2%가 중국과 일본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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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은 국내 제품보다 10~30% 저렴해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국내 철강사들은 생존 위기에 몰렸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에 유입돼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다.

조사는 이르면 6월 예비 판정 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덤핑 사실이 확인되면 정부는 반덤핑 관세 부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반응 갈려… 원가 부담 vs 시장 질서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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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열연강판을 직접 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반덤핑 조치가 되레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포스코·현대제철처럼 열연강판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와, 이를 가공해 도금강판·컬러강판 등으로 만드는 동국제강·세아제강 같은 후공정 업체들이다.

후공정 업체들은 “저렴한 수입산을 써야 가격 경쟁력이 유지되는데,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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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가 오르면 기업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며 “반덤핑 조치가 산업 전체를 살리는 길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업체들은 반덤핑 관세 부과로 인해 중국산 열연강판이 단순 도금 과정을 거쳐 컬러강판으로 우회 수출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정부의 반덤핑 조치가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

무역 분쟁 가능성도… 정부의 고민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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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핑 조사가 진행되면서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일본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라 철강 제품 대부분이 무관세인 상황에서, 한국의 반덤핑 조치가 무역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초소재인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본과 중국의 반발이 거셀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철강산업 보호와 무역 분쟁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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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상반기까지 철강산업 활성화를 위한 종합 계획을 마련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생산 공정 혁신을 통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철강산업이 흔들리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국가 기간산업이 연쇄 타격을 입는다”며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당분간 반덤핑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국내 철강 시장의 판도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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