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대표적 교육특구인 강남·서초를 떠나고 있다. 이번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이 학부모의 민원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처럼 강남 지역 학부모들의 높은 학구열과 과도한 민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들이 강남·서초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심화했다.
지난 2020년 3월1일자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사 전보 결과 전·출입 현황을 보면 강남·서초구에서 다른 자치구로 학교를 옮긴 초등학교 교사는 438명, 다른 자치구에서 강남·서초구로 학교를 옮긴 초등학교 교사는 398명이었다.
2021년의 경우 강남·서초구에서 다른 자치구로 학교를 옮긴 초등학교 교사는 441명, 다른 자치구에서 강남·서초구로 학교를 옮긴 초등학교 교사는 421명이었다.
2022년은 강남·서초구에서 다른 자치구로 학교를 옮긴 초등학교 교사가 346명, 다른 자치구에서 강남·서초구로 학교를 옮긴 초등학교 교사가 298명이었다.
강남·서초로 옮기는 교사보다 다른 자치구로 나가는 교사가 많은 경우 이 자리는 신입 교사들이 채운다.
서울시교육청은 강남·서초 전입을 원하는 교사보다 전출을 원하는 교사가 많은 상황이 계속되자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의 경우 ‘5년 이상 근무(1개 학교 이상 근무) 후 전출’ 규정을 ’10년 이상 근무(2개 학교 이상 근무) 후 다른 교육지원청으로 전출’하는 것으로 올해 변경(2023년 3월1일 시행)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8년에도 강남·서초 전출 교사 수가 전입 교사 수를 추월하는 현상이 심화되자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소속 초등교사의 경우 부장교사 등 보직을 맡기로 하면 강남·서초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방안도 전출 교사 수를 줄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강남은 기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워낙 학부모 민원이 많기로 유명해서 그 학교에 있어 보지 않아도 분위기를 알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사는 “홈스쿨링을 권유하는 것밖에 답이 없을 정도로 민원 수준이 심각하다”며 “특히 서이초등학교처럼 ‘초품아'(초등학교를 품고 있는 아파트)인 경우 민원 수준이 상당하다. 1학년 담임이었다면 (민원이) 더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강남·서초뿐만이 아니라 교사들이 힘든 곳은 학부모의 열기가 강한 곳, 학부모들이 막무가내인 곳이다”며 “강남은 학부모의 치맛바람 때문에 힘들고, 외곽으로 가면 막무가내인 학부모들 때문에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서울은 신규 발령이 나면 무조건 강남으로 발령을 받았다”며 “강남이 기피지역이기 때문인데, 강남 학생·학부모는 기피 대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