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우 피해가 컸던 충북 청주시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던 남성이 침수로 잠긴 매장 사진을 공개하며 재기 의지를 다져 누리꾼들의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안경사 A씨는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내 바이크 갤러리에 ‘안녕? 한 달 만에 두 번 망한 자영업자라고 해’라는 제목의 사연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그는 갑작스러운 재개발로 인해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서 운영하던 안경원을 지난 5월 말 폐업했다. 그리고 2주도 안 된 지난달 9일 손수 작업한 새 가게를 청주시 흥덕구에 오픈했다.
A씨는 “(두 번째 가게를 준비할 때) 없는 살림에 아버지랑 둘이서 전기 공사도 직접 하며 몸으로 때웠다. 새 안경원은 생각보다 장사가 잘됐다. 이전 가게 폐업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덕분에 부모님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아내도 출산을 앞두고 있어 꽃길만 남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생각지도 못한 시련은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일어났다. A씨는 “자고 있는데 오전 8시쯤 건물주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비가 많이 와서 차단기 내려야 하니 한번 와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매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빗물이 발목까지 차 있는 상태였다. 그는 허겁지겁 가게 안으로 들어가 고가의 장비를 위에 올려놓고 나왔다. 어느덧 물이 허리춤까지 찼기 때문이었다.
그는 “집 앞 사거리에서 가게로 향하는 길이 다 침수됐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계만은 멀쩡하길 비는 거였다. 저녁에는 우리 동네를 검색해 뜨는 뉴스들을 봤다. 가게 앞을 보트 타고 지나가는 사진만 수만 번 본 것 같다”고 털어놨다.
비가 잠잠해진 다음 날 새벽 다시 가게를 찾은 A씨는 “가게 안은 난장판이었다. 빗물이 1.5m 정도 차오른 상태였다. 무거운 진열장이 둥둥 떠다니다가 어느 순간 물이 빠지면서 폐허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A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안경원 내 진열대와 안경, 의자 등 각종 물건이 흙탕물 위로 떠다니고 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고 멘탈이 무너져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다가 문득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에 다시 가게로 향했고, 친구와 같이 장비들을 빼내 깨끗한 물로 씻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달 만에 가게가 두 번 망한 걸 보니 이 정도면 누가 망하게 해달라고 고사를 지내는 건가 싶었다. 이미 빚이 있지만 다시 빚을 내서 앞으로 나가보려고 한다. 나 때문에 밤잠 설친 부모님, 임신한 아내를 힘들게 하기 싫다. 그냥 액땜했다 치고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마음을 다졌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 다시 속 시원히 웃으며 과거의 추억 정도로 이 이야기를 하는 날이 오겠지.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사람들도 많을 거다. 난 그나마 낫다고 믿으며 합리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다음 매장엔 재난보험 꼭 들길 바란다” “나도 이 동네 사는데 참 안 됐더라… 재기 성공하시길 기원한다” “다시 차리면 거기 가서 안경 맞출게” “저도 사업 망했는데 열심히 살아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나쁜 생각하지 마시고, 살다 보면 웃는 날이 올 거예요” 등 격려의 댓글을 남겼다.
지난 13일부터 16일 오전 10시까지 청주시 누적 강수량은 472㎜로 집계됐다. 침수로 잠긴 청주시 흥덕구 오송급 궁평2지하차도(오송 지하차도)에서는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