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9일(현지시간) 올해의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에 선정됐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디치 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이날 프랑스 파리의 레스토랑 ‘메디테라네’에서 이러한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1958년 제정된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저명한 문학상이다. 외국문학상은 1970년부터 수상작을 발표해 왔다. 상금은 1천 유로(한화 약 140만원)다.
한강은 앞서 ‘희랍어 시간’으로도 2017년 메디치 외국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적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 6일 결과가 발표된 페미나 외국문학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이 2016년 ‘채식주의자’ 부커상 수상 이후 5년 만인 2021년 펴낸 장편 소설로,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집에 가서 어머니 정심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이다.
프랑스에서는 최경란·피에르 비지우의 번역으로 지난 8월 말 그라세(Grasset)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불어판 제목은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르피가로 등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르몽드는 이 책에 대해 “꿈의 시퀀스를 통해 여주인공의 정신적 풍경과 내면을 드러내는 매우 현실적인 글”이라며 “독자는 여주인공의 서사적 기교에 이끌려 현실적이면서도 역사적인 맥락을 놓치지 않고 경이로운 환상에 빠져들게 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고, 어쩌면 소설 자체가 알 수 없는 긴 악몽일지라도 과감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한강은 불어판 출간에 맞춰 지난 9월 초 파리에서 독자들과의 만남 행사도 가졌다.
당시 행사에 앞서 연합뉴스와 만난 한강은 “역사적 사건을 소설로 쓴다는 건 인간 본성을 들여다보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제주 4·3사건을 모르는 프랑스 독자들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메디치 심사위원단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외에 포르투갈 작가 리디아 조르즈의 ‘연민(Misericordia)’도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공동 선정했다.
프랑스어 문학상은 캐나다 퀘벡 출신 케빈 램버트의 ‘우리의 기쁨이 계속되길(Que notre joie demeure)’, 에세이상은 프랑스 작가 로르 뮈라의 ‘프루스트, 로마의 가족( Proust, roman familial)’에 돌아갔다.