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면서 가을에 소홀하기 쉬운 게 자외선 차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여름 다음으로 자외선 지수가 높은 계절이 가을이다. 특히 가을철은 여름처럼 덥지 않아 야외활동 시간이 길어지기 쉬워 자외선에 노출되는 총량이 여름보다 많을 수 있다.
이처럼 야외활동이 많은 사람을 위협하는 암이 피부암이다. 야외에서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피부 세포의 악성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자외선에 노출된 고령자가 피부암의 고위험군인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피부암은 전체 암의 약 2% 정도로 낮은 편이나 발생률이 지난 10년간 매우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또 피부암은 미용상 중요한 얼굴 부위에 잘 나타나는 탓에 발생률이 낮다고 가볍게 여길 게 아니다.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박향준 교수는 “피부암은 주로 60대 이상에서 발생하고, 전체적으론 야외활동이 많은 남성에서 약간 더 많지만 초고령층에선 여성의 발생률이 더 높다”며 “피부암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자외선 차단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에 갑자기 점이 생겼거나, 점이 점차 커진다면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하게 진단 받는 게 안전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기저세포암은 코에, 흑색종은 손·발에 호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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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암은 피부 표면에 ‘작은 덩어리'(피부가 솟은 ‘구진’, 구진보다 병변이 더 크고 깊은 ‘결절’)가 점차 커지면서 가운데가 함몰돼 궤양을 형성한다. 이때 궤양 표면은 지저분한 삼출액으로 된 딱지로 덮여 있고 건드리면 쉽게 피가 난다.
피부암은 크게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흑색종으로 나뉘며 암종에 따라 형태가 다르다. 기저세포암은 흔히 점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얼굴 중 코 부위에 자주 발생하며 크기가 작고 검은 색소를 보이기 때문이다.
편평세포암은 기저세포암보다는 좀 크고 주위 조직은 약간 딱딱하며 충혈된 모습이다. 발생 부위는 얼굴·손등의 노출 부위와 입술 점막 등 신체 모든 부위다.
흑색종은 병변 전체가 검고 크기는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손·발바닥과 손·발가락에 호발하며 간혹 손발톱(조갑) 밑에 발생하기도 한다. 이 부위에 불규칙한 흑색 반점이 생기거나 손발톱에 검은 줄이 생기면 흑색종이 의심되므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암은 아니지만 향후 피부암으로 이행할 수 있는 광선각화증은 말 그대로 장기간 햇볕에 노출된 부위에 발생한다. 붉은색을 띠며 만지면 표면의 건조한 각질로 인해 까칠한 게 특징이다. 1개 또는 여러 개가 얼굴, 아랫입술, 귀, 팔, 손등 같은 노출 부위에 나타난다. 오래 두면 편평세포암으로 진행한다.
빨리만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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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암은 다른 암보다는 예후가 좋은 편이다. 조기에만 발견하면 완치율도 높고 미용상으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피부암의 치료는 크게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박향준 교수는 “암의 일반적인 치료법인 수술, 항암요법, 방사선요법 등이 모두 가능하다”며 ” 다만, 국소 부위에 국한돼 커지고 전이율이 낮고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으므로 대개 수술적 치료 즉 외과적 절제술이 보편적으로 이용된다”고 말했다.
수술적 방법은 피부암의 종류에 따라 약간 다르나 다른 장기의 암 수술과는 달리 대부분 국소마취로 시행된다. 피부암은 출혈이나 감염 등의 수술합병증도 비교적 적은 안전한 수술로 외래수술도 가능해 장기 입원이 필요하지 않다. 수술 결과는 피부암의 종류, 전이 여부, 수술 방법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저세포암이나 편평세포암은 단순 절제술로 높은 완치율(90% 이상)을 보인다. 흑색종과 같이 전이나 국소 재발을 잘하는 악성 종양은 수술 외에 다양한 치료법을 함께하는 복합요법이 필요하다.
비수술적 치료는 피부암의 크기가 작고 겉으로만 살짝 나타났을 경우, 혹은 반대로 매우 넓거나 전이가 있어 수술적 치료가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전기치료, 냉동치료, 레이저치료, 박피술, 방사선요법 등의 처치적 치료와 약물치료로 나눌 수 있다.
사용하는 약물로는 바르거나 병변 내 주입하는 국소 약제와 레티노이드, 화학요법제, 표적치료제 등 전신 약제가 있다. 국소 약제는 국소 병변이나 상피 내 병변에, 전신 약제는 전이된 경우나 전신 병변에 사용한다.
선크림, 외출 20분 전 바르고 2~3시간마다 덧발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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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암은 자외선차단제를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해 예방할 수 있다. 바르는 양은 단위체표면적(㎠)당 2㎎으로 콩알 크기 정도인데, 노출 부위에 충분히 바르려면 30㎖ 정도가 필요하다. 외출하기 20분 전에 바르고, 2~3시간마다 덧발라야 자외선 차단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선크림 등 자외선 차단 제품 표면에 표시된 ‘차단지수’ 가운데 SPF는 자외선 B를, PA는 자외선 A를 차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일상에선 SPF20, PA++, 야외에서는 SPF 50 이상, PA+++이상이 좋다. 다만, 생후 6개월 이하의 영유아는 차단제보다는 옷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게 좋고, 그 이상은 어른과 같이하면 된다.
자외선은 완전히 피하기 어려우므로 일상생활에서도 주의해야 한다. 자외선량이 많은 시간대인 오전 10시~오후 2시엔 외출을 삼간다. 이 밖에도 준수할 게 △그늘에서 활동하기 △모자, 긴 팔 옷, 선글라스 착용하기 △자외선 차단 기능의 옷 입기 △일반 유리보다는 자외선 차단용 유리 사용하기 △실내에서나 흐린 날에도 자외선 차단제 바르기 등이다.
그 외에 예방법으로는 성기부 사마귀 바이러스의 감염·전파를 줄이기 위해 안전한 성생활을 하고, 절주·금연을 실천해 구강·입술의 피부암 발생을 줄여야 한다. 비타민A를 통칭하는 레티노이드제의 경구 투여는 장기 이식 환자의 피부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과 금기사항이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지시를 따라 복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