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청년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세상에 ‘선물’을 남기고 갔다.
고 조아라 씨 가족은 최근 화순전남대병원을 찾아 정용연 병원장에게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유족은 “소아암 환자를 위해 치료비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는 조아라 씨의 유언이었다. 조 씨는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본인의 부의금 일부를 소아암 환우를 위해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화순이 고향인 조 씨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과장으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미국 MBA 유학을 준비하던 중 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는 서울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 3월 가족들이 있는 화순으로 왔고 화순전남대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계속 받았다.
하지만 더는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 오자 지난 4월부터 완화의료병동으로 옮겼다. 조 씨는 부음을 전할 명단을 작성하는 등 삶의 마지막을 준비했다고 한다.
병원 측이 ‘소원 들어주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조 씨는 “생전에 친구들을 모두 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게 4월 21일 친구와 지인들을 초대했다. 조 씨의 마지막 생일파티이자 본인의 생전 장례식이 열리는 자리가 됐다고 한다. 조 씨가 이런 자리를 원한 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온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생의 끝에 다가가던 조 씨는 어느 날 가족들에게 “치료를 하며 힘든 시간을 겪어보니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어린 친구들을 돕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후 조 씨는 34살이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조 씨의 유언을 지켰다.
정용연 병원장은 가족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조아라 씨가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따뜻한 마음을 보여줘 정말 감사드린다”며 “기부금은 소아암 환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