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먹어 봤니? 빙수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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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기다리는 이유! 먹는 순간 무더위를 한 방에 날릴 만큼 시원한 빙수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달달함으로 축 처진 텐션까지 끌어올려주는 여름 최고의 디저트 빙수의 트렌드를 알아보자.

조선시대에도 빙수가 존재했다?!

지금처럼 냉동실이 없던 과거에도 얼음을 넣은 디저트가 있었을까? 흔히 빙수는 19세기 들어서 등장한 핫한 디저트라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긴 역사를 가졌다. 기원전 3,000년경 중국에서 얼음을 잘게 부숴 꿀과 과일즙과 섞어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8~9세기 당나라와 10~11세기 송나라 때도 빙과류와 얼음 즙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특히 11세기 송나라 역사를 기록한 <송사(宋史)>에는 지금의 팥빙수와 비슷한 ‘밀사빙’이 나온다. ‘복날이면 황제가 조정 대신에게 밀사빙을 하사했다’고 하는데, 밀사빙은 꿀에 버무린 팥을 얼음과 함께 먹는 것으로 지금의 팥빙수를 떠올리게 한다.

한반도에서는 조선시대 때 빙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얼음 쟁반 위에 여름 과일을 띄워 먹었다거나 서빙고의 얼음을 잘게 부수었다는 기록이 있다. 소파 방정환 선생 또한 소문난 빙수 마니아였다고 한다. 빙수를 아주 좋아해 <빙수>라는 제목의 수필을 남기기도 했다. ‘사랑하는 이의 보드라운 혀끝 맛 같은 맛을 얼음에 채운 맛! 옳다! 그 맛이다’라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수필에 빙수 ‘덕후’답게 종로 광충교 옆의 ‘환대상점’, 안국동 네거리의 문신당 서점 위층 집 등을 맛집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1900년대 초반의 빙수는 지금처럼 토핑을 올리지 않고 잘게 간 얼음에 시럽을 뿌려 먹는 식이었다.

이색적인 비주얼을 갖춘 빙수가 대세

2000년대에 들어 디저트 문화가 조금씩 발달하면서 우리가 아는 팥빙수의 모습이 갖춰졌다. 당시에는 대부분 집에서 빙수를 만들어 먹었다. 작게 부순 얼음과 뭉근한 불에 조린 팥, 통조림 과일, 우유, 떡, 젤리, 시리얼 등을 넣어 만드는데, 재료는 슈퍼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가정용 빙삭기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어 여름철 대표 간식으로 꼽혔다.

빙수계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한 건 2013년 즈음 빙수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빙수 전문점을 중심으로 우유 얼음으로 만든 눈꽃 빙수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빙수의 다양화가 시작된 것. 눈꽃 빙수는 일반 얼음과 달리 우유를 얼려 만들기 때문에 입자가 곱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다채로운 토핑을 올리면서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팥앙금을 넣은 빙수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망고 빙수, 토마토 빙수, 초코 빙수, 인절미 빙수, 심지어 민트초코 빙수까지 등장했다. 단호박을 얼려 만든 빙수, 치즈 케이크 조각이 통째로 올라간 빙수, 애플망고를 켜켜이 쌓은 일명 ‘애망빙’ 빙수 등 특별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빙수를 찾아 볼 수 있다. 이제는 취향에 따라 빙수도 골라먹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그라들지 않는 금빙수의 인기

여름이면 ‘빙수 덕후’들은 성지순례를 떠난다. 독특한 레시피로 색다른 빙수를 선보이는 가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문난 맛집은 호텔이다. 몇 년 새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빙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호텔에서 10만 원 미만으로 판매하던 빙수가 최근에는 더욱 고급화되면서 10만 원 이상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출시한 ‘제주 애플망고 빙수’의 가격은 무려 12만 원. 그야말로 ‘금빙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일반적으로 특급호텔에서 선보이는 빙수는 대개 10만 원 초·중반대로 고가이지만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지만,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에 힘입어 호텔 프리미엄 빙수를 찾는 이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호텔에서 숙박을 하거나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사치를 부리고 기분 전환도 할 수 있는 스몰 럭셔리인 셈이다.

2023년 앙쥬 8월호

기획·글 앙쥬 편집부 담당 에디터 황지선(프리랜서) 내용출처 앙쥬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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