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 찐 원인, 복용중인 약 처방전 안에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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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 만큼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중요시 하는 국민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모습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 중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는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분들이 드물다. 국내 식품계에 요즘 단백질, 제로 열풍이 부는 것도 체중 감량에 도움되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소비자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체중 감량에 신경을 쓰는데도 체중이 늘어난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이다. 진료를 하다보면 “물만 먹어도 살쪄요”라고 말하는 분들을 마주한다. 이럴 땐 최근 내 삶의 변화를 섬세하게 들여다봐야 하는데 최근 내가 꾸준히 먹고 있는 약 때문일 수 있다.


고혈압약은 혈압을 낮추기 위해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 수용기 차단제’와 같은 신진대사를 떨어트리는 성분을 사용한다. 평소 같은 양을 먹는데 신진대사가 떨어진다면 에너지 소모량이 부족해진 만큼 지방으로 저장되어 체중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항우울제 중 하나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SSRIs)’는 기분을 좋게 느끼는 세로토닌을 증가하게 하는데 이는 내 몸이 당을 더 원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일부 피임약을 장기 복용해도 체중이 증가한다. 특히 부종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성분은 수분대사에도 작용하게 된다.

알레르기로 인한 피부질환이나 비염에도 쓰는 ‘항히스타민제’를 통해서도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히스타민은 우리 몸에 알러지를 유발하는 면역세포 ‘IgE’를 만드는 성분이기도 하지만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성분인데 이를 억제하는 약을 쓰면 배고픔을 더 쉽게 느낀다.

통증, 피부질환, 면역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제를 장기복용하는 경우에도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최근 연예인들 가운데 목디스크로 인해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가 체중이 증가하여 고생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스테로이드의 대표적인 부작용을 ‘쿠싱증후군’이라고 한다. 얼굴은 달덩이처럼 되고 목 뒤에 혹처럼 지방이 축적된다. 또 배에 지방이 쌓이고 팔다리는 가늘어지는 최악의 체형으로 변하게 된다.

편두통약도 장기복용시 체중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만성 편두통은 신경적인 문제를 동반하기 때문에 신경안정제 성분을 복용하는 경우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약이 많다. 항우울제나 스테로이드 같은 약은 다양한 질환에 복합적으로 처방되는 경우가 많아서 주의해야 한다. 처방전을 유심히 보고 내 약을 처방해준 의사와, 조제해준 약사에게 체중이 늘어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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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한별 한의사·고은경희한의원 대표원장(lhb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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